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첫 성경험 평균 15세…피임교육 절실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이 왜곡된 성문화를 부추기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들의 성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교육해야 할 학교는 제대로 된 성교육 내용뿐만 아니라 담당교사까지 부족한 현실이라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성범죄 예방도 중요하지만 성관계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대처방법에 대한 교육도 절실하다. 그러나 피임교육이 오히려 성관계를 용인한다는 우려로 인해 제대로 된 피임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부 학부모들은 자구책으로 성교육을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일선 학교에서 진행되는 성교육이 부실하자 일부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뉴시스

인터넷 음란물을 통한 잘못된 성의식 위험수위 도달
학교 성교육 부실·부족…“성교육도 ‘사교육’이 좋아”
청소년 57% 피임 無…성에 대한 무지가 범죄 일으켜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중1 남학생을 자녀를 둔 김모씨(45)는 최근 학교를 방문했다. 담임을 만나 상담을 하고 나오는 길에 계단에 앉아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아들 친구를 보았다. 김씨는 반가운 마음에 옆으로 다가갔다. 김씨가 옆에 있는 지도 모른 채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남학생들. 그들이 보고 있었던 것은 여자와 말이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였다. 이른바 멘붕이 온 김씨는 웃으면서 사람끼리 하는 것만 봐라라며 서둘러 집으로 왔다고 전했다.

성교육 실태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터넷을 통한 잘못된 성의식이 위험수위로 도달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행해지는 성교육은 달라진 세태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 중학교 2학년 허모양은 학교에서 하는 성교육은 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라며 학교선생님은 동영상만 틀어주고 나가 버리고 동영상이 끝나면 궁금한 것 질문하라고 하지만 쑥스러워 질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초··고교에서 연간 15시간씩 성교육을 실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성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제재할 근거는 없는 상황.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지난해 보건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성교육 실시현황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한해 평균 5.17시간, 중학교는 3.5시간, 고등학교는 5.5시간 교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교육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성교육의 내용과 방법 면에서 개선이 요구된다.

여성가족부의 ‘2012년 청소년유해환경 접촉 종합실태에 따르면 응답자의 32.2%만이 성교육이 도움이 됐다고 대답했다.

성교육의 부족한 점으로 교육방식이 재미없었다(31.3% ) 교재내용이 부실하다(8.5%) 강사가 비전문적이다(3%) 라고 응답했다.

제대로 된 성교육을 위해서는 전문가 도입이 필수적. 하지만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청소년 성관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초··고교의 보건교사 배치율은 65.4%에 불과하다.

경기도 부천 중학교에서 보건교사를 맡고 있는 이모 교사(36)외국에는 실제 콘돔 사용법을 가르친다하지만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 아직 이러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모 교사는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피임교육이 필요하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라며 당시 학교 교사들의 반응은 콘돔사용법을 가르친다는 것은 성관계를 용인하는 꼴이다라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성교육을 대하는 교사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모 교사는 학교에서 진행되는 성교육이 우리몸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생물교육에 불과하다라며 원치않은 임신에 대처하는 피임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스웨덴의 경우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실제 피임기술을 배우고 무료로 배포되는 콘돔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다만 성에 대한 올바른 윤리관 교육을 병행하여 문란한 성생활을 예방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러한 교육방침에 의해 스웨덴은 성을 생명과 연결시킬 수 있는 윤리관을 세울 수 있으며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조건으로 서로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교육한다고 한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일선 학교에서 진행되는 성교육이 부실하자 일부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터넷을 통한 잘못된 성의식이 위험수위로 도달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행해지는 성교육은 달라진 세태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사진은 기사와 무관 ⓒ뉴시스

성교육도 사교육이 좋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임모(46)씨는 최근 초등학교 수학여행을 앞두고 성교육 전문강사를 초빙하여 그룹으로 성교육을 시켰다.

임모씨는 수학여행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사실 수학여행에서 친구들에게 전해 듣는 성지식이 올바르지 않은 데다 수학여행 때 성추행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라며 성교육 전문기관에 가서 들을 수 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학원시간 등의 이유로 강사를 초빙해서 성교육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임씨는 성교육 사설기관에 연락해서 성교육 대상 아이들의 연령과 성교육 시 요구사항을 말하면 맞춤식으로 강사를 파견해 준다고 알려줬다. 임씨가 받은 성교육은 그룹 당 20만원. 임씨는 함께 한 학부모와 분담해서 교육비를 지불했다.

임씨는 성장에 따른 몸의 변화라든가 몽정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모로서 설명해 줄 수 없었다라며 부모나 학교가 성교육을 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사설기관을 통해서라도 교육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임씨는 성교육 강사에게 성추행이 발생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요령과 성장에 따른 몸의 변화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임씨는 사실 임신을 원해 성관계를 하는 아이는 없을 것이다라며 성교육을 통해 피임방법을 알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성적 에너지를 표출할 곳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게임이나 성추행, 야동 지나친 자위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전문 강사에게 들었다. 아이들의 성의식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면 결국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냐라며 힘줘 말했다.

임씨는 1년에 한번 이런 식으로 성교육을 할 계획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담보되어야 할 성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 가운데 청소년들의 성실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 사진은 올해 3월에 시행된 경남 김해 칠산초등학교의 성교육 버스를 이용한 ‘움직이는 성문화센터 탁틴스쿨 와~’의 모습.  / 사진은 기사와 무관 ⓒ칠산초

성관계 시작 평균 15.1

청소년의 성관계 시작 연령은 평균 15.1(고교1)로 나타났다.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청소년 성관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처음 성관계를 가졌던 시기는 중1 11.8%, 2 17.4%, 3 20.1%로 중학생 때가 절반에 육박했다. 더구나 조사대상 가운데 7.5%는 초등학교 때 첫 성관계를 했다고 조사됐다.

한편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 가운데 절반 이상이 피임을 하지 않아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 또한 청소년의 낙태율은 81.6%에 달했다.

청소년의 분만도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자료에 따르면 19세 이하의 청소년 분만은 20092329명에서 지난해 2682명으로 최근 3년간 1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는 때로는 끔직한 사건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지난 달 13일 부산에서는 중학생 A(13)양이 자신의 아파트 화장실에서 아이를 출산한 후 영아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아파트 15층 창밖으로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A양을 조사한 경찰관은 스마트폰 게임으로 만난 고교생과 수차례 성관계했지만 임신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어 “A양은 배가 아파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려는 데 아이가 나와 당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해 출산 직전까지 임신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알려줬다. A양은 생리가 멈추는 등 신체에 이상이 있었지만 살이 쪄서라고 여겼다고 한다.

지난 6월에도 제주도 리조트에서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생 B(17)양이 화장실에서 아기를 출산한 후 비닐에 싸서 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청소년의 영유아 유기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사건은 성에 대한 무지와 주변의 무관심이 엄청난 비극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제대로 된 성교육과 피임방법의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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