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갭이어 박진수 기업사업단장 인터뷰

“젊은이들이여, 꿈꾸는 시간을 갖자.”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볼 ‘시간’을 권하는 청년들이 있다. ㈜한국갭이어의 김남호, 박진수, 안시준, 이성원씨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제공해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꿈꿀 시간을 지지하는 그들. 갭이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위해 ㈜한국갭이어 박진수 기업사업단장과 만났다.

▲ 한국갭이어 제공

-갭이어를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이대로 졸업하면 안 되겠다,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학 1년을 스펙 쌓는 데 쓰고 싶지는 않아서 자료조사를 했다. 그러던 중 책에서 갭이어를 알게 됐다. 스펙보다 꿈과 진로를 찾는 과정이 갭이어였다. 통상 휴학은 기록과 수치로 산출돼야 하지 않나. 갭이어는 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삶의 경험으로 녹아나는 활동을 하는 시간이었다. 매력적이었다. 스펙을 쌓는 휴학보다 ‘갭이어’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다.”

-박진수 기업사업단장은 갭이어를 어떻게 보냈는지 알려달라.
“한국에 있는 3개월은 병원실습을 했다. ‘무엇이든 경험이 중요하다’는 주의라 일단 전공인 임상병리학을 경험해보자는 판단에서였다. 임상병리사로 3개월을 살아보니 나와 맞지않는 직업이라는 걸 알았다. (웃음) 실습을 마치고는 호주로 떠났다. 6개월은 자금마련을 위해 워킹홀리데이를, 3개월은 유럽·동남아 여행을 했다. 내가 보낸 갭이어 1년은 이랬다. 이 기간 가장 인상 깊었던 체험은 직접 기획을 하고 진행했던 ‘캄보디아 고아원 봉사활동’이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계획을 짜고, 인원을 모집하는 등 준비했다. 물론 과거 우리나라 대기업이 진행한 봉사활동에 참가했던 것에 도움을 받기는 했다. 큰 아웃라인을 잡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대기업 봉사활동은 직접 계획하는 프로그램이 없다. 난 ‘캄보디아 고아원 봉사활동’을 통해 주도적으로 프로그램을 짜고 진행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스스로 의의를 두는 부분이다.”

-홈페이지에서 한국갭이어가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봤다. 큰 틀에서 보면 대기업이 진행하는 봉사활동 프로그램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차이를 말해줬으면 좋겠다.
“자율성 여부가 큰 차이다. 한국갭이어에서는 참가자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는 하나, 갭이어를 가지는 기간의 세부설계는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그러기 위해선 일정이 타이트하기보다 넉넉해야 한다. 시간이 남아야 어떤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할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 프로그램은 일정이 고정돼있다. 정해진 프로그램을 일률적으로 해야 한다. 부정적으로 말하면 ‘패키지여행’과 다를 게 없지않나. 또 갭이어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기간이다. 해외 봉사활동을 예로 들어보겠다. 현지인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면서 이 나라에 왜 이러한 문화가 생겼는지, 왜 이렇게 가난해졌는지 느껴야한다. 반면 대기업 프로그램은 어떤가. 현지인들이 사는 마을에 한국인 그룹이 잠깐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다시 외부숙소로 돌아온다. 참여는 있지만 소통과 문화교류는 없는거다.”

-참가자들이 소통 및 문화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한국갭이어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뭔가.
“대개 숙소는 배정을 해준다. 스스로 찾아야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현지문화에 참가자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오리엔테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곳에 살고 싶다’ 프로그램의 경우 어떻게 외국인들과 어울릴 수 있는지 등 팁을 제공한다. 또 외국인들과 함께 방을 쓰도록 하는 등 참가자들이 외국인들과 자연스럽게, 부대끼면서 생활하도록 환경을 만들었다.”

-한국갭이어가 지향하는 역할은 뭔가.
“우리나라 학생들은 아직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능력이 안 된다. 한국갭이어는 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돕고자 한다. 예를 들어, 인턴을 하고 싶다. 그러면 이력서를 넣고 연락을 해봐야 한다. 또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 그러면 관련 NGO에 연락해서 ‘내가 거기에 봉사활동을 하러가고 싶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 것들이 부족한 것 같다. 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중간과정을 돕고자하는 것이다. 그것을 질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실현하는 것이고….”

▲ 한국갭이어 제공

-갭이어도 의지가 있어야 가질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갭이어는 어떤 노력을 하나.
“갭이어를 가지지 못하는 것은 결국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1년 휴학을 하면 그 시간동안 토익점수를 올리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증명서를 내놔야한다. ‘1년 동안 뭐했어?’하고 다들 물어보니까. 갭이어는 정형화된 것이 아닌, ‘어디에 취직을 해야될까’하는 방향을 찾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갭이어를 가질 수 있도록 무료강연을 하고 있다. 용기를 북돋아주는 거다. 우리가 해봤는데 괜찮았다. 시간 낭비하는 게 아니었다. 길게 보면 오히려 시간 절약하는 거다…. 우리 경험뿐만 아니라 공신력 있는 자료도 제시해 외국에서는 왜 갭이어를 가지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외국과 한국의 갭이어는 그 개념이 다를 것 같다. 설명해달라.
“우선 참가대상이 다르다. 진짜 갭이어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 들어가기 전 1년 동안 갖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대학교 3학년 전후, 자기주도적인 참여를 하려한다. 그러나 대학교 3학년은 솔직히 사고가 터지고 막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공을 먼저 선택하고 이후 진로고민을 하니까. 늦긴 했지만 실패라고 보지는 않는다. 점차 갭이어를 갖는 대상이 아래로 내려가면 된다. 또 다른 점은 문화성숙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실 갭이어가 꼭 쉬면서 가져야하는 기간은 아니다. 학업을 하면서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그러려면 국내프로그램이 탄탄해야 하는데, 아직 국내는 여건이 안 된다. 예를 들어, 직업체험을 하고 싶다 그러면 지방에 중소기업에서 자리를 내주는, 그런 환경과 인식이 부족하다. 현재 한국갭이어 프로그램이 국내보다 외국에 한정된 이유기도 하다. 우리도 국내프로그램을 열심히 개발하려고는 하는데…힘들다. (웃음)”

인터뷰는 한 시간여동안 진행됐다. 박 단장은 중간중간 유머감각을 뽐내며 확고한 신념을 전했다. 정형화된 스펙보다는 내가 체득한 경험이 진로결정에 중요하다는 주장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한국 대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하기 앞서 어떤 시간을 가져야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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