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미룰 수 없다

 

국정원 수사권, 권력 비대화·인권침해 우려
외국 정보기관, 수사권없어 경찰과 상호협조
해외·국내로 2원화, 별도 정보기관 설치운영


국가정보원은 국가정보원법에 의해 대공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외사방첩, 국제범죄 등에 대해서는 관련정보를 수집해 검찰 및 경찰을 지원하고 있다. 1994년 당시 안기부법 개정으로 수사권의 범위에서 군형법중 이적의 죄, 군사기밀누설죄, 국가보안법에 포함한 7조(찬양, 고무 등), 10조(불고지)를 삭제했으나, 1996년 다시 국가보안법과 관련하여 수사권이 종전대로 환원됐다. 밀행성을 속성으로 하는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보유하고 있어 권력의 비대화와 인권침해의 소지가 논란이 되어 왔다.

이는 정보기관이 수사권을 보유할 경우 인권보장을 위해 준수해야 하는 ‘적법절차’에 대한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93년 안기부법 개정에 의해 범죄수사에 관한 적법절차 준수 규정을 두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 직권남용죄로 처벌하는 규정이 마련됐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다.

미국의 CIA, 영국의 MI-6, 독일 BND, 이스라엘의 모사드 등 주요 국가의 정보기관은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수사권을 보유했던 과거 나치 정권 정보기관의 폐해를 경험 삼아 BND는 수사권은 두지 않고, 필요할 경우 경찰과 협조하여 자료를 받는 등 상호 긴밀히 협조하고 있으며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다수의 외국 정보기관이 해외부문과 국내부문에 별도의 정보기관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해외정보업무는 CIA, 국내 보안과 방첩은 FBI로 나뉘어 있다. 영국도 해외 정보는 MI6라고도 불리우는 SIS, 국내 방첩은 MI5로도 불리는 SS로 분리되어 있고, 프랑스는 대외보안총국(DGSE)과 국토감찰국(DST), 독일은 연방정보국(BND)과 헌법수호청(BfV), 이스라엘은 모사드(Mossad)와 신베트(Shin Beth),  일본은 내각조사실과 공안조사청으로 업무가 분리되어 있다.

해외정보업무와 국내 보안 및 방첩의 업무가 통합된 경우는 소련의 KGB, 이란의 SAVAK의 경우들이 있는데, 소련도 해체된 뒤 러시아의 경우에는 해외정보부(SVR)과 연방보안부(FSB)로 업무를 분리했다.

한국의 특수성과 관련하여, 북한이라는 존재가 상존하고 있고 이로 인해 국내외로 업무를 구분하는 것이 힘들다는 점에서 분리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고, 반면 정치사찰과 공작 정치에 대한 과거의 경험들이 이러한 업무 영역의 분리 및 국내 보안 업무의 축소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최경환 “국정원 개혁방안 마련해야”
정몽준, “국가안보 전문기관으로”

새누리당은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계속해서 제기돼오는 문제인 만큼 차제에 이런 문제가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게 국정원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몽준 의원은 이와 관련, “중국이 실질적인 G2로 부상하고 있고 북한의 핵무장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 정보·외교 역량이 과거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해지고 있는데, 중요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휩쓸려 국민의 신뢰가 크게 훼손되고 있어 걱정”이라며 “대선 기간 국정원 활동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국회가 이 문제를 국내 정치의 시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국정원의 역할 정립이라는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국정원 정치개입 논란은 어제 오늘 비판을 받았던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금 정치권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은 과거 거의 모든 정권에서 국정원이 정치개입 논란에 휩싸였던 적폐를 깨고 어떻게 하면 국정원이 국가안보의 전문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개혁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금도 국정원 직원들이 국회를 출입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국회 정보위원회 운영도 개선할 점이 있는데, 미국 의회 정보위원회는 16개 정보기관을 관장하지만 구체적 정보를 청취하기보다 이들 기관이 과연 합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지 감독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는 정보를 보고받고 이것을 경쟁적으로 언론에 공개하는 일에 치중하다 보니 정보위의 기능과 위상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국정원 개혁과 함께 정보위의 역할도 국정원이 합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지 감독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통일시대를 준비한다는 큰 시각을 갖고 국정원 개혁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성준, ‘통일해외정보원’ 개칭
진선미, ‘불법 직무 행위 처벌’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국정원의 ‘대공(대북) 관련 직접 수사권’을 없애고, 국정원의 정치관여를 금지하기 위해 국내 정보 수집권을 원칙적으로 없애 국정원을 ‘통일해외정보원’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정보·보안 업무에 대한 국정원의 기획조정권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로 옮기는 내용 등을 담은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의안에는 국내 정보 수집은 국가안보와 남북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보안정보에 한해 수집할 수 있도록 했고, 국정원의 국내 정치 관여를 막고, 대북·대테러 등 국제범죄·국외정보 수집에 집중하도록 만들겠다는 취지가 담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벌어진 국정원 직원의 온라인 여론 조작 등은 국가기관이 국기문란 사건 혐의자로 전락한 것”이라며 “국정원 조직·업무에 대한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국정원이 통신사들에 개인의 통신자료를 요청해 열람한 사실과 자료를 정보위에 6개월마다 보고하도록 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에 힘을 모으고 있다.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도 국정원 직원의 ‘불법 직무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국정원법 개정안을 공을 들이고 있다.

여야 ‘국정원 사건’ 난타전
“매관매직” vs “배후설”

국정원의 선거 개입과 관련, 여야의 난타전이 점입가경이다.
새누리당은 검찰이 민주당 매관매직 공작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고, 민주당은 물타기를 통해 사건 본질을 희석하려는 의도라며 난타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과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에 각각 출연해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을 놓고 한 치의 양보없는 혈전을 펼쳤다.
 

김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전 국정원 간부 김상옥 씨에게 차기 국정원 기조실장이나 총선국장을 제의하는 등 매관매직을 조작했다”며 “또 김상옥 씨는 국정원 직원을 매수해서 국정원 선거에 개입시키는 데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국정원을 선거에 이용하는 국기문란 행위”이라며 “검찰이 이런 부분들도 철저히 수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홍 원내대변인은 “매관매직이라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증거를 제출해 주길 바란다. 조사해서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지고, 한 점의 의혹이 없다라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변인 이어 “이번 사건의 분명한 본질은 국가기관, 그것도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대선과정에 개입해 선거결과를 왜곡하거나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사건은 매관매직과 관계없이 이미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에 의해서 광범위하게 정치에 개입했던 것”이라며 “선거 결과의 왜곡 내지는 민심을 왜곡하는 데 국정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주장한 경찰의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축소 수사의 ‘배후설’과 관련해서도 두 원내대변인의 공방은 계속됐다.
민주당 홍 원내대변인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단독으로 이 행위를 했다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없다”며 “권영세 전 상황실장, 김용판 전 청장 그리고 박원동 국정원 국장, 이 세 사람간의 커넥션에 대한 의혹이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여러가지 정황을 봤을 때 새누리당에서는 이미 경찰의 발표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 원내대변인은 “‘의혹’, ‘추측’ 이런 것을 근거로 대지 말고, 확실한 근거를 내놓으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이 문제를 당시 대선까지 연계시켜서 대선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그런 나쁜 의도를 갖고 있다”며 “공당으로서 해야 될 도리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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