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코멘트 불구 ‘유력 차기 지도자감’으로 떠올라

▲ 반기문 사무총장에 대한 대권 출마설이 또 다시 피어오르고 있다. 반 총장은 오는 2016년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게 돼 201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최근 잠기 귀국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차기 행보’에 대한 설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2016년 말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총장은 이번 방한 때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환담을 나누는가 하면, 대담집 출간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세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반기문 총장이 차기 대권주자로 전환할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지난 8월 27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총 6일 간에 걸친 방한 일정을 마치고 출국했다. 27일 낮 12시 45분 경 반기문 총장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하는 세계평화회의를 참석하기 위해 대한항공 KE925 편을 타고 암스테르담으로 떠났다.

방한 때마다 ‘차기 대권’ 화제 올라

반기문 총장은 지난 8월 22일 방한했다. 유엔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귀향 휴가 차원에서 방한한 것이다. 이와 아울러 『반기문과의 대화』라는 책도 출간됐다. 이 책은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 톰 플레이트가 반기문 총장과 진행한 인터뷰를 담았다. 반 총장의 그간 활동을 객관적 시각에서 충실하게 담은 이 책은 반 총장의 방한과 거의 같은 시기에 출간되어 그 배경을 두고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기문 총장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이번 방한은 이렇다 할 화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반 총장 자신도 평소 조용한 성품대로 ‘화제의 인물’로 오르는 것을 그리 탐탁지 않는 눈치다.

더욱이 국정원 국정조사 여파에 따른 민주당 장외투쟁 및 통진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나라 전체가 떠들썩하는 바람에 반 총장의 방한 행보는 더욱 묻힌 감이 있다. 하지만 “반 총장의 방한 활동은 여러 모로 주목할 점이 많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반기문 총장의 방한일정 중 가장 눈에 띠는 행보는 지난 8월 23일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 예방이다. 이 자리에서 반 총장은 대북문제는 물론 한국과 유엔 사이의 협력 방안·공적개발원조 등에 대해 박 대통령과 논의했다.

정계에서는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반기문 총장이 ‘차기 대권 주자’ 물망에 단골로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이라, 이들의 만남은 더욱 예사롭지 않다.

반기문 총장의 ‘대선 후보 진출설’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이번에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바로 반 총장의 임기가 2016년 말에 끝나기 때문이다. 정계에서는 “반 총장의 임기 만료 시기와 다음 대통령 선거 시기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차기 대통령 선거는 2017년 12월 19일에 치러질 예정이다. 반기문 총장이 임기를 만료한 뒤 약 일 년 뒤에 치러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계 관계자 상당수는 “이 같은 텀은 반 총장이 국내에 복귀하여 대선 가도를 다져나가는 데 지극히 충분한 시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전 노무현 대통령이나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도 ‘돌풍’을 일으키는 데 일 년 남짓의 시간이 소요됐다. 반기문 총장의 경우도 명성과 세력을 잘 구축하면 충분히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사점 많아

이처럼 반기문 총장이 벌써부터 대선 물망에 오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위치가 반 총장이 지닌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보증한다.

복수의 정계 관계자는 “반기문 총장은 인지도 면에서 박근혜 대통령만큼이나 탄탄한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리더’라는 누구도 넘보기 힘든 이미지가 반 총장의 큰 자산이다. 아이들이 보는 일부 세계 위인전집에도 반 총장이 포함돼 있을 정도니, 2017년에 맞춘 그의 인지도는 지금 박근혜 대통령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총장 사이에는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아는 인지도 ▲특유의 성실성과 신뢰감으로 경력을 차근차근 구축한 점 ▲리더십 역량에서 긍정적으로 검증받은 점 ▲과묵하고 쉽게 앞에 나서지 않는 성향이지만 결단이 필요할 때는 적절하게 나설 줄 아는 지도력 등이 두 인물의 유사점으로 꼽힌다.

또한 정계 일각에서는 반기문 총장이 ‘충청권 출신’이라는 사실도 상당한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그동안 전통적으로 충청권은 ‘캐스팅 보트’ 지역을 자처하며 은근한 세력 과시를 해왔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도 충청권의 지지로 덕을 톡톡히 보았다”는 설명이다.

즉 “박 대통령의 경우 세종시 찬성에 관한 소신 발언은 물론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 충북 옥천인 점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이렇게 충청권 유권자가 품을 수 있는 호감 요소는 반기문 총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경우 거의 고스란히 되살아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한 반기문 총장이라는 인물은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현재 맥이 끊어진 ‘거물급 인사’의 재등장이라는 면에서 ‘흥행 몰이’가 된다는 견해도 있다. 정계 일각에서는 “YS·DJ·노무현 전 대통령의 면모에 비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잠재 후보군은 스케일 면으로 보면 약한 게 사실”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차기 대권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로 여권에서는 김무성 의원·김문수 경기도지사·정몽준 의원 등이, 야권에서는 안철수 의원·박원순 서울시장·손학규 전 의원 등이 꼽히고 있다. “이들이 나름대로 탄탄한 인지도와 저력을 갖춘 인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무게감’ 면에서 반기문 총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이밖에 반 총장의 부인인 유순택 여사도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유순택 여사는 반 총장 일정에 거의 동반하며 ‘내조’를 든든하게 다지는 면모를 보여왔다. ‘안정적인 퍼스트레이디’의 이미지를 쌓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때문에 반 총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각 정당에서 최우선 영입 대상으로 각광을 받았다. 지난 대선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새누리당 친이계는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설 경선후보로 반 총장을 꼽아 공들여 물밑 작업을 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또한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반 총장 영입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작 당사자인 반기문 총장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대선 출마설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아예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방한에서도 반 총장은 예의 묵묵부답으로 질문 공세를 비껴나갔다.

반 총장은 지난 8월 2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016년 사무총장 임기가 끝난 뒤 대선출마 제안이 들어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대변인이 답변하세요”라는 반응을 보이며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국내 정치 풍향과 맞지 않는 인물’ 의견도

이와 같은 반 총장의 태도는 ‘차기 대권에 대해 당분간은 묻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반 총장이 방한했을 때 받은 엇비슷한 질문에 대해 “국내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 대선에 출마도 하지 않을 것이고, 현재로써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직무에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며 강력하게 의사를 표한 것과 비교해 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 때문에 정계에서는 “반 총장의 노코멘트는 사실상 앞으로 상황 추이에 따라 대권 도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차기 대선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있으니, 정치권 변화 등 앞으로 일어날 변수를 충분히 가늠하여 향후 출마 문제를 깊게 고려해보겠다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반기문 총장의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계 일각에서는 “한국 대통령은 유엔 사무총장과는 상당히 다른 자리”라며 “우리나라에서 대권에 도전하려면 무엇보다 ‘권력에 대한 욕망’과 ‘세력 구축’이 가장 중요한데, 반 총장이 한국에 돌아와 야심을 품고 세몰이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또한 “일단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정계에 진출한다면 그동안 보인 성향상 새누리당이 유력하다”며 “기존 당내 세력과 화합해 ‘자기 편’으로 아우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와 더불어 “과거 최규하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도 보듯, 정계나 법조 출신이 아닌 외교계에서 경력을 쌓아온 리더는 익혀온 업무 특성상 국정 장악력 면에서 다소 약점을 보이는 게 사실”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부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반 총장이 대선 출마 입장을 보인다면 차기 대통령 선거는 어느 때보다도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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