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털터리로 해외 유랑생활 했다는데...대우측의 주장은 거짓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 됐다. 여러 의혹을 남긴 채 김 전 회장이 BFC 자금 중 약1141억원(1억1554만달러)을 횡령한 혐의가 검찰 수사에서 새로이 드런난 채, 김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회령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로 마무리가 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해외금융조직인 BFC를 이용해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빼돌려 골프장과 호텔, 고가 미술품 등을 사들이고 400만달러의 비자금 등 총 800만달러 남짓한 해외재산을 은닉한 혐의로 김 전 회장을 추가 기소, 충격을 주고 있다. 결국 김 전 회장이 빈털터리로 해외에서 유랑생활을 했다는 대우측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날 검찰의 새롭게 밝혀진 김 전 회장의 은익 재산 이외에도 또다른 재산의 은닉 가눙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출국배경과 정·관계 로비 의혹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못해 결국 ‘의혹’으로 남게 됐다. 검찰은 1999년 10월 김 전 회장이 돌연 출국하는 과정에서 정·관계인사로부터 일부 계열사 경영권 등 반대급부를 보장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실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검 중수부가 나서서 두 달 반 동안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성과를 낼 수밖에 없었던 데는 검찰로서도 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장애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수사 대상이 6∼7년 전의 일인 데다 검찰이 2000년 대우사건 수사 당시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회계사 부정 등에 집중하느라 비자금이나 정관계 로비설 수사에 대비한 관련 자료를 미리 챙겨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 김 전 회장, 회사자금 1441억원 빼돌려 검찰은 2일 김 전 회장에 대해 BFC 자금 등 횡령과 대창기업(주) 자금횡령, 계열사 등 부당지원 관련 업무상 배임, 위장계열사 신고누락에 의한 공정거래법 위반, 정치인 뇌물공여 및 불법정치자금 제공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이 영국 내 대우그룹 비밀계좌인 BFC를 통해 회사자금 1441억원(1억1554만 달러)을 빼돌려 개인적인 투자나 미술품 구입 등에 사용한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새롭게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1983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BFC 자금에서 퍼시픽 인터내셔널에 대한 투 자금 및 관리비로 4771만달러(383억원), 전시용 미술품 등 구입비로 628만달러(46억원)를 임의사용했다. 또 해외 출국 후인 2000년 1월에는 전용비행기를 1450만달러에 임의처분했으며 가족 주택구입 및 해외체류비로 273만달러(20억원)를 쓰는 등 회사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지난 90년 미국 보스톤에 가족을 위해 BFC 자금 80만달러로 구입한 주택 1채, 지난 88년 프랑스 플로방스에 BFC 자금 290만불로 구입한 포도밭 59만5922평, 부외계좌에 보유중인 비자금 400만불 등 김 전 회장의 해외보유 재산을 발견했다. 검찰은 또 김 전 회장이 지난 83부터 91년까지 BFC 자금 4589만달러를 인출해 퍼시픽인터내셔널 명의로 취득한 부인 정희자 소유의 필코리아 지분 90%와 BFC 자금 628만불로 취득해 선재미술관 등에 보관중인 유명작가 그림 53점을 찾아냈다. 필코리아는 포천아도니스골프장ㆍ경주힐튼호텔 등을 소유한 회사다. 따라서 김 전 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려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골프장과 호텔 등을 샀다는 얘기가 된다. 김 전 회장은 또 횡령액 상당액을 가족생활비와 해외재산 보유 명목으로 사용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 출국배경, 정·관계 로비 의혹 못 밝혀 검찰은 이날 "김씨의 해외 도피자금 규모와 사용 내역의 대부분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검찰은 영국과 홍콩 현지에 수사관을 파견했으며, 지금까지 400여 명을 소환하고 140개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는 등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광범위한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미 재판이 확정된 정치자금 공여 등 혐의사실 외에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99년 10월 김 전 회장이 출국하는 과정에서 정ㆍ관계 인사로부터 일부 계열사 경영권 등 반대급부를 보장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실체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출국 배경과 관련 "이근영 한국산업은행 총재와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 등 채권단과 정부인사의 권유를 받고 출국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근영 전 총재와 이기호 전 수석, 채권단 인사들은 김 전 회장의 출국을 권유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김 전 회장은 계열사 사장들의 건의를 받고 출국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러한 검찰의 발표에 대해 김 전 회장의 변호인 측은 "회사 공금이 아니라 해외 인사의 자금을 보관하다가 돌려주는 과정이었다"며 "회사 자금을 김 회장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측은 또 "압축성장으로 상징되는 우리나라 현대경제사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인 김 전 회장의 허물 뿐만 아니라 공적도 균형있게 조망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이 DJ정부 시절 로비스트였던 조풍언씨 소유의 회사인 KMC에 99년 6월 4430만 달러(약 526억원)를 보낸 이유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치권 등에서는 김씨가 대우그룹이 퇴출되기 직전 정부 고위층에 로비를 벌이기 위해 평소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조씨를 이용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조씨가 미국 국적으로 해외에 거주해 수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에 대해 내사중지 결정을 내린 바 있었다. 한편 예금보험공사는 김 전 대우그룹 회장이 은닉해온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재산의 회수 절차를 조만간 시작할 계획이다. 예보 관계자는 “검찰로부터 김 전 회장이 실제 소유자로 확인된 재산을 공식 통보받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을 초래한 만큼 모든 수단을 다해 재산을 회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예보는 현재 상태의 재산권에 변동이 없도록 하기 위해 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먼저 내고 이후 소송 등을 통해 회수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번 검찰 수사로 김 전 회장의 새로운 혐의를 밝혀내는 성과를 이뤄냈지만, 일각에서는 재산 해외도피 의혹과 정치권 로비설에 대해 새로 드러난 사실이 없어 ‘미완의 수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김 전 회장이 총 1,141억원의 회삿돈을 횡령, 가족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것이 새롭게 드러난 만큼 또다른 횡령도 배제할 수 없다. 밝혀진 횡령 사실은 불운한 ‘세계경영의 전도사’로 동정을 받던 김 전 회장의 도덕성에 또다시 먹칠을 한 셈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