정계 은퇴 후 ‘칩거’했지만 다시 공식 활동 시작

전 자민련 총재 김종필(金鍾泌.JP) 씨가 칩거를 깨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2004년 자민련의 총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계를 은퇴한 뒤 ‘은둔’하다시피 하면서 정치적 발언과 활동을 극도로 자제해 온 터라 JP의 최근 언행들은 당연히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셈. 이러한 와중에 JP는 심대평 충남지사 등 신당측 인사들과 함께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회동을 가졌다. 그는 앞서 지난 달 25일에는 자민련과의 통합에 난항을 겪던 신당의 인사들과 만찬 회동을 갖고 신당측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도 한 바 있다. JP는 이날 골프회동에서 “민심이 원하는대로 자민련과 힘을 합쳐 새롭게 태동한만큼 민심을 얻는 가운데 굳건한 전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격려와 덕담을 건넸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으며, 또 “내가 못한 일을 민심을 받들어 완성해 달라”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원한 2인자’로 머문 김 전 총재의 회한이 담겨있는 고백임과 동시에 신당에 대한 김 전 총재의 기대를 여실히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과연 김종필 전 총재의 행보는 어디로 향할 것인지 추적해 본다. 지난해 4·15총선 직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김 전 총재는 서울 인근 한 골프장에서 국민중심당 창당을 주도하는 심대평 충남지사를 비롯 정진석 의원, 조부영 전 국회부의장, 변웅전 전 의원, 국민중심당 정책위원장인 조병세 박사 등과 가진 라운딩과 저녁 만찬도 가졌다. 김 전 총재는 라운딩에 앞서 김 전 총재 비서실장을 지낸 변 전 의원에게도 “(국민중심당과 자민련이) 서로 분열하지 않고 함께 가기로 한 것은 참 잘된 것”이라며 "변 전 의원이 양측 모두 잘 아는 사이이니 서로 호흡을 맞추도록 역할을 해서 도와주도록 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만찬에서는 “다음주까지 일본에 다녀온 뒤 22일쯤 대전에 내려가 대전에서 약속한 분들과 만나 운동과 만찬을 할 예정”이라며 “이 자리에서 새당(국민중심당)이 나오니까 모두 도와달라고 직접 부탁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즉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대전을 방문, 지역 언론인들을 만나 신당의 새로운 출발에 대한 지역민들의 지지와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자리는 JP가 정계를 떠난 후 사실상의 첫 ‘공식 행사’로 ‘충청권의 옛 맹주’로서 일정한 역할을 통합 신당을 통해 펼쳐 보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오는 24일 열리는 신당의 발기인 전진대회에서도 JP가 참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는 것. ◈ 정치 재개 전망에 더욱 힘 싣는 방일 한편 JP는 일본도 방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 등 일본 정계의 지인들을 만나 최근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등으로 경색 국면에 있는 한?일 관계의 정상화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어서 ‘정치 재개’ 전망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JP측은 "이미 정계를 떠나신 분"이라며 선을 긋고 "운동이나 지인들과의 식사는 신당 인사들 뿐 아니라 다른 분들과도 계속 해왔던 일"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 전총재측은 물론 지난해 4·15총선때 10선고지에 도전했으나 실패한 뒤 그간 3차례나 일본을 다녀왔던 만큼 이번 방일도 나카소네 전총리등 가깝게 지내는 일본 정계, 관계, 학계 인사들을 만나 꼬인 양국문제를 풀도록 가교역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 전 총재도 지난달 25일 심대평 충남지사등 국민중심당(가칭)창당지도부와 만찬회동때와 이어 지난 6일 골프회동때도 자신의 방일사실을 언급하며 "너네들(일본인들)이 양국 경색을 만들었으니, 너네들이 먼저 사과하고 풀어라라고 얘기하고 와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위해 이제 입다물고 있지 않겠다"고 말해 꼬인 양국현안 해결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일본을 다녀와서 22일쯤 대전에 가서 가깝게 지낸분, 고마운 분들을 만나 식사도 하면서 새로 당(국민중심당)이 태동한다니 도와달라고 말할 것"이라며 방일 후 계획까지 설명했다. 그렇다고 지난해 총선이후 정치와 거리를 둬온 김 전총재가 정치복귀나, 정치재계와는 무관하다는게 김 전 총재측이나 최근 김 전 총재를 만났던 인사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정치인과는 일체 접촉해오지 않던 김 전총재가 최근 심 지사나 조부영 전 국회부의장, 정진석, 류근찬 의원과 자민련 김학원 대표등과 개인적으로 만나 식사나 라운딩을 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옛 정치동지이자 정치권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한 순순한 뜻에서일 뿐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전총재의 최측근인 유운영 전 자민련 대변인은 9일 대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총재를 자주 찾아뵙지만 그런(정치복귀)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면서 "일각에서 최근 신당지도부와의 회동 등을 두고 정치재개니, 심상찮은 정치행보니 해서 별의 별 추측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치재개 움직임은 제로"라고 분명히 했다. 또한 유 전 대변인도 "정치와 거리를 둬 온 그분이 최근 신당지도부인사들과 가진 식사회동, 라운딩은 어디까지나 후배 정치인들의 격려와 조언 차원"이라고 말했다. 심 지사 역시, "정치를 떠난 분을 자꾸 현실 정치와 연계시키는 것은 그분에 대한 결례"라고 말했고, 자민련 김학원 대표도 "지난해 정계를 은퇴한 분으로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만큼 어떤 확대해석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정적들과의 화해 시도도 괄목할 부분 이러한 가운데 최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동안 별다른 접촉이 없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안부를 묻는 병문안 전화를 하고, 장기 칩거 중이었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국민중심당을 추진 중인 심대평 충남지사 등과 골프회동을 가지면서 새삼스레 3김의 정치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우리 정치현대사를 이끌어 온 이른바 3김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하지만 영욕(榮辱)의 세월이었던 3김 시대의 종언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세 사람의 정치적 화해 가능성과 그 시기에 집중돼 온 게 사실. 이와 관련해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에도 수시로 만남을 가져왔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소원한 관계를 맺어 왔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김종필 전 총재가 삼성으로부터 불법채권 15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정치자금 수수사건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던 당시 JP 부부를 호텔로 초대해 식사를 함께 하면서 위로를 했고, 그 답례로 JP는 지난해 연말 개신교의 유력인사들과 함께 한 자리에 YS를 초청하는 등 두 사람은 정치적 앙금을 털어냈다는 게 중론. 그런데 지난 6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직접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건강을 물었고, DJ는 “좋지는 않지만 괜찮다”고 화답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YS와 DJ의 화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날 전화통화에서는 또 DJ와 YS가 서로 부인 손명순 여사와 이희호 여사의 안부를 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양김이 그동안의 소원했던 관계를 접고 정치적 화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도 낳고 있다. 두 전 대통령의 만남은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직후 열린 청와대 오찬, 2002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장 그리고 올해 2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 행사장에서 잠시 만났을 뿐 사실상 지난 5년여 동안 별다른 회동은 없었다. 따라서 지난 6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먼저 전화를 걸어 성사된 양 김씨의 전화 접촉은 사실상 두 사람만의 만남이라는 의미가 있고, 실제로 김영삼 전 대통령 진영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직접 병문안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정원의 불법도청 사건과 관련해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로까지 불똥이 튀면서 두 전직 대통령의 동병상련(同病相憐)으로 해석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