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노미(藏頭露尾)’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쫓기던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고서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한 채 쩔쩔매는 모습에서 생겨난 말이다. 진실을 숨겨두려고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의미다. 이 사자성어가 생각나게 하는 일련의 사태가 한국사회에 일어나고 있다.

최근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을 수사 중인 윤석열 지청장이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윤 지청장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에 대한 체포 및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해 공소장변경허가서를 법원에 신청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이를 보고, 결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1일 국정감사에서 윤 지청장은 일련의 과정을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조 지검장은 야당 도와주기냐라며 정 하려면 내가 사표내면 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더구나 윤 지청장은 조 지검장 등 검찰 수뇌부가 지속적으로 이번 수사를 방해했으며,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법을 근거로 엄정한 법 집행을 해야 하는 조 지검장의 이 같은 발언은 검찰의 존립이유를 무색하게 한다. 국정원 수사를 진영논리를 몰고 가는 것은 검찰의 중립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며 정권에 기생하는 검찰이라는 비난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방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사건을 법에 의해 단죄하는 것이 검찰의 존재 이유다.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항명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는근시안적 작태라 할 수 있다.

여권과 박근혜 정부가 말하듯이 국정원으로부터 대선에 도움 받은 바가 없다면 각종 의혹을 말끔히 털고 가야 한다. 윤 지청장을 수사팀에 복귀시키지 않는다면 이는 정권이 국정원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국가정보기관은 중립을 지키고 검찰은 법에 위배되는 것이 있다면 엄정한 법집행을 해야 한다. 검찰과 국가의 정보기관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정권의 도구가 아닌 것이다.

나라의 기강을 세우고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일궈내는 대통령이라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준엄한 법의 집행을 보여줘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사건을 한 점 의혹없이 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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