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감사’ 논란, 감사원 개혁론 대두

정치 대선 개입사건으로 국가정보원 개혁론이 들끓는 가운데 감사원에 대해서도 수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감사원이 최근 4대강 사업 감사 결과,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감사결과의 사실 여부를 떠나 정권에 따라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결과에 따른 논란을 담았다.

 
▲ 최재해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10일 감사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에 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4대강 감사 후폭풍국정원 이어 감사원 개혁
정권 따라 갈지자 행보, 감사원 독립성문제
“22조 대국민사기극, 4대강사업 엄격 검증 촉구
 
 
최근 감사원이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밝히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시행초기부터 각계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를 비롯하여 학계에서도 실효성에 대해 전방위적 반대가 거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22조원의 혈세를 쏟아 부으며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
 
이른바 녹조라테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환경파괴논란과 부실공사라는 거센 비판이 끊이질 않았으나 감사원은 2010년 실시한 4대강 사업 첫 번째 감사 결과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2012년에 실시한 두번째 감사결과는 이명박 정권 말기인 올 1월에 발표됐다. 당시 감사결과는 각 분야마다 졸속과 부실이 확인됐다라며 1차 감사결과를 뒤집었다. 이어 지난 10일 발표한 세 번째 감사결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총체적 부실과 비리, 대운하를 염두에 두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 전 대통령의 대운하 포기발언은 결국 거짓말이었으며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강행하기 위해 건설 비리를 묵인 내지 방조했다는 점도 밝혀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가 1,2차 감사 결과와 다른 이유에 대해 1차 감사는 사업 타당성 조사와 환경평가 등을 했고, 2차 감사는 시설물의 품질과 수질관리를 위주로 조사했으며, 3차 감사는 건설사들의 담합이나 관련부처 등의 관련성 등을 감사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감사결과의 사실 여부를 떠나 정권에 따라 감사내용이 달라지는 점을 거론하며 감사원 개혁론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감사결과를 토대로 철저한 검증과 국정조사를 통해 사건의 내막을 파혜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단 청와대는 감사원 결과에 손을 들어줬다.
 
 
 
감사원 정권따라 갈지자 행보
친이명박계 정치 감사반발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에 대해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의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이 수석은 그동안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익명 보도를 전제로 발언해 왔지만, 이번에는 실명 인용을 당부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이례적으로 전 정부의 실책을 비판하고 나서자 청와대가 전 정부와의 선긋기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전 정부에서 벌어진 잘못들을 털고 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청와대와 손발을 맞추어 오던 새누리당은 입장이 양분됐다.
새누리당은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놓고 ‘4대강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새누리당 친이계 의원들은 정치적 감사라며 감사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친이계 의원들은 감사원의 4대강 사업관련 감사결과가 모두 다르게 나온데 대해 감사원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기획성 감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이 권력에 비위를 맞추는 해바라기성 감사를 했다는 것.
 
감사위원 출신인 황우여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결과적으로 동일한 사안에 대해 3번의 사전·사후 감사를 통해 감사결과를 달리 발표했는데 과연 어떤 감사결과가 맞는지 신뢰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감사원 독립성에 대해 정권교체가 있어도 감사원은 꿋꿋한 자세로 헌법 정신에 따라 엄정한 감사를 함으로써 최고 감사기관의 권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4대강 사업에 앞장섰던 친이계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한 라디오에서 그때그때 다른 감사원을 어떻게 신뢰하겠느냐면서 감사원을 감사해야 할 상황이라며 감사원 개혁에 힘을 실었다.
 
감사원의 4대강 감사결과를 놓고 새누리당은 고심에 빠졌다. 감사 결과를 수용하자니 친이계의 반발이 거세고, 거부하자니 민주당 등 국정조사 압박이 부담스러운 진퇴양난의 상황. 심지어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조차 상반된 반응으로 갈리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갈등 기류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친이계 의원들이 최근 감사결과를 의심하는 것과 달리, 시민단체와 야권은 이명박 정권 당시 감사원이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없다고 한 행태를 비판했다.
 
 
 
야권 4대강 국정감사 요구
·야 감사원 개혁론 제기
 
야권은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 문제에 공감하고 개혁해야 하지만 이와 별개로 4대강 사업에 대한 검증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2010년에 제보를 받고 마스터플랜을 만드는 TF에 청와대 비서관들이 직접 참여해 대운하 사업과 같은 수심으로 하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감사원의 발표는 뒷북도, 몇 년 뒷북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 기간 뒷북 감사 정도가 아니라 아예 감사를 안했고, 감사를 해도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한 측근인 은진수 감사위원이 4대강 감사를 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수박 겉 핥기였다당시 내각의 관료들과 감사원도 이 과정에 대해 국정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주당 김관영 당 수석대변인도 대운하 사기극으로 밝혀진 4대강 사업은 바로 전·현 새누리당 정권의 공동책임이 분명하다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남의 일처럼 말하지 말고,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정확한 입장을 표명하기 바란다4대강 사업 관련 국정조사 수용을 요구했다.
 
한편 통합진보당은 4대강사업 감사원 감사결과와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 정종환 전 국토교통부장관,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권태균 전 조달청장 등 5명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했다.
 
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는 국민을 기만하고 22조원의 혈세를 낭비하고 사익을 위해 국가권력을 오용했던 집단들에게 책임을 물으려 한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4대강 후속대책 이어질 듯
감사원법 개정안 처리 방침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 친이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건설사의 담합과 비리에 대해 방조와 묵인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이상 4대강 전반에 대한 검증과 철저한 조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향후 4대강 사업의 논란거리는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관여했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운하를 직접 언급했다는 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여러 정황상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생각은 들지만 업무상 배임이나 직권남용으로 사법처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MB정부에 대한 현 정권의 선 긋기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강도 높은 후속대책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감사원 개혁론도 여야가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상황이라, 향후 논의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실제 감사원은 정권교체기마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2일 논평을 통해 감사원은 정권초기와 말기, 정권교체기마다 정치외풍에 흔들려왔다감사원은 2003년 대북송금사건, 2008년 봉하마을 특감 등 하나같이 대통령 임기초-임기말에 맞춰 터뜨렸다고 주장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감사원이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이 되도록 관련법령을 바꿀 것을 촉구했다.
 
감사원은 형식상 독립기관이지만 감사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 5인 이상 11명 이하로 구성된 감사위원은 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는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로 작용한다.
 
감사원의 표적감사정권코드 감사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본격화됐다.
20083월 감사원이 공기업 경영 실태 감사에 들어가자 표적감사논란이 제기됐다. 청와대가 노무현 정부 출신 공기업 기관장들에 대해 사퇴 압박을 시작하던 때라 정치 감사라는 불만이 도처에서 흘러 나왔다. 그해 5, 감사원이 KBS와 정연주 사장에 대한 특별감사에 돌입하자 공영방송 길들이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감사원은 국가최고 감사기관으로 다른 부처와 달리 국회 말고는 감사원을 감사하는 기관도 없는 실정이다.
 
감사원 개혁과 관련해 민주당은 감사원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감사원 개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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