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모씨 개인회사 지흥, 일감몰아주기 의혹 '여전'

LG그룹 계열사 지흥이 최근 재무개선 명목으로 LG화학에 생산설비를 매각했다. 지흥은 LG전자 구본준 부회장의 장남 구형모씨가 지분전량을 소유한 회사다. 전폭적인 그룹지원을 기반으로 지난 3년간 고속 성장해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은 회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설비매각과 그룹지원을 결부시키고 있다.

▲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2년만에 내부거래규모 880% 늘어…대부분 LG화학
형모씨 지분 100% 보유한 후 ‘자본잠식→우량기업’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흥은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라는 명목 하에 일부 생산설비를 LG화학에 넘긴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양도가액은 37억2900만원이다. 그러자 ‘그룹지원의 일환’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흥이 그간 LG그룹의 일감몰아주기 대표사례로 꼽혀온 탓이다.

지흥은 LCD 광학필름 제조회사로 2008년 6월 자본금 10억원에 설립됐다. 이후 두 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흥의 자본금은 31억원으로 늘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장남 구형모씨 지분율도 100%→90.9%(2008년 10월)→100%(2011년 2월)로 바뀌었다. 업계는 구형모씨가 지흥의 지분전량을 다시 소유하게 된 2011년을 주목했다.

공교롭게도 지흥의 실적명암이 2011년을 전후로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2010년 지흥은 매출 124억3400만원, 당기순손실 18억2500만원을 기록했으나 2011년 매출 741억9400만원, 당기순이익 74억9500만원으로 실적개선을 이뤘다. 자본잠식에서도 벗어났다. 이 기간 지흥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62억400만원에서 32억7900만원으로 변했다.

지흥이 단기간 실적개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무엇보다 ‘내부거래규모의 증가’가 꼽힌다. 설립이후 줄곧 지흥은 계열사인 LG화학으로부터 일감을 받아왔다. 2009년 1억8600만원, 2010년 2억6000만원이었던 LG화학과의 거래액은 2011년 153억2700만원으로 490% 늘었다.

지난해에도 지흥의 내부거래액은 255억6500만원(LG디스플레이 200만원 포함)으로 크게 증가했다. 비록 지난 3년(2010~2012년)간 내부거래비중은 20%선을 유지했으나 내부거래규모가 880%나 급증한 것이다. 거래방식도 수의계약이었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지흥 경영진의 면면도 그룹지원 의혹을 가중시켰다. 구형모씨는 지분전량을 보유했지만 올해 만 26세로 학생신분이다. 대신 지흥은 박종만 사장이 이끌어가고 있다. 박 사장은 LG상사 상무출신이며 구본준 부회장은 LG전자로 이직하기 전까지 LG상사 부회장으로 재직했다.

사내이사인 김광석, 송원용씨도 뉴옵틱스의 신사업팀장과 재경팀장 출신이다. 뉴옵틱스는 LG디스플레이가 지분 42%를 보유한 회사이며 지난해 특수관계자 거래규모가 매출의 99%(총 매출 1조2700억원)에 달할 정도로 LG디스플레이의 영향력이 크다. 주요 경영진 세 명이 LG그룹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흥이 LG전자, LG디스플레이와 일감 이외의 거래를 맺은 것과 관련해서도 ‘저가공급을 통한 지원의혹’이 불거졌다. LG전자는 2011년 절단용 외 기계장치 5대(63억원)를 지흥에 넘기고, LG디스플레이는 2012년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에 있는 건물(연간임차료 4억8400만원)을 지흥에 임대해준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흥에 대한 그룹지원 의혹이 거듭 제기돼온 것이다. 더욱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법 완화로 규제대상이 공정거래위원회 원안(208개사)보다 최소 40% 줄어든 가운데, 지흥은 여전히 규제대상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지흥과 LG그룹 계열사 간 거래는 민감한 사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흥, 투자재원 될까

한편 지흥의 두 번째 유상증자에서 구형모씨는 2대주주였던 서보원·민원씨로부터 4.545%씩 2만주를 사들였다. 인수가격은 총 1억원. 실적부진과 자본잠식으로 지흥의 기업가치가 하락한 데 따른 결과였다. 그러나 2011년부터 지흥이 확연한 실적개선을 이루면서 지분전량을 보유한 구형모씨의 지분가치도 뛰었다.

일각에서는 구형모씨가 지흥을 기반으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자 구광모 LG전자 부장과 후계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구본무 회장이 젊은 편인데다 구광모 부장도 젊은 나이라 후계승계가 구본무→구본준→구광모로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이러면 구형모씨도 후계구도 중심에 설 수 있게 된다.

물론 구형모씨의 ㈜LG 지분율은 0.48%로 4.78%를 지닌 구광모 부장보다 턱없이 적다. 일각에서는 구 부장이 과거 희성전자 지분 15%를 허정수 GS네오텍 회장과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에게 매각해 ㈜LG 지분을 매입했던 것처럼, 구형모씨도 지흥을 ㈜LG 추가 지분확보를 위한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지흥의 내부거래규모 증가, 재무구조 개선, 기업가치 상승 등 일련의 움직임이 심상찮아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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