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뭐냐", "답변 가치 없다"

이해찬 국무총리와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 이 24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1년 만에 국회에서 또 격돌했다. 지난해 10월28일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이 총리는 안 의원과 `독설'에 가까운 문답을 주고받다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고 발언했고, 이에 한나라당측은 "총리가 야당을 폄하했다"며 의사일정을 보이콧, 국회 운영이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를 반영하듯 이 총리와 안 의원은 서로에게 비난과 야유를 퍼부어 가며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지만 지난해와 같은 극한 상황은 빚어지지 않았다. 안 의원은 질문 시작부터 이 총리를 호출하더니 "노무현 정부의 정체성은 자유주의인가 중도좌파인가, 아니면 사회주의 친북 세력인가"라고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 총리 역시 초장부터 밀리지 않겠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총리는 첫 발언부터 이날 인도네시아 국회의원들의 본회의 참관 사실을 거론하며 "쓰나미 피해 지원국 국회의원들이 보고있는 자리에서 안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 자체가 창피스럽다"고 쏘아붙였다. 안 의원이 제기하는 색깔론과 정체성 공방에 휘말려들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당시 국회 방청석에는 인도네시아 국회의원들이 대정부 질문 과정을 방청하고 있었다. 이 총리는 "92년대선 과 97년대선 에 많이 활용됐던 색깔론 공방이 21세기에 들어와서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안되고 의회의 품위에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쯤 되자 안 의원도 감정이 고조된 듯 "이렇게 오만한 총리의 답변을 듣는 국민이 얼마나 한심할 지 안타깝다. 진지하게 답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순 긴장이 흘렀지만, 이 총리는 "내가 진지하게 답변하면 정체성 논란을 갖고 국민을 이간시키려는 전술에 말려 들어가는 것"이라며 "그럴 정도로 내가 경험 없는 미숙한 총리는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이 총리는 "한나라당이 아직도 나쁜 당이냐"는 안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도 "안 의원이 알아서 판단하라"며 즉답을 피했다. 안 의원은 급기야 이 총리의 `대부도 땅투기 의혹'을 겨냥,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때가 됐다"며 우회적으로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투기 사실이 없다. 농사짓기 위해 땅을 샀고 4년 동안 농사를 지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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