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RE, 1700억원대 세금추징

OCI(회장 이수영)가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이수영 회장의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문제가 터진지 한 달도 못돼서다. 이번에는 자회사 DCRE가 발목을 잡았다. 과거 기업분할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천시로부터 수천억원대 세금을 추징당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부실한 재정상태로 OCI로부터 줄기차게 지원을 받아온 전적 때문에 이번 DCRE에 부과된 세금도 OCI가 짊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OCI의 DCRE 사랑은 참으로 각별했다. OCI가 부실자회사인 DCRE를 적극적으로 감싸온 이유는 뭘까. 의구심은 여기서 시작됐다.

OCI 측, 4500억원 세금추징 위기…행정소송 불사방침
매출보다 많은 당기순손실, 엄마 없이는 살기 어렵다?
DCRE 향한 각별한 사랑…OCI, 2년간 4100억원 지원
페이퍼컴퍼니와 비슷한 설립시기 “비자금?” 의혹 가중

▲ OCI 본사 전경 /시사포커스 DB

최근 조세심판원은 OCI의 자회사 DCRE가 인천시의 세금추징에 반발해 신청한 ‘지방세 부과처분 취소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물적분할은 감면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OCI 측은 이미 낸 25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추징세 1619억원과 체납가산금 150억원을 인천시에, 법인세 2600억원을 국세청에 각각 내야할 처지가 됐다.

세금폭탄, 향배는?

이 같은 인천시와 DCRE의 신경전은 ‘DCRE 기업분할’에서 촉발됐다. 2008년 OCI는 인천시 용현·학익동 소재 공장부지(155㎡)를 개발하기 위해 DCRE를 설립했다. 그리고 해당부지의 토지·건물 소유권을 넘겨주는 형태로 DCRE와 기업분할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지방세(취득세·등록세 등) 500여억원은 관할구청인 인천시 남구청에 의해 감면됐다. 남구청이 “경제적 실질변화가 없으면 과세하지 않는다”며 적정한 기업분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인천시는 “DCRE 기업분할이 적격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남구청에 재검토를 지시했다. OCI가 세금감면의 전제조건인 ‘자산·부채 100% 승계’를 어겼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공장 내 폐석회 처리의무 등 DCRE가 일부 부채를 승계하지 않아 지방세 감면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남구청은 결국 4월 DCRE에 1727억원(원금 500여억원) 지방세 납부를 고지했다.

그러자 DCRE는 “폐석회 처리비용을 DCRE가 승계하지 않은 이유는 2003년 인천시·시민단체들과 해당비용을 OCI가 내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라며 “조세관련법상으로도 경제적 실질변화가 없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반발했다. 이어 그해 5월에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번에 조세심판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행정소송 추진을 예고한 상태다.

아낌없이 퍼준 OCI

문제는 DCRE가 세금납부 능력이 없는 회사라는 데 있다. 지난 3년(2010~2012년)간 DCRE 매출액은 316억원→332억원→339억원으로 변화해왔다. 동일기간 당기순손실은 317억원→352억원→2059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당기순손실은 1727억원 세금이 반영된 수치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300억원대 손실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보유현금도 6억원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DCRE 상황이 총체적 난국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DCRE에 추징된 세금은 OCI가 짊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세기본법상 법인의 재산으로 세금충당이 안되면 지분 51%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제2차 납세의무를 져야하기 때문이다. OCI는 DCRE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관련업계에서는 OCI가 유상증자 참여 등 추가 자금지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OCI는 그동안 DCRE에게 화끈한 지원공세를 펼쳐왔다. 2008년에는 DCRE 지분 100%를 대손 처리해 7567억원이었던 장부가액을 0원으로 만들었고, 2011년에는 5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지원했다. 지난해 3월에는 3300억원, 7월에는 300억원을 각각 수혈했다.

그 결과 2년(2011~2012년)간 DCRE가 OCI로부터 받은 돈은 총 41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이 기간 DCRE 매출 합산액은 671억원에 불과했다. OCI의 DCRE 살리기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매출 지원도 상당했다. 지난 3년(2010~2012년)간 DCRE 내부거래액은 291억원→307억원→315억원에 달했다. 내부거래율(내부거래/매출)은 92% 내외로 DCRE가 매출 대부분을 그룹에 의존해왔다는 것을 나타낸다. 여러 정황상 DCRE는 그룹의 지원 없이는 연명하기 힘든 회사인 것이다.

스스로 수익을 내기에도 외부환경이 녹록치 않다. 도시개발업이 주력사업인 DCRE는 원래 인천공장 부지를 복합주거단지로 개발해 수익을 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침체로 별다른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어려움도 지속될 전망이다. DCRE에 대한 OCI 추가지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DCRE, 페이퍼컴퍼니와 설립시기 비슷

이렇다보니 OCI가 그간 DCRE를 끊임없이 지원한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막대한 지원에도 설립이후 줄곧, 앞으로도 DCRE 사업전망이 부정적이라는 데서 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이수영 회장의 페이퍼컴퍼니와 DCRE에 대한 그룹지원을 결부, 비자금 조성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페이퍼컴퍼니와 DCRE 설립시기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 이수영 회장 ⓒ뉴시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수영 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장은 2008년 4월 28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리치몬드 포레스트 매니지먼트’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OCI 측은 “자회사 이사회의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1백만불을 자산운용사를 통해 개설했다”며 “2010년 계좌를 폐쇄해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는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나 탈세 가능성이 높아 비자금 조성의혹 등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오는 사안이다.

OCI도 페이퍼컴퍼니 설립과 관련 비자금 조성의혹을 받았다. 앞서 이 회장의 두 아들(이우현·우정)은 2011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를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들이 시세차익을 거뒀다고 추정되는 시기는 페이퍼컴퍼니가 만들어지기 전인 2007년 10~11월. “이우현·우정씨가 얻은 시세차익이 페이퍼컴퍼니로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이유다.

페이퍼컴퍼니의 계좌가 폐쇄됐다는 2010년도 의구심을 낳는데 일조했다. 2010년은 이 회장의 부인인 김경자 관장이 운영 중인 OCI 미술관이 재개관한 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재벌가가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받을 때 거론되는 자금조성 수단이 미술품”이라며 “이 회장의 페이퍼컴퍼니의 경우 시기와 형식에서 의아한 면이 많다”고 말했다.

여기다 DCRE도 비자금 조성의혹을 가중시켰다. OCI가 설립이후 재무악화에 시달리고 사업전망마저 좋지 않은 자회사 DCRE에 전방위적 지원을 했다는 점, 이 회장의 페이퍼컴퍼니와 DCRE의 설립시기가 비슷하다는 점 때문이다. OCI는 2008년 4월 25일 DCRE 분할과 관련해 토지를 신탁했고, 5월 1일 토지담보를 설정해 은행에서 9300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일은 이 중간인 4월 28일이다.

OCI 관계자는 DCRE 4000억원대 지원이유와 관련, “OCI가 100% 주주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도 “지원이 아닌 증자로 봐야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DCRE의 정리여부에 대해서는 “DCRE는 토지개발을 목적으로 만든 회사로 아직 사업이 본격화되지 않아 매출이 없는 것이며 계속 인허가를 받고 준비하고 있다”면서 “목적사업 자체가 개발사업인 만큼 두고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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