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는 일반 요금보다 더 내는 상황 속출

달콤한 유혹과도 같은 정액요금들이 판을 치고 있다. 휴대폰을 판매하는 대리점이나 각종 광고 전단, 텔레마케터의 홍보에 솔깃한 이용자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통신요금이 가계부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면 클수록 이용자들은 거부감 없이 선뜻 ‘정액제’ 가입에 동의를 하지만 실제로는 이용자들이 모르는 함정이 곳곳에 숨어있다. 잘못 쓰면 ‘독’이 되버리는 서비스, 휴대폰 정액제. 그 함정을 찾아보았다. 모 이동통신사 가입자인 회사원 김 모(27)씨는 올해 초 “휴일이 평일보다 두 배 많은 무료통화를 제공한다”라는 이동통신사측의 설명을 듣고 ‘비즈니스맨 이월요금제’에 선뜻 가입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가 사용하던 요금제에 ‘함정’이 있음을 눈치 채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주 5일제이지만 토요일은 공휴일에서 제외시켜 그가 이용했던 비즈니스맨 이월요금제는 월 기본료 8만5000원에 평일 20시간, 휴일 40시간의 무료통화가 제공된다. 쓰고 남은 무료통화는 다음달로 넘어간다. 회사측은 “휴일에 전화를 몰아쓰는 직장인들에게 꼭 맞는 요금제”라며 홍보해 왔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미끼 요금제'에 가깝다. 주 5일제가 보편화했지만, ‘휴일'에는 일요일과 법정 공휴일만 포함돼 있을 뿐 토요일은 쏙 빠져 있다. 또 무료통화 이월도 1개월밖에는 되지 않기 때문에 무료통화 시간을 계속 쌓아뒀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 특히 이 요금제(약정할인 제외)에 가입한 장기고객의 경우 월 기본료 8만5000원 이상을 쓰지 않으면 기존에 제공되던 국내 통화료 할인혜택(1년 5%, 2년 10%, 3년 15%)조차 받을 수가 없다. 김씨는 “기본료는 각종 정액 요금제 중 가장 비싼데 사실상 한달에 2400분에 이르는 무료통화를 다 쓰기 어렵다는 점에서 할인혜택은 애초부터 누릴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불평했다. 김씨는 최근 기본료 4만5000원짜리 ‘무료통화 이월요금제'로 바꾼 뒤 통화료를 월 1만원 가량 아낄 수 있었다. 그마저 기존 요금제를 쓰면서 남겨 둔 무료통화 시간을 새 요금제에선 사용할 수 없었다. 이 회사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이동통신사에서 내놓는 각종 휴일 무료통화 요금제에서도 토요일은 제외돼 있다. ◆ 당초 취지와는 다른 ‘청소년 요금제’...얄팍한 상술 한 이동통신사는 지난 6월 가입자 유치를 위해 내놓은 ‘실속형 요금할인제'는 대단히 파격적이다. 기본요금과 통화료 합계가 월 3만∼4만원이면 1만원을 깎아주고, 그 이상 썼을 때 1만원당 또 10%씩 할인해 준다. 가령 5만원을 썼다면 1만1000원이나 적게 낼 수 있는 셈. 이 회사는 그러나 이 요금제에 대해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홈페이지에 고시하지 않는 것은 물론, 직영점에서는 오히려 고객 가입 신청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 18세 이하 미성년자 전용의 ‘청소년 요금제'도 꼼꼼히 따져봐야 할 요금제다. 청소년 요금제는 일정 한도가 넘으면 전화를 받을 수만 있어 자녀에게 휴대전화를 장만해 주려는 부모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모 이동통신사의 ‘팅’이라는 요금제의 경우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해 부모 동의 없이도 월 2만원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충전은 나중에 돈을 더 내기로 약속하고 한도를 넘어 사용하는 것. 특히 이 요금제는 통화료나 문자메시지(SMS) 서비스 사용액만 제한할 뿐 무선인터넷 정보이용료나 700 정보이용료 등은 제외해 “청소년들의 지나친 통신 사용을 억제할수 있다”는 당초 취지와도 한참 떨어져 있다. ◆ 소비자보호원에 이동통신 부당요금에 대한 민원 끊이지 않아 한편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동통신 부당대금 청구로 접수된 259건 중 45%가 정액제 요금과 무선인터넷 사용료에 관한 민원으로, 정액제는 통신 민원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정액제는 한도가 정해진 요금제이지만 얼마든지 더 쓸 수 있는 함정이 숨어 있다. 통신위원회는 최근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3사가 운영하는 청소년요금제가 정액 상한요금 초과로 부과되는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시정명령을 내렸다. 요금 민원이 늘어남에 따라 정액제 관련 추가 조사에도 착수했다. 무선인터넷 정보이용료와 수신자부담서비스가 추가 부과되는 것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용자 대부분은 한도가 차면 ‘충전제’를 이용하거나 1588, 1566 등의 수신자부담서비스를 통해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가정에서 쓰는 집 전화 정액요금제도 함정이 있다. KT 등이 한시적으로 판매한 시내·시외전화 정액제도 전국대표번호, 평생번호 등 지능망서비스는 정액 요금과 별도로 과금된다. 이동통신사들이 만든 데이터 요금 정액제도 한도가 넘어서면 추가로 요금을 부담(할인 있음)하는 사실상 ‘부분 정액제’ 상품이다. 이용자들이 혼돈할 수 있다. ◆ 꼼꼼히 따지고 합리적인 선택 필요해 이용자들이 정액제와 관련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은 가입 기간 내내 한도 이상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업자들은 월 2만원의 월정액을 가입하고 무제한 통화를 보장한다고 봤을 때 이용자들이 일년 내내 2만원 이상의 통화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한다. 시내전화 정액제 역시 절반 가까운 가입자가 실제 통화량보다 많은 요금을 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인터넷전화회사 대표는 “이용자들이 정액제 가입 이후 최대 5개월까지는 요금을 초과해 쓰다가 이후에는 시들해져 결국 수지를 맞추고 장기 가입자의 경우 이익을 남긴다”며 “사업자와 이용자들에게 모두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전화(소프트폰) 사업자들이 정액 요금제로 이용자들을 모아 실제로는 서비스하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컸으며, 070 인터넷전화도 일부 사업자가 ‘정액제’를 비즈니스모델로 삼고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정액제에는 요금제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사업자들이 제대로 이용약관을 알려주지 않아 함정이 존재한다”며 “소비자들이 합리적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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