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여권의 권력지형을 다시 그릴 것인가?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여의도에 입성하면서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야권은 그의 귀환을 “구태 정치인의 귀환”이라고 폄하했지만 일각에서는 서청원 의원이 꽉 막힌 여야관계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여권의 상황은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서 의원의 복귀로 인해 당내 권력지형에 변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차기 당권주자인 김무성 의원의 물밑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으며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줄서기도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서 의원 복귀로 흔들리는 정치권을 조명했다. 

▲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김무성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친박좌장 서청원 컴백, 黨·靑·野 역할론 제각각
여권 권력 재편 불가피 ‘치어리더’ vs ‘당권도전’
서청원-김무성 경쟁 돌입…여권 지형 ‘갈팡질팡’

서청원 의원이 새누리당에 복귀하면서 정가는 온통 서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7선의 거물급 정치인으로 여야를 비롯한 거미줄 같은 인맥을 자랑하는 마당발로 통한다. 이러한 서 의원의 입지로 인해 여야를 비롯한 청와대는 그에게 거는 기대가 막강하다.

서청원 역할론 제기

서청원 의원이 야당과의 화해와 소통을 강조하면서 대치정국으로 치닫는 여야관계가 해소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 의원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치 복원 없이는 민생이든 경제든 살릴 수 없다”며 “여야는 갑을 관계 아니다. 여야는 공생공존을 통해 ‘윈윈(win-win)’하고 국민의 민생을 챙기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서 의원의 발언이 향후 야당과의 관계회복을 언급한 것으로 꽉 막힌 여야관계가 해소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현 시점에서 여야간 소통이 크게 부각되는 이유는 당장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적되어 있는데다 예산안 처리까지 여야가 곳곳에서 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회선진화법이 통과하면서 여야 합의가 없이는 법안 통과가 불가능해졌다.

여태까지 과반의석을 확보한 집권 여당은 직권상정을 통해 관련 입법을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야당과의 소통 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농후했다. 여야간 대화창구가 시급히 진행되어야 하지만 그간 새누리당은 야권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온건한 리더쉽으로 존재감이 없었으며 최경환 원내대표는 강성으로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무기력하다고 보기 때문에 서 의원이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국회에 산적한 입법을 조속히 처리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이를 조정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서 의원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 의원은 민주당내 동고동계 인사들과 친분이 깊으며 박지원 민주당 의원과는 2004년 구치소 수감생활 같이 한 관계이기 때문에 야당과의 접촉면을 넓힐 수 있는 적임자로 보는 시각이 많다.

청와대는 서 의원이 당의 중심을 잡아 당청 협력을 강화하고 한편으로는 야권의 공세를 막는 바람막이 역할을 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야권 또한 꼬일 대로 꼬인 여야의 대치정국을 해소하는데 서 의원이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혼자 모두 결정하는 1인 지배체제인데 아무도 직언을 못한다”며 “서청원 전 대표는 직언을 할 만한 사람이라 기대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와 야권이 동상이몽으로 서 의원에 기대하는 역할이 다르듯 새누리당 또한 서 의원에게 바라는 역할이 각각이다.

▲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의 원내 복귀를 알리는 의원총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그동안 의총 참여율이 저조했던 의원들까지 대거 참석했다. ⓒ뉴시스

김무성 독주, 제동걸려

새누리당은 새로운 당청 관계 차원에서 서 의원의 역할을 기대하는 눈치다. 당내에는 그간 수직적인 당청관계에 불평이 이어져 왔다.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는 청와대를 향해 목소리를 내기보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따라가는 데 급급하다는 내부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탓에 서 의원의 복귀가 수평적인 당청관계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서 의원에게 기대하는 것과 달리 서 의원의 복귀는 여권의 권력지형에 변화의 핵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차기 당대표에 서 의원이 출마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새누리당이 서 의원의 비리경력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감행한 것은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이는 김무성 의원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대권을 위해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김 의원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당내 인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 의원의 복귀는 김무성 의원과 불가피한 파워게임을 예고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서 의원의 당대표에 불출마 의사에도 불구하고 서 의원의 당권도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서 의원의 최측근인 노철래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 의원은 지금) 새로운 리더십을 당내에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자질과 역량, 능력, 정치적인 리더십,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마 (당권 도전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의원이 당대표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과 달리 조력자에 머물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인제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당내 역학구도에 특별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예상했다. 서 의원이 막후 조력자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추측인 것이다. 홍문종 사무총장도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청 간에 화합을 할 수 있도록 치어리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설령 서 의원이 당 대표에 직접 출마하지 않더라도 막후 지원을 통해 입김을 불어 넣을 경우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 의원이 당권에 도전하지 않을 경우 차기 당권이나 대권의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하거나 강창희 국회의장에 뒤를 이어 국회의장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 의원에 대한 기대가 분분한 가운데 여권의 권력 지형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 서청원 의원이 국회로 귀환한 4일 김무성 의원은 ‘재정준칙 마련과 국가 재정건정성 제고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 의원이 주최한 만큼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는 기대 이하였다. ⓒ뉴시스

서청원으로 기우는 관심

서 의원이 국회로 귀환한 4일 김무성 의원은 재정준칙 마련과 국가 재정건정성 제고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 의원이 주최한 만큼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는 기대 이하였다.

참석한 현역 의원들은 10명 내외 정도였다.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부의장과 이만우 의원, 정희수 의원 안종범 의원, 등이 참석했다가 토론이 시작되기 직전에 자리를 옮겼다. 김 의원과의 친분으로 참석한 의원들도 5~6명 정도에 불과했다.

지난 9월 김 의원이 ‘근현대사역사교실’ 모임을 주도하면서 총 119명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첫 모임에서도 현역의원 60여명이 참석해 김 의원에게 앞다퉈 인사를 건네며 눈도장을 찍는 등 모임이 성황을 이룬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었다.

김 의원은 토론회 인삿말에서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하는 것뿐인데 언론에서 자꾸 이상하게 곡해하는 기사가 많이 나와서 포스터만 붙이고 의원들을 초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소박하게 토론회를 치르기 위한 기획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김 의원의 태도변화에 대해 의심이 이어졌다. 한 친박계 의원은 당권 경쟁을 벌일 수도 있는 서 의원이 원내에 복귀하는 날이라 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서 의원의 원내 복귀를 알리는 의원총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그동안 의총 참여율이 저조했던 의원들까지 대거 참석했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 의원의 컴백 이전까지 공천을 노리는 인사들은 김무성 의원에게 줄을 대려고 공을 들였다. 서 의원의 복귀에 따라 김 의원을 예의주시하던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마음도 서 의원을 향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벌써부터 어느 쪽에 줄을 서야 할지 고민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면서 김 의원과 서 의원 관계를 의식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내년 지방 선거 출마 희망자도 김 의원보다 서 의원이 공천 국면에서 더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얘기가 떠돌면서 출마 희망자들 사이에 상당한 기류 변화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서 의원의 귀환이 정치권의 지형을 어떻게 변모시킬 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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