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가볼만한 곳 ②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길

잠자는 듯 고요하던 산골 마을이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가 분천역에서 출발하면서 인구 200명 남짓한 분천마을에 생기가 넘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스위스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분천역과 스위스 체르마트역이 자매결연하면서 분천역의 외관도 스위스 샬레 분위기로 단장했다. 분천에서 철암까지 운행하는 V-train은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계곡의 비경을 보여준다. 분천역에서 가까운 비동마을부터 양원역까지는 두 발로 걸으며 계곡의 절경과 숲, 철길을 만나는 체르마트길이 있다. 춘양면의 만산고택과 권진사댁, 한수정, 봉화읍의 달실마을은 고택과 정자의 고장 봉화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여행지다. 봉화 북지리 마애여래좌상과 축서사도 함께 둘러보자.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는 200여 명이 사는 산골 마을이다. 태백산과 청량산, 통고산 등 백두대간 산자락에 둘러싸여 외지인의 발길이 뜸하고, 빈집이 늘어가던 마을이다. 적막감이 감돌던 마을에 최근 변화가 깃들었다. 마을의 중심에 있는 분천역이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의 기착지가 되면서 수많은 여행자들이 찾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폭발 V-train

하루에 여섯 차례 무궁화호 열차가 서고 화물열차만 오가던 분천역이 인기 있는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수백 명이 V-train을 타기 위해 분천역을 찾는다. 한국·스위스 수교 50주년을 맞아 분천역과 체르마트역이 자매결연하면서 분천역의 외관도 스위스 샬레 분위기로 단장했다. 체르마트역은 스위스 빙하특급열차가 출발하는 역으로, 백두대간 협곡을 달리는 V-train이 서는 분천역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 스위스샬레풍으로 단장한 분천역 ⓒ박성원

열차를 기다리는 사이 여행자들은 분천역 이곳저곳을 돌며 기념사진을 찍고, 역사 안에 비치된 기념 스탬프도 찍는다. 여유가 있다면 자전거를 빌려 타고 분천마을을 돌거나, 카 셰어링(car sharing) 서비스를 이용해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다. 기차를 타고 분천역에서 내린 여행자들이 친환경 전기 자동차를 타고 인근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어 호응이 뜨겁다.

역만 변신한 것이 아니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찾아오면서 조용하던 산골 마을도 덩달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어르신들도 웃을 일이 많아졌다. 마을 입구에 주차장과 간이 화장실이 만들어지고 민박도 생겼다. 주민들이 뜻을 모아 식당을 열고 푸근한 인심까지 얹어 음식을 낸다. 산채비빔밥이나 메밀묵밥 등 산골 하면 떠오르는 메뉴를 중심으로 집에서 먹는 밑반찬을 함께 올리니 여행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청정한 산골 마을에서 즐기는 파전에 동동주 한 잔도 꿀맛이다.

이색적인 체험거리로 조랑말 세 마리가 있다. 스코틀랜드산 조랑말은 아이들이 타기 딱 좋은 크기로, 인기를 한 몸에 받는다. 꽃마차에 연결하면 온 가족이 타고 분천마을을 돌아볼 수도 있다.

절경 보여주는 미니열차

1일 3회 분천과 철암을 왕복 운행하는 V-train은 비동, 양원, 승부, 석포를 거치는 동안 백두대간 협곡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세 칸짜리 관광열차다. 분천에서 철암까지 1시간 10분 정도 열차를 타는데, 평균 시속 30km 내외로 운행하는 열차에 앉아 창밖으로 펼쳐지는 비경을 즐길 수 있어 주말은 두 달 전에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백두대간을 누비던 백호를 형상화한 기관차와 이국적인 관광열차를 닮은 분홍색 객차는 잠자는 듯 고요하던 분천역 철로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창밖을 바라볼 수 있는 4인용 좌석과 다정하게 마주 볼 수 있는 2인용 좌석이 배치됐고, 간단한 음료나 간식을 파는 매점도 있다. 추운 겨울이 오면 군고구마를 즐길 수 있도록 전용 난로까지 마련했다. 승무원이 창밖으로 지나가는 마을과 지형에 대해 설명도 해준다.

▲ 백두대간협곡열차 ⓒ박성원

더욱 매력적인 것은 객차 지붕에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해 그 힘으로 열차가 운행되고, 객실 안의 선풍기도 돌아가는 친환경 열차라는 점이다. 객실 창으로 들어오는 협곡의 바람이 더욱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분천역을 출발한 V-train은 화전민이 모여 살던 비동에서 잠시 정차한 뒤 양원역에 도착한다. 양원역은 ‘국내 최초의 민자 역사’라는 별칭이 있는 간이역이다. 양원마을에는 원래 열차가 서지 않았다고 한다. 주민들이 시멘트를 사다 역사를 짓고 나서 양원역이라는 이름으로 열차가 서게 됐다. 간이역이라 부르기도 어색할 정도로 작지만, 내부는 향수를 자극하는 구식 TV와 책들로 꾸며졌다. 열차가 서는 시각에 맞춰 찐 감자를 가지고 나와 파는 할머니도 계신다.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라는 문구로 잘 알려진 승부역을 지나 석포를 거쳐 철암에서 멈춘 열차는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분천으로 돌아간다. 협곡의 비경을 다시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다.

트레킹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비동마을에서 양원역까지 2.2.km 이어지는 체르마트길을 걸어보자. 양원마을과 비동마을 주민들이 걸어 다니던 길로, 분천역과 체르마트역이 자매결연 하면서 새롭게 명명됐다. 열차 창밖으로 보이던 협곡을 걸으며 때 묻지 않은 계곡의 절경과 울창한 산길, 철길을 만날 수 있다. 민가도 없는 오지이므로 길동무와 함께 걷는 것이 좋다.

▲ 체르마트길 ⓒ박성원

비동마을에서 분천마을까지는 콘크리트 포장길이 약 4.6km 이어지는데, 오가는 차량이 없고 너른 계곡을 따라가는 길이라 조용히 사색하며 걷기에 그만이다. 분천역에서 비동마을로 가서 체르마트길을 걷고 양원역에 도착하는 V-train을 타는 것으로 계획을 세워보면 좋겠다.

고택의 고장 ‘봉화’

분천역에서 춘양역으로 나가면 정자와 고택의 고장 봉화의 매력에 빠진다. 봉화만산고택은 조선 말기의 문신인 만산 강용이 1878년에 지은 집으로 긴 행랑채와 너른 사랑채, 서재와 별채, 안채를 거느린 빼어난 건축물이다. 문인과 우국지사들이 모여 독립운동을 모의한 의양리권진사댁, 충재 권벌 선생의 후손이 지은 봉화한수정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춘양역에서 봉화읍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안동 권씨 집성촌 달실마을에 닿는다. 황금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형’ 명당으로, 조선 중기의 충신이자 대학자인 충재 권벌 선생이 일가를 이루어 살기 시작하면서 오늘에 이른 한옥 마을이다. 종가에서는 왕이 명한 불천위 제사를 지금까지 지내는데, 충재 선생의 유품을 모아 정리한 충재박물관에는 불천위 제사의 내용이 자세히 정리됐다. 충재 선생이 지은 청암정과 그 아들이 지은 석천정사의 계곡은 달실마을이 품은 보석이다.

▲ 달실마을의 청암정 ⓒ박성원

국보 201호로 지정된 봉화 북지리 마애여래좌상도 찾아보자. 호고산 자락의 바위에 새겨진 부조 형식 여래좌상으로, 통일신라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애여래좌상이 있는 지림사는 의상대사가 머물며 축서사 창건의 계시를 받은 곳으로 알려졌다. 지림사에서 약 10km 거리에 위치한 축서사도 함께 돌아보면 좋겠다.


〈당일 여행 코스〉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 타기 / 분천역 V-train 탑승→분천~철암 구간 왕복→만산고택→권진사댁→달실마을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분천역→비동마을→체르마트길 트레킹→양원역에서 V-train 탑승→철암→V-train 구간 왕복→분천역→만산고택 숙박
둘째 날 / 권진사댁→봉화 서동리 동·서 삼층석탑→한수정→달실마을→봉화 북지리 마애여래좌상→축서사

〈여행 정보〉
○ 대중교통 정보
[기차] 서울 출발(07:45), 수원 출발(07:40), 제천출발(15:00, 15:03)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 분천역 정차

○ 자가운전 정보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에서 빠져나와 우회전→신재로 따라가다 영주·풍기 방향 좌회전→36번 국도 따라 이동→노루재터널→분천삼거리에서 분천역 이정표 보고 좌회전→분천역

○ 숙박 정보
- 만산고택 : 춘양면 낙천당길, 054)672-3206 (한옥에서의 하루)
- 권진사댁 : 춘양면 낙천당길, 054)672-6118 (한옥에서의 하루)
- 추원재 : 봉화읍 충재길, 054)673-0963

○ 축제와 행사 정보
- 은어축제 : 2013년 7월 27일~8월 3일, 봉화읍 내성천 일원, 054)679-6311

○ 주변 볼거리
청량산도립공원, 다덕약수, 천주교 우곡성지, 영화 〈워낭소리〉 촬영지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