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원내 투쟁 예고…대치 정국 풀어낼까

 민주당이 지난 23일 장외투쟁을 선언한지 54일 만에 정기국회에 참여키로 전격 결정함에 따라 정기국회 정상화에 시동이 걸렸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민생법안 처리 협조를 주문한 반면, 민주당은 유례없는 원내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일단 정기국회 정상화에 물꼬가 트였지만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여야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과연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현안은 무엇인지 여야의 입장은 어떻게 다른지 향후 정기국회의 전망을 짚어봤다.

▲ 일단 정기국회 정상화에 물꼬가 트였지만 주요 정치 현안을 둘러싸고 치열한 기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 격돌 시작…이르면 내달 국정감사, 난항 예고
가시밭길 국회, 국정원·채동욱 사태 긴급현안질의 추진
국회선진화법 논쟁…與 “위헌검토” vs 野 “공약뒤집기”
‘민생’ 이슈 선점 경쟁, 기초연금·세법개정 등 ‘첩첩산중’

민주당이 정기국회에 전격 복귀함에 따라 국회가 일단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민주당은 상임위에 선별적으로 참여하고 결산심의를 거부한다는 종전의 방침에서 선회해 국회의 모든 의사일정에 응하기로 한 것. 민주당은 이번 국회 활동을 ‘원내투쟁’이라고 선언하고 원내대표, 본부장들은 24시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민주당이 전격 등원을 결정한 배경은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새누리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한몫을 했다. 특히 정기국회에는 국정감사 등의 일정이 예정돼 있어 민주당이 정부·여당을 견제하는데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원내 투쟁 강화에 맞서기 위해 국회에 ‘정기국회 상황실’을 설치하며 이에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즉시 상임위를 완전 가동해 전년도 결산심사와 법안심사를 진행하는 데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회 선진화법으로 야당의 협조 없이는 쟁점 법안의 처리가 불가능한 만큼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여야 정기국회 전략은?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는 뜻을 모았지만, 정기국회에서 다룰 현안을 들여다보면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정기국회가 여야 격전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다수당인 여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없도록 한 국회 선진화법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는 전년도 결산심사,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새해예산안 의결 등 정기국회 의사일정에 관한 협상에 착수했다. 여야가 당장 정기국회 일정 협의에 돌입함으로써 이르면 내달 7일 국정감사가 시작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정기국회 화두를 ‘경제살리기’로 설정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기국회를 ‘경제 엔돌핀 국회’로 정하고 △일자리 창출 △기업 투자 활성화 △사회 갈등 해소 등 6대 실천과제와 126개 중점 법안을 선정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국회선진화법 보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회 선진화법에 계속 부작용이 생기면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통한다든지 해서 좀 고쳐나가야 할 것”이라며 개정론을 주장했다.

김 원내대변인의 발언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각종 민생관련 법안과 예산처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여당내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24시 비상국회 운영본부 현판식을 하고 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이에 대해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국회 선진화법이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공약이 었고 박근혜 대통령도 당시 법안 처리에 힘을 실었다”며 이율배반적인 여당의 태도를 꼬집었다.

국회선진화법은 지난 2012년 19대 국회 개원 직후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으로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 체제에서 발의하고 여야의 합의로 이뤄졌다.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의 횡포와 법안 날치기 등 그간 국회에서 벌어진 국회폭력을 방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대폭 제한하고 있는데다 쟁점법안의 경우 60%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및 검찰총장 사퇴사건 △복지공약 후퇴 △세제 개편안 △경제민주화 후퇴 및 을(乙)살리기 △4대강 비리 △검찰개혁 △언론문제 등을 7대 의제로 선정하고 정부와 여당의 실책을 추궁하는 데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23일 정기국회에서 다룰 의제와 관련해 “제일 중요한 것이 국정원의 선거부정과 ‘검찰총장 찍어내기’ 사건”이라고 밝혀, 이와 관련한 대응을 시사했다.

따라서 여야간 의사일정 협의에서 쟁점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 질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국회 논의될 현안은?

현재 여야가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기국회 쟁점 사안은 △국정원 개혁 △채동욱 검찰총장 파문 △기초노령연금법 개정안 등 복지대책 △세법개정안 △부동산 대책 등이다

이중 ‘국정원 개혁’ 문제는 격론이 예상된다.

국정원은 이르면 이달 말쯤 자체적으로 마련한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제시할 개혁안은 △기존 국내파트를 축소하는 대신 △통일기반 조성 및 역량강화 △경제안보 △새로운 위해요소 차단 등 3개 분야를 강화시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정부와 여당은 국정원의 자체 개혁안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회 3자회담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과 외국의 예 등을 볼 때 국내에서 대공·간첩 정보수집 활동을 지속하는 게 옳다”라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을 위해 △대북파트와 방첩부문의 분리 △대공수사권 폐지△예산의 국회 통제 강화 등의 고강도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 파문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를 둘러싼 청와대의 외압 의혹에 대해 검찰권 독립과 관련한 문제로 보고 법사위에서 불법사찰 의혹을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

▲ 최경환 원내대표는 “야당이 ‘슈퍼갑’ 행세를 하며 닥치는 대로 (법안) 처리를 막으면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뉴시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감찰 과정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알게 된 것이라면서 민주당의 공세를 일축했다.

특히, 채 총장을 알고 지낸 임모씨 모자의 혈액형 등 개인정보가 조선일보에 보도된 것을 두고 청와대의 불법 사찰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여야간 설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 22일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특별감찰 대상이 되는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의 혈액형을 어떤 방법으로 알게 됐는지’ 질문에 “적법한 방법에 의해서다. 어른들 여권을 보면 혈액형이 다 나와 있다고 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여권 어디에도 혈액형은 기재되어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정부가 불법적으로 개인 신상털이를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혀, 여야 간에 채동욱 총장 사퇴를 둘러싼 공방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기초노령연금을 비롯한 정부의 복지공약 후퇴 논란도 현안이다.

새누리당은 현실적인 경제 여건을 감안한 고육지책이라고 주장하는데 반해, 민주당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맞받아치고 있는 상황이다.

세법 개정안도 뜨거운 이슈다. 민주당은 정부가 지난달 마련한 수정안에 대해 대기업·부자감세 철회를 요구하며 대기업 법인세율 상향조정,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 구간을 1억5,000만원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대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후퇴를 지적하며, 국정원 개혁법안 등과 연계해 사실상 볼모로 잡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정부안 가운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수직 증축 허용,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 등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강하게 밝히고 있다. 따라서 법안 심사에 착수하더라도 국회 처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법’으로 꼽는 외국인투자촉진법도 민주당은 “특정 재벌을 위한 법안”이라며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특별법과의 병행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움직임을 ‘민생법안 발목잡기’라며 비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야당이 ‘슈퍼갑’ 행세를 하며 닥치는 대로 (법안) 처리를 막으면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속 의원들에게 “상임위별로 야당이 발목을 잡으려 하면 국민과 민생을 위해 이를 돌파하려는 단호한 결의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이 밖에 역사 교과서 논란 및 4대강 사업 국정조사 실시 등에 관해서도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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