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에 퍼 부은 폭격보다 더 큰 위력의 ‘카트리나’는 중동의 증오?

“알라후 아크바르”라는 말은 이슬람어로 ‘신은 위대하다’라는 뜻이다. 최근 이슬람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이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많이 쓰이고 있는 말인데, 그들에 의하면 미국 남부에 불어닥친 ‘카트리나’는 전쟁을 일삼으며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혀 온 ‘부시’에 대한 하늘이 내린 최후의 경고 메시지라는 것이다. ◆신의 분노는 시작되었다. “하늘은 ‘부시’를 응징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단지 맛보기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라는 말들은 지난 달 29일 미국 남부 지역을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말미암아 생겨난 말들이다. 수년 동안에 걸친 미국과 중동지역 간의 갈등을 통해 보았을 때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미국 내에서야 거대한 자연의 재앙이지만, 이슬람권에서의 ‘카트리나’는 자연재해의 측면에서만 머물지 않는다는 해석에서 생긴 표현들이다. 그것은 그동안 자신을 마땅한 ‘선’의 대변인이라고 부르짖으며 중동을 괴롭혀온 ‘부시’에 대한 하늘의 경고 메시지이자 무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던 중동지역의 복수를 하늘이 대신해 준 것이라는 믿음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들의 이러한 믿음이 결코 우습게 여겨지지만은 않는 이유가 있다. 이번 ‘카트리나’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는 건물들이 마치 폭격을 맞은 듯 부서졌고, 도시 곳곳에서는 수해의 현장임에도 화재를 동반한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전쟁터 보다 더 전쟁터 같은 느낌을 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미국이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 가했던 폭격 현장에 비해 더욱 심각하면 심각했지 다를 바는 없어 보였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미국은 바그다드에 살상용 무기를 사용하여 무차별적인 피해를 주었지만, 바그다드로 대변되는 중동은 보이지 않는 강한 증오심에 의해서 ‘카트리나’라는 자연 재앙을 불러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쪽은 자신만을 믿고 한쪽은 신만을 믿는 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중동의 분노는 ‘카트리나’로 둘 다 폐허가 되어버리기는 했지만, 바그다드 보다는 뉴올리언스의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목표물을 중심으로 몇몇 시설들을 폭파하는 데 주력했던 미국의 공격과는 달리 ‘카트리나’는 목표도 없고, 인정사정 봐 줄 것도 없이 도시의 모든 것을 집어삼켜버렸기 때문이다. 곳곳에는 시신들이 즐비하고, 하늘에서는 헬기들이 날아다니며 전쟁의 현장을 재현해 놓은 것 같다. 심지어는 치안유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장갑차가 도시에 들어와 있는가하면, 곳곳에는 저격수까지 배치되어있어 이미 뉴올리언스는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카트리나’가 지나간 자리에는 혼란과 무법천지의 세상만이 존재하지, 자유와 평화를 상징한다는 미국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듯 하였다. 그래서였을까 ‘부시’는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뉴올리언스’ 주민들을 향해 평화와 질서를 명목으로 또 다시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그가 원하는 자유와 평화는 무엇인지,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은 모른 채 자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것이 진정한 자유이며, 평화인 것인지 반문을 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부시는 이런 질문에 대해 “예측할 수가 없었다.” 혹은 “어쩔 수가 없었다.”라는 말로 일관하겠지만 말이다. ◆왜 이렇게 피해가 컸나 이번에 재해를 입은 뉴올리언스는 다수의 남부 지역이 그렇듯이 거주하는 주민의 상당비율이 흑인으로 이루어져 있는 도시다. 일부 언론들의 조금씩 왜곡된 보도에서처럼 흑인만 집중되어 사는 지역이라든가 특별히 흑인들만 몰아놓은 지역은 아닌 것이다. ‘뉴올리언스’에는 이번처럼 커다란 재해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20세기 들어 강과 호수의 늪지대를 도시로 확장하는 작업을 계속해오자 자연적인 홍수 방어 장치인 강과 호수는 대부분 사라져버리게 되었던 것이다. 계속된 개발 공사로 시 중심부는 해수면보다 낮은 모양으로 변화하게 되었고, 결국 지나친 개발은 스스로 자연재해 시 대형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형국을 초래하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뉴올리언스’는 이 같은 대형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도시였던 것이다. 미국 정부는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카트리나’의 심각성을 예견하고 대피를 촉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피해를 입은 흑인들 대다수가 빈민층이었다는 것이다. 차도 없고, 기름을 살 돈도 없는 빈민계층 흑인들은 자신들 삶의 터전인 ‘뉴올리언스’를 떠나서는 살아갈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때문에 ‘카트리나’에 의한 대형 피해는 미리 예측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사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피한 사람들의 대다수는 경제력이 있는 백인들뿐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카트리나’는 백인보다 흑인에게 더 큰 피해를 주게 된 것이며, 결국 미국은 이번 사태로 그 동안 세계 제일의 경제 대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그늘진 모습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부시’를 향한 비난의 여론 ‘부시’에게 주어진 과제는 단지 물적․인적 피해복구만으로 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카트리나’ 사태 이후 도시 기능이 마비되면서 약탈과 방화, 살인과 강간 등의 무법천지로 변한 ‘뉴올리언스’는 그간 잠재되어있던 미국 사회의 갈등을 표출하는 통로로 활용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재앙 앞에서도 앉아서 떼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심각한 빈부의 격차나 잊고 지내던 흑백 갈등 또한 서서히 붉어져 나오며 아직 물도 빠지지 않은 ‘뉴올리언스’의 잠긴 도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질적 병인 빈부 격차는 그렇다 치더라도, 흑백 갈등이 붉어지게 된 계기는 전적으로 ‘부시’를 비롯한 정부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여론이 팽배하다. 이러한 여론이 조성된 배경은 부시의 ‘뉴올리언스’에 대한 대처 방안이 지난 9.11 세계무역센터 테러 때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데에서 형성되어진 것이다. 백인들이 주되고 세계 경제의 중심지인 곳에서는 열과 성을 다하고, 흑인들이 주되고 빈민가가 많은 지역이라는 이유에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는 반윤리적인 지탄이 가해지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 ‘부시’는 사건이 발생하고도 3일이나 지난 후에서야 피해 지역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피해 주민을 위로하려고 왔다고는 하지만, 정작 약탈과 방화로 무법지대가 된 ‘뉴올리언스’ 도심 지역과 수만 명의 이재민이 지내고 있는 컨벤션 센터나 슈퍼 돔은 찾아가보지도 않았다. 더욱이 ‘뉴올리언스’ 공항에 잠시 귀착했을 땐 공항 터미널에 차려진 임시 병원조차도 방문하지 않은 채 현직 시장만을 만나보고는 워싱턴으로 돌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미 NBC 방송은 “부시 대통령이 정작 살펴봐야 할 지역은 지나쳤다.”라고 비판을 했고, 차기 대권을 노리는 민주당에서도 ‘부시’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부시’ 행정부의 위선적 정치에 대해 쓴 소리를 가했다. 부시 정부의 피해 상황 대처의 어이없음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부시’ 주변의 정부 주요 핵심 참모들 역시 늑장 대응에는 한 몫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딕 체니’ 부통령은 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멕시코만을 강타할 것이라는 예보가 나와 있는 상황에서도 ‘와이오밍주’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는가하면, ‘카트’ 백악관 비서실장 역시 ‘메인주’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또 한명의 주요 인사 ‘라이스’ 국무장관은 ‘뉴올리언스’ 주민들이 ‘카트리나’의 피해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중에도 뉴욕 도심에서 쇼핑을 즐기고, 뮤지컬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 주요 인사들의 이러한 처신에 화가 난 네티즌들의 여론에 떠밀린 ‘라이스’ 국무장관은 그때서야 황급히 ‘워싱턴’으로 돌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부시’ 대통령은 피해지역 시찰에 앞서서 백악관에서 지금까지 나타난 연방정부의 노력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을 함으로써, 현장에서 힘들게 피해 복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욕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서둘러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여 한때 피해 현장에 걸맞지 않은 해프닝이 연출되기도 했었다. 또한 늑장 대응을 했다는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방재난관리청의 ‘마이클 브라운’ 청장에게는 ‘브라우니’라는 애칭까지 사용하면서 격려하는 모습들을 보여, 여론의 분위기 파악정도도 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자기 식구 챙기기의 모습을 보였다는 비난을 자초하기도 하였다. ◆‘부시’ 너나 잘해라. 이번 사태로 ‘부시’는 남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자국 내 사정이나 먼저 챙기라는 국제적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되었다. 세상의 악의 축을 모조리 없애버리겠다고 호언장담하던 ‘부시’의 대외 정책이 빛을 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살림에는 너무도 무심했던 것이다.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 주민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카트리나’가 정말 신의 뜻에 의한 전쟁 광 ‘부시’에 대한 경고였다면, 다음 번 허리케인은 ‘워싱턴’에 불어닥치게 되지 않을까? 그 때의 ‘부시’는 또 얼마나 빠른 대처를 할지 궁금해진다. 그러나 한 가지 많은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싶다. ‘부시’는 백인이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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