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은 남자, 여자를 자신들의 갈비뼈쯤으로 여겨

남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여자들은 발전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기류와 함께 그녀들의 가치관도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변해왔다. 그러나 그런 그녀들에게 태클을 거는 마초들. “여자는 이래야 돼~” 라면서 틀에 박힌 정형화된 패턴을 요구하는 그들. 마초는 여자의 적? 안티 마초를 외치는 여자들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 ‘여자가 무슨...여자가 감히...’ 마초(Macho)란 스페인어로 ‘거친 남성다움’을 뜻하며 남성우월주의자를 빗댈 때 사용된다. 흔히 마초라 하면 수염을 기른 건장한 체격의 남자를 떠올리는데, 외모를 떠나서 세상의 중심은 남자이고, 여자를 자신들의 갈비뼈에서 파생된 부속물로 여기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런 마초적인 가치관은 학습되어온 경우가 많은데 위 세대부터 전해져 온 틀에 박힌 유교적이고 도덕적인 사상이 중심을 차지한다. 사실 여자들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어렸을 때부터 어떤 규격에 맞춰 자라왔다. “여자는 조신해야 된다”, “여자는 날씬하고 예뻐야 한다”, “여자는 애교가 넘쳐야 된다.” 이런 제약은 여자뿐 아니라 남자에게도 학습되어왔고 남자들 중 일부는 그게 가장 가치관이라 여기고 있다는 게 문제. 그래서 그들은 일상에서 “여자가 무슨”, “여자가 감히” 식의 말투가 습관화되어 있다. ■ ‘제발 너나 잘하세요’ 단적인 예로 최근 전주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던 A(28, 여)씨가 지나가던 중년남과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 “여자가 길에서 담배를 피우면 되겠느냐”고 시작된 나무람이 시비로까지 번졌다. 이 사건은 다음날 인터넷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설전을 벌였다. 역시나 일부 사이버 마초맨들의 반응은 “여자가 감히 길거리에서 담배를?”, “맞아도 싸다” 였다. 하지만 여자들의 반응은 다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여자를 규격에 맞추려 하느냐”는 것. 그 중에는 이런 여자들도 존재한다. “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는 담배 피우는 여자들만 보면 꼴불견이라고 해요. 입이 ‘재떨이’라는 등, ‘저런 여자를 누가 데리고 살겠냐’라는 등. 본인은 골초면서 나한테도 자꾸 담배를 끊으라고 어찌나 잔소리를 해대는지. 하지만 그가 아는지 모르겠네요. 남을 자신의 잣대에 맞추려는 게 더 꼴불견이라고. 그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어떤 여자가 너 데리고 살지 너무 걱정된다. 제발 너나 잘하세요~’ 라고요.” ■ 마초맨 VS 마초우먼 최근 발매된 가수 보아의 5집 ‘Girls on top’은 앨범명만 봐도 안티 마초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아니나 다를까. 앨범명과 동일한 타이틀곡은 ‘여자의 강함’이 빛나는 곡으로 여자다운 것을 강요하는 세상을 비난하고, 여자들에게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요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앨범은 발매되자마자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차별 받아왔던 여자의 삶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한편 여자들이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모습은 갈채 받을 만 하나, 그것이 극열 페미니즘으로 표현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마초맨에 대한 반감이 마초우먼을 양상 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초맨이 여성차별적이라면 마초우먼은 남성차별적이다. 여자들이 하나의 인격체로서 인정받기 위해 투쟁하는 것과 하나의 인격체로서 인정받기 위해 또 다른 인격체를 차별하고 밟고 올라서는 것은 다르다. 이는 분명 경계해야 할 선이다. 자기 앞의 장애물을 당당하게 극복하는 여자들. 남자 뒤에 숨어서 기사도 정신에 기대는 나약한 여자, 그 허울을 벗어 던지고 하나의 사회적인 인격체로서 존재하고 싶은 그녀들. 현재 여자들은 당당한 여자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무조건적인 안티 마초를 지양하고, 스스로 강해질 때 비로소 남자들도 안티 마초의 손을 들어주게 될 것이다. <원래 마초맨이란...> 마초(Macho)의 어원에 대해서는 스페인어 쪽에서 나온 말이다. 남자답거나 호기롭고, 또 터프하고 등등의 개념으로 쓰이는 뉘앙스이며, 미국에서 영어로 차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전 미국의 WWF 레슬링에 보면 '마초맨'이라는 각목들고 다니는 수염이 난 레슬링 선수도 있었다. 또한 유명한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의 마케팅 전략에 보면, 미국인들의 마치즈모(Machismo), 즉 마초적 성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 있기도 하다. 한마디로 터프가이의 그 무엇이라고나 할까. 한국의 시사용어나 인문학계에서 사용되는 개념은 약간 형용화 된 개념의 마초이다. 그전에 한국에선 그 단어가 어떻게 그런식으로 소화가 되었는지를 이해해야할 것이다. 유명한 역사학자 토인비의 말처럼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이다. 그리고 역사속에는 언제나 강자와 약자가 있고, 보수와 진보가 있으며, 수구와 개혁의 세력이 있게 마련인 법. 다수의 기득권층의 강성에 의하여 부조리하게 짓밟히는 소수 진보세력의 구도는 언제나 끊이지 않았고, 현재 우리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일상적인 파시즘 내부에 뿌리잡고 있는 하나의 기둥으로서 마초이즘의 역할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마초이즘은 페미니즘의 반대위치에 서는 성격으로 간주할 수 있다. 원래 마초기질이란 말은 페미니스트들이 많이 쓰는 말인데, 간단히 말하자면 페미니스트들의 저항에 가장 거센 장벽 중 하나가 기존의 남성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사회의 구조적인 틀이며, 그 안에서 남성들의 머릿속을 의식, 무의식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뿌리 중 하나가 바로 마초이즘이라고 하면 될까? 이른바 마초기질이란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서있다고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에겐 한국의 마초들은 단순히 남성우월주의에 빠진 예비역들이다 라고 쉽게 대칭시킬 수 없는 면이 있기는 있다. 한국사회의 마초는 군사독재시절의 파시스트적인 뿌리깊은 사회적 기질과 동반하여 한국의 많은 보수적 남성들의 머릿속을 지배하며, 성적(性的)으로 평등하고 균형있는 사회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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