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철도산업 발전방안’ 논란 확산

이명박 대통령 당시 거센 반발에 부딧쳐 좌초된 철도민영화방안이 다시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수서발 KTX 민영화에 대해 국민적 합의나 동의 없는 국가 기간망에 대한 민영화는 반대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이라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정부는 왜 전 국민적 반대와 저항을 무릅쓰고 민영화를 추진하려 하는지, 반대 측의 주장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 ⓒ뉴시스
 
요금인상· 적자노선 폐쇄· 안전사고 증가
철도 민영화, 이익은 사유화· 손실은 사회화
수서KTX 민영화, 철도산업법 위반 논란
 
정부는 철도산업발전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두고 민영화가 아닌 경쟁체제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는 민영화의 우회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정부가 발표한 방안은 경쟁체제 도입과 분야별 자회사 설립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수서발 KTX 운영회사를 신설하고 코레일을 분야별 자회사로 나누어 현재 운용하는 여객 운송 기능만 남기고, 물류·차량정비 등은 부문별 자회사 체제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시민단체 등 민영화 반대
 
국토부에 따르면 철도산업은 공기업 독점운영으로 운영적자가 매년 4000~5000억원에 달해 지난해 기준 부채 누증액은 27조원이라고 밝혔다. 운영부채와 건설부채는 지난해 각각 116000억원, 153000억원이다. 이에 철도부채 감축 등으로 국민 부담을 덜 필요가 있다며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마련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방안이 시행되면 수서발 KTX 노선은 코레일이 30% 정도 지분을 갖는 출자회사가 운영하게 된다. 기존에 코레일이 운영해 온 KTX 운영 체제를 놓고 코레일과 자회사가 경쟁하는 방식이다. 이 출자회사의 나머지 지분은 국민연금 등 공공 연기금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또 주요 노선이 아닌 코레일이 운영을 포기하는 일부 소규모 적자 노선에는 민간 참여가 가능하다.
 
지난 정부에서도 수서발 KTX 운영을 민간에 맡겨 경쟁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민간기업 특혜공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진전을 보지 못했다. 현재 정부의 계획은 시민사회단체 등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시민사회단체 등은 수서발 KTX 운영회사의 경우 코레일 지분 30% 70%는 연기금 등 공적자금으로 채워지게 되는데 향후 이 공적자금을 매각하면 사실상 철도민영화라는 얘기다.
 
전국적으로 시민사회단체가 성명을 내고 반대의사를 표했으며 철도노조는 총파업을 결정했다. 이어 현직 KTX 기장 전원이 수서발 KTX 운영사로 전직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철도산업 개편안을 둘러싼 진통은 확산되고 있다.
 
철도공사 노조는 1일 국토교통부의 발표와 같이 철도를 분할하고 민영화 하는 것은 철도의 안전성과 정시성을 포함한 철도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 이동권과 안전을 버리고, 재벌특혜요금인상을 부추기는 국토교통부의 KTX및 철도분리 민영화 계획에 함께 할 까닭이 없다고 밝혀 파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전국철도노동조합원들이 지난달 13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철도 민영화 반대 결의대회’에서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민영화는 철도부채 때문?
 
정부가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영화 밀어붙이는 것은 철도의 건설부채 때문이다.
의문이 증폭되는 대목은 왜 정부는 운영수익이 좋은 구간을 민영화하냐는 것이다.
 
2010년 기준 코레일 일반열차의 원가보상률은 49.7%에 불과하다. 그에 반해 KTX의 원가보상률은 106.7%이다. 철도공사는 KTX 운영을 통해 20051395억원, 2011년에는 4686억원의 이익을 보았다. 같은 기간 일반열차의 적자규모는 5818억원, 6443억원이다. 이는 철도공사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KTX를 민간에 개방한다는 정부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KTX는 수익을 내고 있는데 열차 운행을 포기하고 신규 사업자에 차량을 임대하는게 어떻게 코레일에 대한 혜택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시했다.
 
이와 관련하여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은 기고문을 통해 수서발 노선으로 옮겨가는 이용객만큼 그동안 확보되었던 고속철도 분야의 흑자가 감소하게 된다이는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일반 철도 및 적자 노선의 경영 상태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국토부가 밝힌 한국 철도 발전 방안은 결국 수서발 KTX의 민영화가 철도공사의 만성적 경영 악화 체제를 유지해 지방선을 외국 자본에 매각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매각되지 않는 적자 노선은 폐선을 유도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고 분석했다.
 
수서발 KTX의 경우 소득수준이 높은 신도시 지역을 독점 운행하기 때문에 수익이 보장될 것으로 예상되고 요금인하가 가능한 구간을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함에 따라 의혹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토부는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및 운영과 관련해 추가적인 법 개정이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당시 연구 용역에서는 한 노선에 두 사업자가 경쟁을 할 경우 법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국회를 거치지 않고 두 사업자가 한 노선에서 경쟁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정부의 주장은 위법 논란을 거세게 불러 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번 방안이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서 공공철도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도 무력화해 국제법과도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야당 국토부 의원들은 국회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쟁점화 할 예정이다.
 
민영화가 몰고 올 부작용은?
 
민영화에 찬성하는 측은 영국은 경쟁체제 도입 뒤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해소했다고 주장했다. 반대하는 측은 철도민영화가 몰고 올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외국의 사례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영국은 철도 민영화 이후 지난 10년간 정기승차권 금액이 50%인상됐다. 더욱이 최대 90%까지 인상된 구간도 있다. 이는 다른 유럽 국가들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민영화 이전 5년 동안 영국정부는 철도산업에 24억 파운드를 지원한 반면, 민영화 이후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54억 파운드로 지원금은 2배 증가했다. 요금인상에 반해 비용절감을 위한 안전대책 미비로 안전사고는 더욱 늘어났다.
 
민영화 이후 안전을 소홀히 해서 피해를 키운 사례는 대표적으로 일본이다. 철도는 아니지만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 사건은 도쿄전력이라는 민간전력업체가 비용절감을 위한 과정에서 벌어진 참사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철도민영화 이후 대형 열차사고 발생이 빈번해졌다. 아르헨티나 철도부문은 1990년대 초 카를로스 메넴 정부의 신자유주의 조치로 철도부문을 포함해 국가기간산업 대부분이 민영화됐다. 이후 열차와 선로 보수가 소홀해지는 등 철도서비스는 갈수록 나빠졌고 이윤이 나지 않는 구간은 서비스가 폐지돼 많은 마을이 고립되기도 했다. 열차 운행 감소로 자동차 운행이 증가하며 교통사고도 늘어났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 철도정책 전문가들은 철도 부문 국유화를 비롯해, 민간 철도회사에 대한 정부 보조금 폐지, 철도 교통에 대한 정부의 통제 강화, 철도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민영화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등의 주장은 민영화가 고객 유치를 위한 요금 인하보다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여 요금이 인상될 확률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요금인상과 안전대책 소홀 이라는 문제뿐만 아니라 적자구간의 폐선으로 공공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지적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철도를 민영화한 이래 50여개에 이르는 노선이 폐쇄됐다. 또한 승객이 어느 전도 확보된 대도시에 비해 승객이 적은 지방은 운임에서도 차이가 있어 철도의 공공성이 크게 악화됐다.
 
민영화를 반대하는 측에서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민영화가 외국자본에 의해 잠식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수서발 KTX 민영화를 추진하려 했을 때 경쟁을 통해 효율화 되었다는 사례로 이동통신 ‘KT’를 내세웠다. 그러나 KT가 민영화 되어 통신비가 인화되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민영화를 반대하는 측은 오히려 민영화로 인해 이익이 국외로 유출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KT2010년 기준 주식 보유 현황을 보면, 외국인이 49%로 최대주주이며 그 뒤로 국내 주주 34.82%, 국민연금 8.26% 순이다. 한국거래소(KRX) 보도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은 2010KT의 배당 수익으로 3000억 원 이상을 챙겨갔다. 한국의 이동통신 이용자들은 OECD 가맹국 최고 수준의 통신비를 내지만 그 이익은 KT에 투자한 국제 자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국토부는 독점이 한국 철도를 부실로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경쟁체제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영화를 반대하는 측은 철도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 프랑스 등의 독점적 운영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수십 년간 철도는 국민의 교통망이라는 이유로 원가 이하의 요금 수준으로 유지 되었다.
시민사회단체 등은 한국 철도의 문제는 독점에서 비롯한 문제가 아니라 철도의 산업적 특성과 정부의 투자 부재, 정책 부재 등 다양한 원인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영화는 손실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아니라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여 결국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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