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비리 처벌강화, 김영란法 통과…‘원안 후퇴’ 논란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끓이지 않는 가운데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7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당초 지난해 8월에 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공직사회 등의 저항에 직면해 그동안 난항을 겪어 왔다. 김영란법을 둘러싼 논란을 담았다.

 
▲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끓이지 않는 가운데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이 7월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뉴시스
 
김영란법 1년만에 국회로공직자 비리 처벌 확대
공직자 부정청탁·금품수수·이해관계 직무수행 금지
대가성 없어도직무관련 공직자 금품수수 처벌가능
김영란, 정부 현행법 보완”- 민주 원안보다 후퇴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엄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던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일명 김영란법1년여 만에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법안은 기존 법률로는 처벌이나 재제가 불가능한 공직 비리를 겨냥해 공직비리의 범위와 처벌수위 높였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당초 원안보다 크게 후퇴해 누더기 법안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공직자의 부패는 중앙·지방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끊임없이 횡행해 왔다. 굳이 사례를 열거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은 줄 돈이 없으면 빽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공직비리에 분노를 삼켜왔다. 공직 부패에서 가장 문제로 지목되는 것은 공무원과 직무 관련자와의 거래. 이러한 부패유형은 이번 김영란법에서 처벌이 강조된 핵심적인 사안이다.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 카페 청진기와 함께하는 청렴도 진단
김영란법 주요 내용은?
 
김영란법은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 공직자의 금품수수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직무수행 금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제정안에 따르면 공직자는 대가성이 없더라도 직무와 관련된 금품을 수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더구나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더라도 제3자가 개입한 부정청탁이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여기서 부정청탁이란 공직자가 법령을 위반하게 하거나 지위·권한을 남용하게 하는 청탁·알선을 뜻한다. 공직자는 대가성이 없더라도 자신의 직무와 관련되거나 자신의 지위·직책의 영향력을 통해 금품을 챙긴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직무 관련성이 없는 금품 등을 수수했을 경우, 받은 돈의 2배 이상5배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현행 형법의 한계를 보완했다.
 
3자를 통해 공직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는 행위도 제재 대상이다. 청탁한 제3자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3자가 공직자면 3000만원 이하), 청탁을 의뢰한 이해당사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부정청탁을 들어준 공직자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는다.
 
당초 입법예고는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챙긴 모든 공직자를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이었으나 법무부 등의 반발로 과태료 부과로 크게 후퇴했다.
 
 
▲ 정홍원 국무총리. 사진 / 이광철 기자
 
법무부는 모든 금품 수수에 형사처벌을 적용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며 반대했다. 이에 권익위와 법무부가 직무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과태료만 부과하는 것으로 수정했다가 이달 초 정홍원 총리의 이견조정으로 결국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부분에만 형사처벌 조항이 일부 되살아났다.
 
공직자의 가족이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지 않았거나 금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에도 처벌이나 과태료 대상이 된다.특히 차관급 이상 공무원, 광역기초 자치단체장, 교육감, 공공기관장 등 고위공직자는 임용전 3년 동안 이해관계가 있는 고객의 재정보조, 인허가 조세부과 수사 등의 직무에서 배제된다. 이는 공직자의 이해관계인에게 특혜제공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조치다.
 
이밖에 고위공직자·인사담당자 가족의 소속·산하기관 특별채용 고위공직자·계약담당자 가족과 소속·산하기관의 수의계약 체결 직무 관련자에게 사적 자문 제공 직무 관련자와의 금전차용·부동산·용역·공사 등 거래행위 부하직원의 사적 노무 동원, 부동산 개발 등 직무상 비밀 이용 등이 금지된다.
 
현행법은 직무상 비밀을 사적으로 활용하는 행위는 금전적 이익을 얻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는데 반해 이번 제정안은 실제로 이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번 법안은 국회, 법원 등 헌법기관과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각급 국공립학교, 공직자윤리법이 적용되는 공직유관단체(824)와 공공기관(295)에 모두 적용된다.
 
원안 보다 후퇴, 비판 확산
 
당초 원안에 비해 후퇴한 이번 법안은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공직자의 처벌 범위와 수준을 강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태료 부과 조항만으로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뿌리 뽑을 수 없다는 이유다.
 
특히 스폰서가 선의로 준 금품을 받았다고 주장할 경우에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점이 거론됐다.
제정안을 발의한 김 전 위원장도 스폰서 등이 부정부패의 온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제정안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많게는 5배까지 물리는 과태료와 해임·파면 등의 중징계가 수반되면 강력한 제재라고 옹호하고 있으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원안대로 가야 한다며 입법안을 상정한 상태다.
 
현재 민주당 김영주·이상민 의원이 발의한 부정청탁금지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두 법안은 김영란법 원안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처벌조항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정부안으로는 그동안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돼온 일명 스폰서 검사식 부패고리를 자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공직자 부패를 척결하는데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경각심을 줄 수 있는 해외조사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홍콩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패 정도는 6.98점을 기록했다. 이는 싱가포르, 일본, 홍콩 등에 비해 최소 2~3배가량 높은 수치다.
PERC2013년 보고서에서 한국의 부패도를 아시아 선진국 중 최악이자 지난 10년 중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의 공직사회, 정치권 청렴도 평가에서 전체 176개국 중 한국은 45위에 그쳤으며 OECD 34개국 가운데서는 27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청렴도 1위를 지키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공무원이 뇌물을 받을 뜻이 있었던 것만 드러나도 공직사회에서 영구 추방한다.
싱가포르의 예로 볼 때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으려면 엄격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하며 김영란법을 원안대로 되돌려야 한다는 요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법안은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하지만 당초 입법안에 비해 공직자 금품수수에 대한 형사처벌 범위가 줄어들었다며 야당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안 내용이 과도하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국회의원의 경우 상시적으로 각종 청탁과 민원에 노출돼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발목을 잡을 조항을 처리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커 국회 처리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