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한국 사회 분열의 조짐들 보수와 진보.

지난해부터 끊이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논란이 있다. 바로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 내에 설치된 ‘맥아더 동상’ 철거 혹은 이전에 관한 논란이다. 한국전쟁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57년 9월 15일 자유 공원 내에 동상을 세웠으나, 우리 사회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각이 첨예하게 양분되어 있어 이제는 반세기 넘게 지켜오던 명예롭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위기에까지 처해 있다. 남북으로 나뉜 것도 모자라서 남한은 또 다시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동상 하나에 뿌리 깊은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대립된 이들에 의하면 맥아더는 평화와 자유의 상징이기도 하였고, 민족의 분단과 분열을 초례한 민족의 적이기도 하였다. 지난 2002년 미국의 9.11테러 이후 반미 감정이 악화된 진보세력은 이 땅에서 민족 분단의 씨앗인 미군의 잔재들이 모조리 사라져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는 전쟁과 분단의 상징물로 여겨지는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세력의 주장 9월 11일 인천지역 30여개의 진보 단체들은 ‘미군 강점’이라는 표현을 쓰며 동인천역 광장 앞에서 ‘반미자주’결의 대회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진보세력들은 맥아더 동상의 철거와 미군 철수를 촉구하기도 하였다. 보수진영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진보세력에게 있어서의 맥아더 장군 동상은 단순한 조형물은 아니었다. 동상은 조형물 이상의 그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양측은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진보에게 있어서 맥아더는 전쟁으로부터 우리를 구해낸 전쟁 영웅이 아닌, 전쟁의 상징이자, 분단의 상징이며, 양민 학살의 주범으로 평가되어지고 있다. 진보세력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면서 동시에 내전이었다고 주장한다. 통일을 위한 내전이었을 뿐이고, 미국은 이에 개입을 함으로써 한달 이내에 끝냈을 수 있었던 전쟁을 길게 이어가게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생명의 은인이 아닌 생명을 앗아간 원수라는 것이다. 당시 대권을 노리고 있던 맥아더는 자신의 업적을 쌓기 위해 전쟁을 치르며 ‘전쟁광’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어 인류의 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민주조선은 평양발 논평을 통해 맥아더의 이면을 드러내 보이기도 하였는데, 논평에 의하면 맥아더는 52년 동안 군복을 입고 수많은 침략전쟁에 참가했으며, 나중에는 극동군사령관, 유엔군 사령관직을 차지하고 극동의 제왕 또는 동쪽의 나폴레옹으로 자처한 악명 높은 전쟁광신자라고 표현했다. 특히 그가 우리 민족 앞에 저지른 죄악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며, 8.15광복직후 해방자의 탈을 쓴 미군이 남한에 기어들어 포악한 군정통치를 실시하게 한 것도, '단선단정‘ 음모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총칼로 탄압하도록 살인명령을 내린 자도 바로 맥아더라고 했다. 이에 관계 되어 범청학련 통일 선봉대 이재근 서군 대장 또한 맥아더는 보도연맹 관련자 20여만 명을 학살하는 등 양민학살의 책임자라고 주장하였다. 양민학살을 하고 난 뒤 그는 맥아더 포고령 2호로 일제 치하의 잔당들을 그대로 미군정에 등용시켜 친일파를 모두 친미파로 흡수시킨 장본인이라고 규탄하기도 하였다. 또한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 강희남 상임의장은 한 언론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 저들의 노예로 살아왔지만 우리의 아들, 딸, 손자들은 똑똑한 자주하는 국민으로 만들자고 해서”라고하며 맥아더 동상 철거 주장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보수 세력의 주장 진보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하여 보수는 그들을 온통 좌익 빨갱이로 몰아넣는 분위기였다. 맥아더 동상을 세계문화유산에도 비유를 할 정도로 동상 사수에 열을 올렸다.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진보의 결의 대회와 같은 시간 1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둘기광장에서는 인천지구 황해도민회와 자유민주연합이 주최하는 맥아더 동상 사수결의대회가 진행되었다. 이 곳에서 인천지구 황해도민회 류청영 회장은 맥아더 동상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붕괴시킨 세계문화유산지정 비미얀 고대석불에 비유하면서 맥아더 동상 철거가 주요 외신들에게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아주 우스운 꼴이 되고 말 것이라며 은혜를 악으로 갚은 민족으로 인식될 것을 염려했다. 대체로 맥아더 동상을 사수해야 한다는 보수의 논리는 대부분이 진보 세력의 주장에 받아치는 역주장의 경우가 많았다. 맥아더 동상은 전쟁의 상징이자, 분단의 상징이라는 진보의 주장에 대해 거꾸로 보면 그것들을 상징한다고는 하지만,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뜻도 될 수 있다고 반박하는 한편, 맥아더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한국전쟁이 한달 이내에 빠르게 종전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빠르게 종전되는 대신 남한은 이미 적화 통일이 되어버렸을 것이라는 타당한 주장을 내세웠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주장을 하는 진보세력에 대해 이는 친북좌익 세력에 의한 배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며 이제 바야흐로 몰락의 길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사건이라고 규명했다. 그동안 친북좌파 세력은 그 정체를 숨긴 채 ‘민족’이나 ‘통일’, ‘평화’ 등의 추상성이 한 단계 높은 구호로 위장하여 왔다고 주장하며, 이런 방법으로 친북좌파는 사회의 진보적 세력과 연대할 수 있었고 그 세력을 불려 갈 수가 있었던 것이라 했다. 이러한 위장 전술이 촛불시위의 동력이 되었고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켰다고 보았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자 세상이 바뀐 것으로 확신한 그들은 적화를 확대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 최적이라고 판단하였는지 정체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드러난 그 정체가 바로 맥아더 동상 철거 주장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은 얼마전 지방언론사 편집국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맥아더 동상의 철거는 국교에 굉장히 해로운 일이라 생각하며, 동상을 철거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4일 유엔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중인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숙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동포 간담회를 갖고 맥아더 장군과 미군의 인천상륙작전은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에 동상 역시 우리의 역사가 되는 것이라고 밝히며, 동상을 끌어내리는 방식으로 한미관계를 관리해서는 안 된다며 거듭 철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은 강한 반발을 하는 등 적잖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는 이 날 성명서를 통해 노대통령의 맥아더 동상 철거에 대한 입장표명은 집권 후반기 들어 친미보수의 길을 가겠다는 공개적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하며 대통령이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의 자존심을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역사에는 바로잡아야할 역사와 이어받아야할 역사가 있는 것인데, 최근 정부는 친일 행위자들에 대한 대처의 모습을 보이며 매우 바람직한 모습을 보였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정책과는 다르게 역행하는 노대통령의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맥아더 사수 집회를 열어온 보수 단체들은 노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당연하고 시의 적절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황해도민 유청영 회장은 미국과 맥아더 장군이 아니면 6.25전쟁 때 적화통일 되었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살 수 있는 것도 다 미국과 맥아더 장군의 덕분인 만큼 노 대통령의 동상 철거반대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표명은 그간 보수세력들이 노 대통령을 친북좌파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왔던 것과는 다른 것이어서 더욱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데, 최근 ‘연정’의 발언과 관련하여 보수를 끌어 안아보자는 정치적 발언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들고 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동상을 그대로 두고 역사로서 존중하고 나쁜 것은 나쁜 대로 기억하고 좋은 것은 좋은 대로 기억해야 한다고 하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이 시간부터 자주 독립국가로서 책임을 다하고 할 말을 다 하며 상호존중하는 가운데 미국과 협력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금 당장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해결하는 것 보다는 중요한 것은 변화되고 있는가와 어떤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는가가 더욱 중요한 것이라고 말하며, 지금의 모습처럼 분열된 상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서 스스로의 모순 또한 찾을 수 있었다. 매번 급진적이고, 성급한 정책의 실현을 도모해 온 대통령 스스로가 이번에는 “모든 것은 서서히 변화하는 것이 부작용도 없으며, 순리에 맞지 않겠느냐“라는 식으로 상황을 대처함으로써, 자기모순에 빠진 모습을 보여 언론의 비판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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