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세미나서 "5차회담 협상에 도움안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한 비공개 세미나에서 지난 북핵 6자회담 제4차 회담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선 높이 평가하면서도, 공동성명 타결 후 나온 한국 정부의 대규모 대북 지원 계획 방침에 대해서는 차기 6자회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본 산케이 신문은 힐 차관보가 지난 29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비공개 연설에서 “6자회담에서 한국은 미국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6일 보도했다. 그러나 이 세미나 한 참석자는 “힐 차관보가 지난 4차 회담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선 극히 도움 됐고 극히 협력적이었으며 극히 유용했다고 말했다”고 보도를 부인했다. 힐 차관보는 그러나 6자회담 타결 후 나온 한국 정부측의 대규모 대북지원 방안에 대해선 “6자회담에서 돌아와 보니 한국 언론에 대규모 지원 얘기가 났던데 이는 차기 6자회담을 앞두고 대북 협상에서 다른 5개국의 입지를 손상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이 참석자는 전했다. 이 참석자는 “힐 차관보는 대북 송전에 대해선 긍정적인 입장이었다”며 “힐 차관보가 비판한 ‘대규모 지원’이 대북 식량지원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인지는 적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미 하원 국제관계위 북핵 6자회담 청문회에 앞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산케이 신문 보도에 관한 질문에 “비보도를 전제로 얘기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확인을 거부했다. 그는 다만 “6자회담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물어보라”고 주문한 뒤 “한국은 미국에 매우 협력적이었고, 양국은 매우 긴밀히 협력했고, 한국은 미국 입장을 적극 지지해줬다”고 강조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산케이 신문 보도에 대한 질문에 “한국은 우리가 (6자회담에서) 이룬 결과에 값진 기여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 대표단이 베이징(北京)에서 한 역할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하고 “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노력을 매우 평가하며, 계속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미 한국대사관측은 “힐 차관보의 세미나 발언 내용을 모두 파악하고 있지만, 미 정부측이 비보도를 전제로 한 것임을 들어 공개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며 더 이상 논평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힐 차관보는 그동안 여러 차례 한국 정부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사의를 표했다”며 산케이 신문 보도에 대해 “매우 불쾌한 보도”라고 말했고, 다른 한 관계자는 “정확치 않은 부분도 있으나 그 부분은 미측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만 말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한미관계 전반에 대해 “힐 차관보나 한국측 파트너인 송민순 차관보는 할 말이 있으면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이”라며 “우리 양국 사이에 이견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물론 이견이 있을 것이지만,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나면 그 차이를 논의할 수 있으므로 (이견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키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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