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관광의 실태와 문제점

문화계 전반에서 고조된 한류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성형강국으로서의 한국의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성형수술을 목적으로 한 외국관광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나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바가지 요금’과 ‘성형브로커’들이 판을 치면서 어렵게 얻은 한류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형관광의 실태와 문제점을 담았다.

▲ SBS드라마 ‘돈의화신’ 캡처 (사진은 기사와 무관)

 

 

 

 

 

 

 

 

한류바람과 맞물려 성형수술 목적 관광객 급증
성형관광객 불법브로커 활개, 수수료 폭리 챙겨
바가지 요금·부작용 관리까지 허술, 한류 ‘먹칠


한국은 성형수술비율이 인구 1000명당 13.5건으로 전 세계 최고인 성형강국이다. 더구나 문화계에서 불기 시작한 한류바람과 맞물려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의료관광객은 한국 성형외과의 중요 고객이 됐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 성형 관광객 중 중국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가량이다. 의료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환자 수는 예년에 비해 약 300% 가량 늘어났다. 이들이 성형수술에 쓰는 1인 당 평균 지출 비용은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6000만원. 시술 비용 이외 숙식, 관광비 등 기타 비용까지 합산하면 경제적 효과가 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 서울 강남의 이른바 성형외과 거리에서는 중국어로 된 간판을 흔히 볼 수 있다. 심지어 중국인 성형 관광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모바일로 손쉽게 관련 정보들을 검색할 수 있도록 성형 관련 의료 정보 서비스 애플리케이션도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 거리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쓴 채 돌아다니는 외국인을 보게 된다면 이들은 성형관광객일 가능성이 높다. 의료관광객이 늘어나자 정부는 5월에 의료관광객용 숙박시설, ‘메디텔’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성형 불법브로커 활개

강남에 위치한 한 성형외과 이모 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성형수술을 하러 오는 중국인은 5년 전만 해도 한달에 1~2명도 안 됐지만 지금은 1년에 300명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이 병원을 찾는 의료관광객은 한 가지 시술만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현재 이 병원에는 중국인 전담 코디네이터는 물론이고 유창하게 중국어를 할 수 있는 간호사까지 고용해 성황을 누리고 있다.

이 원장은 “중국인들은 드라마에서 본 연예인의 사진을 가지고 와서 이처럼 해달라고 한다. 주로 눈과 코를 많이 하는데 요즘은 양악수술이 크게 늘었다. 이는 한국 연예인들의 양악수술후의 모습이 알려지면서 부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성형수술을 통해 외화벌이 선두에 선 애국자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중국인 고객은 어떻게 유치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영업비밀”이라며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영업비밀’은 무엇일까?
중국 상하이에서 의료도매업을 하는 중국인 A씨는 10년 전부터 사업상 한국을 자주 출입했다. A씨는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 배우가 입은 옷이 인기를 끌자 패션정보를 얻기 위해 강남과 압구정 거리를 자주 둘러보게 됐다”며 “이 때문에 자연스레 성형병원에 눈길이 갔다”고 말했다. 그녀는 몇 년 동안 고심한 끝에 5년 전 눈과 코 부위를 성형했다.

A씨는 수술 후, 지인들에게 호평을 받게 됐다. 중국인 성형브로커 A씨는 얼굴만 보면 연예인 수준이다. 중국인 지인들은 한국어에 능통한 A씨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았다.

이에 성형외과는 중국인 성형환자를 유치할 경우 소개료 명목으로 수고비를 주겠다는 제안했다. A씨는 성형브로커 수입이 의류도매사업으로 인한 이익 보다 더 크게 되자 전업했다.그녀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병원뿐만 아니라 호텔과 식당 등을 통해서도 소개비를 챙겼다. 브러커 일이 잘되자 양악수술까지 했다. 그녀는 “제가 한 성형수술은 영업을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A씨의 성형브러커 일은 순탄히 진행됐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했다. A씨가 소개한 중국인 환자 B씨가 성형 환자가 부작용을 겪으며 병원에 대책을 요구한 것. B씨는 병원에 재수술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 A씨로 인해 ‘바가지 요금’을 낸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몰라 고심하고 있다.

A씨에게 ‘성형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처리하냐’라고 질문했으나 그녀는 “자신은 그런 병원은 절대 소개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A씨가 소개해서 성형수술로 피해를 본 B씨를 알고 있다고 하자, 말끝을 흐렸다.

성형수술을 소개해주고 받는 수수료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자 A씨는 “수수료는 소개하는 과정에 개입하는 사람이 많으면 늘어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여행사가 30~40%의 수수료를 챙겨가고 중국인 가이드와 현지인 가이드가 각각 10%정도 챙긴다”고 귀뜸했다.

A씨는 성형수술을 소개하는 수수료는 부유층으로 갈수록 크다고 알려줬다. 환자가 부유층일 경우 병원에서는 1회성 고객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더 높은 수수료를 주기 때문. 이에 A씨는 부유층과의 인맥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사교모임에 갈 뿐만 아니라 한국의 성형외과 모임에도 관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 성형외과 중국인 대상 설명회(사진은 기사와 무관) ⓒ뉴시스

성형관광 피해 대책 시급

이렇듯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성형수술로 인해 변신에 성공한 사람을 중국인 브로커로 내세워 신뢰를 주면서 불법적인 호객행위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수수료 명목으로 브러커가 챙기는 이익만큼 성형 수술을 하는 환자가 내야 하는 의료비는 증가한다.
 

실제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성형수술의 경우 내국인과 비교할 때 ‘바가지 요금’인 경우가 많았다. 외국인이 쌍커플 수술을 하는 경우 우리 돈으로 500만원에서 시작해 앞트임과 뒤트임을 모두 할 경우 1000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코는 700만원, 양악수술은 7천만원이 넘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받는 수술비용보다 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비싸다.

불법브로커가 끼어들면서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오히려 비싼 수술비가 소문이 나면 중국인 관광객에게 더 인기가 오르는 기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어 그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성형수술의 경우 내국인에 비해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대처가 더욱 어려운 경우가 많다. 외국인들은 언어적인 장벽과 먼 거리로 인해 피해 보상은커녕 하소연하기도 힘든 상황.

중국의 대표적인 성형 정보 공유 사이트에는 한 달에 수십 건씩 한국 성형시술의 부작용에 대한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지난해에는 중국인 성형피해자가 해당병원에서 피켓시위를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의료관광유치법에 의해 합법적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환자 유치 알선행위를 할 수 있는 업체는 400군데가 넘는다. 정상적인 유치업자들은 보건산업진흥원에 등록을 하고 10~15% 정도 수수료를 낸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요인으로 병원은 중국인 불법 브러커를 통해 환자를 소개받고 있다. 불법브로커는 통상적인 수수료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성형부작용의 원인이 ‘불법 브로커’가 한몫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불법 브로커들은 의료사고가 나도 병원을 잘못 알선한 데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또한 실력있는 병원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수수료가 높은 병원을 알선하는 경우가 많다. 실력이 없어 인기가 없는 병원일수록 높은 수수료를 주면서 환자를 호객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중국현지에도 이 같은 실태가 방송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주한 중국대사관도 성형외과 광고를 절대 믿지 말고 자세히 알아보라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는 외국인의 성형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성형수술 가격을 공개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발표했다.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성형관광 피해자를 위한 대책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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