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많은 나무…“따로 또 같이”

재계가 요동치고 있다. 오너 3~4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형제간 혹은 사촌간 파열음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분리가 막바지에 와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비롯해 사촌 형제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SK그룹, 그리고 제수와 마찰을 빚는 한진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삼성그룹, 롯데그룹, 두산그룹, 효성그룹 등도 경영 후계를 다지는 과정에서 형제간 계열 분리설이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계열 분리가 가시화된다면 재계 순위가 바뀌는 것이 자명해 재계는 예의주시한다.

재계는 지금 3~4세대 경영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형제·사촌간 잦은 파열음 발생…계열분리 가시화
미묘한 신경전 금호·한진·SK, 계열분리 위해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계열분리가 진행 중이다. 금호가(家) 4남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친형인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경영에 불만을 품으면서 촉발된 ‘형제의 난’으로 결국 독자노선을 걷게 됐다. 이미 금호석화는 지난 2011년부터 금호그룹의 CI(기업이미지)를 사용하지 않고 새로운 CI를 사용하면서 독자경영을 해오고 있다.

금호석화, 관건은 아시아나 지분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뉴시스

재계는 금호그룹의 계열분리를 시간문제로 본다. 관건은 박찬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이다. 이미 박삼구 회장과 금호산업은 금호석화 지분을 모두 정리해, 박찬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지분만 처리되면 완벽한 계열 분리가 이뤄진다.

박찬구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이유로 매각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또 박찬구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금호그룹 테두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금호석화는 금호그룹의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을 그룹 집단에서 배제시켜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으로 2심까지 금호석화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호석화가 소송을 제기한 배경은 다음과 같다. 금호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그룹에서 배제될 경우 금호그룹은 사실상 와해가 된다. 이렇게 될 경우 금호석화가 아시아나 지분을 팔지 않고도 자연스레 계열분리를 이룰 수 있게 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호석화가 채권단 구조조정 기간이 끝나는 2014년 이후 사명에서 금호를 지우는 등 확실한 독자노선을 걷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이면 금호석화의 완전한 독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한진해운, 지분매입 현금확보 필수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뉴시스

한진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한진해운의 계열분리 이슈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주사 한진칼을 설립하면서 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 오는 2015년 8월까지 계열사가 보유한 한진해운홀딩스 지분 27.45%를 한진칼로 넘기는 계획안을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범(凡)한진그룹은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 슬하 4형제가 분야를 나눠 경영하고 있다. 장남 조양호 한진 회장이 대한항공을 가지면서 한진그룹을 이끌고 있다. 2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중공업 분야를 해운은 3남인 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4남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은 금융 분야를 각각 담당했다.

이 중 한진해운은 3남인 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사망 후 조수호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을 도맡아 왔다. 최 회장은 대한항공 지분을 정리해 한진가(家)로부터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번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계열분리가 당장은 힘들게 됐다. 한진칼 설립으로 한진해운홀딩스가 자회사로 편입돼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자회사들이 공정거래법에 의거 지주회사의 증손자회사가 된다. 증손자회사를 소유하려면 손자회사가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은 자회사들의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는 한진에스엠, 에이치제이엘케이 뿐으로 나머지 10개 자회사의 지분을 매입하는데 최소 수천억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그룹 측은 현재 한진해운에 관한 계열분리 관련 말을 아끼고 있는 상태다. 아직 지주사 전환에 따른 지분 처리 시한이 많이 남아 있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분리 시켜준다고 해도 현재 해운업황이 침체된 상태에서 지분매입 자금을 확보하기 힘든 상태라 당장 계열분리가 진행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SK, 사촌형 계열분리 언제쯤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신원 SKC 회장 ⓒ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법정구속 상태에서 사촌형인 최신원 SKC회장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최신원 SKC 회장이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장남인 만큼 적당한 시기가 오면 SKC를 중심으로 SK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할 것이란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SKC는 SK텔레시스의 지분 50.01%를 가진 최대주주 지위를 비롯해 SK에어가스(80%), SKC솔믹스(46.3%), SK더블유(65%), SK라이팅(72.16%) 등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이 지난해부터 SK네트웍스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것 역시 SK그룹의 모태인 SK네트웍스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최신원 회장은 “SK네트웍스는 선친이 만든 회사”라며 “아들로서 아버지 회사 주식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해 SK네트웍스에 애착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아직까지 최신원 회장은 SKC를 비롯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보유 지분이 미미해 당장 계열분리 움직임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신원 회장은 SKC 지분은 1.66%에 불과하다. 반면 SK(주)는 SKC 지분 42.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최신원 회장이 SK(주)의 지분을 인수하려면 4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SK네트웍스 지분율 역시 0.15%로 미미한 상태다.

대신 최신원 회장은 자신의 지분이 높은 SK텔레시스(39.24%), 에이엔티에스(ANTS, 100%), 앤츠개발(91.9%) 등의 회사를 설립하고 SKC 계열사간 내부 거래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SKC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최신원 회장 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도 SK케미칼을 중심으로 SK가스와 SK건설을 거느리는 지배구조의 뼈대는 갖췄지만, SK건설에 대한 지배력 확보가 숙제로 남은 상태다. SK건설은 최창원 부회장이 9.61%의 지분으로 개인 최대주주이며 SK케미칼이 25.42%, SK(주)가 40.02%를 갖고 있다.

SK(주)가 보유한 SK건설 지분 확보에 나서려면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최신원 회장 형제가 SK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에는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는 것이 재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다만 SK그룹의 경영 모토인 ‘따로 또 같이’와 같이 적당한 시기가 오면 계열분리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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