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독주로 주요기업 실적부진 가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다른 기업의 3/4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LG디스플레이·포스코·대한항공·한진해운·기아차·엔씨소프트·SK브로드밴드 등 어지간한 기업의 3분기 실적이 모두 ‘저조’를 기록하고 있다. 향후 기업 전망은 어떤지, 아울러 이런 재계의 좋지 않은 상황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분석한다.

삼성, 전자 맑았지만 생명·엔지니어링 흐림?
LG전자·아시아나항공 등 줄줄이 실적부진
中 경기둔화-美 셧다운 대외적 불안요인도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1,000억원을 달성한 가운데,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매출 및 영업이익 최고치를 매 분기마다 경신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상장사 기업 전체 실적까지 늘어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계는 “주요 기업들의 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올 하반기 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접어들지도 모른다는 부정적 전망까지 나온다”고 경고한다.

대표적 실적 저조 ‘LG전자’

특히 저조한 영업 이익으로 재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표적인 상장사는 LG전자다. 삼성전자의 승승장구와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기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LG전자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598억 원(LG이노텍을 제외할 경우에는 2,024억 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전 분기와 대비해 46.3%나 감소한 결과다.

▲ LG전자는 'LG G2'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은 'G2' 공개 당시 사진 ⓒ뉴시스


이렇게 LG전자가 3/4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이유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부문에서 스마트폰 신제품 G2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재계 관계자들은 “LG전자가 G2를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를 능가할 제품으로 사활을 걸다 보니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이 다른 제품에 비해 만만치 않게 들어간 것”이라며 “올 4분기에 G2가 성공하지 못할 경우 LG전자는 어떤 상황을 맞이할 지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G2의 판매량이 4분기 들어서 호조를 보이며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을 잇는 3위 입지를 굳힐 것이라는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했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렇게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까닭은 바로 지난 10월 10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휘어진(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인 ‘갤럭시 라운드’를 단독 출시했으며 이에 따라 갤럭시S3·갤럭시노트2 등 기존 다른 모델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재고 처리하는 상황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에 따라 G2의 판매량이 지지부진해지며 LG전자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LG전자 역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LG전자도 11월 초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G2에서도 보듯 LG전자도 만만치 않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이번 3분기 같은 실적 부진에서는 일단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주요 기업 실적 ‘빨간불’

LG디스플레이도 3분기 실적 때문에 얼굴을 찡그렸다.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실적은 매출액 7조원, 영업이익 3,987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상당히 밑돌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LG화학과 LG상사 등 다른 계열사에 대해서도 재계에서는 “LG전자나 LG디스플레이만큼은 아니지만 올해 3/4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밑돌거나 정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포스코의 3분기 역시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3/4분기 포스코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7,000억 원, 4,900억 원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작년 같은 기간과 대비하면 각각 14%, 41.1%로 하락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대한항공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3/4분기 실적은 전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 1.9% 감소한 3조3,370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5.7% 떨어진 2,32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성수기가 포함된 실적임에도 저조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 역시 마찬가지다. 증권가에서는 “3/4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3.2% 감소한 1조4,588억 원, 영업이익은 64.7% 줄어든 340억 원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에서는 “아무래도 일본 방사능 이슈 때문에 일본 여행객 수가 급감한 것에 따른 여파로 보인다”며 “일본을 둘러싼 문제가 확실하게 해결되지 못 하면 항공업계 부진은 지속되지 않겠느냐”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진해운도 3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한진해운의 올해 3/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한 2조8,978억 원, 영업적자는 1억 원, 당기순손실은 2,43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한다.

엔씨소프트도 3분기 전망은 어둡다. 엔씨소프트의 3/4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은 전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각각 6.5%, 36.3% 감소한 1,795억 원, 397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우 현대자동차 부문의 올해 3/4분기 실적은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아자동차 부분의 경우 실적 및 영업이익이 저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또한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계에서는 “SK브로드밴드의 3/4분기 실적은 매출액 면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하여 1.9% 줄어든 6,362억 원, 영업이익은 2.0% 감소한 192억 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한다.

삼성그룹 역시 3/4분기 실적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며 그룹 전체의 간판주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다른 계열사의 사정을 보면 썩 밝지만은 않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3/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에서 삼성생명은 작년 동기 대비 -53.7%, 삼성엔지니어링은 -43.3%, 삼성증권은 -42.0%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결코 그룹 전체가 자축에 빠질 상황은 아니다.

또한 증권가에서는 “삼성정밀화학의 3/4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다. 삼성정밀화학의 3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 7.3% 줄어든 3,424억 원, 영업이익은 38.4%나 줄어든 114억 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경제, 사실상 위기”

상당수 경제계 전문가들은 “이렇게 상당수 기업들이 3/4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에서 저조한 상황은 그만큼 한국 경제가 현재 사실상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경제 평론가는 “저조한 기업 실적은 현재 심각한 수위에 이른 국가 부채 및 가계 부채 문제와 결합하여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또한 중국이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 분야를 맹추격하는 상황도 잠재 위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경고한다.

일각에서는 “언론이 너무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만 강조하는 바람에 전체 기업이 부흥하는 듯한 착시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가 실제로 직면해있는 위험 상황을 간과하게 만든다”고 우려한다.

반면 “4분기에는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9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자동차산업협회·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업종 단체 아홉 곳과 공동으로 ‘4분기 산업기상도’를 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 2013년도 4/4분기 산업 기상도 ⓒ 대한상공회의소


이 기상도에 따르면 정보산업통신업종은 ‘맑음(호황)’, 기계·자동차·섬유·유화 업종은 ‘구름 조금(다소 호조)’, 철강·정유·건설·조선 등 업종은 ‘흐림(다소 부진)’으로 예보하고 있어 예보대로 실제 상황이 흘러갈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장기간에 걸쳐 불황을 겪은 철강·건설·조선 등 업종의 경기가 다소 호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전반적인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렇지만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와 중국 경제의 경기둔화우려 등 대외적인 불안 요인이 잠복해있는 상태”라며 “이 때문에 경기회복이 본격화 되리라는 확실한 보장은 아직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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