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초의 범죄심리분석관으로 명성을 날린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그는 희대의 연쇄살인마는 물론 정치 경제인 권력기관 등의 ‘범죄자들’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그들이 벌인 범죄행위와 처벌의 합리성을 분석하면서 많은 갈채를 받았다. 특히 ‘표창원의 시사돌직구’를 직접 진행하면서 그의 진가는 더욱 빛났다. 그런 그가 이번엔 정치권을 향해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렸다. 소신 있는 발언으로 최고의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 최고의 프로파일러 표창원. 그를 조명해 봤다.

▲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뉴시스

‘미스터 돌직구’…거침없이 정곡을 찌르는 언변자
“불법과 부정은 국민의 냉소와 무관심 먹고 산다”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 촉구, “범죄 배후, 밝혀야”
‘표현의 자유’ 구애 받고 싶지 않아 교수직 사퇴

범죄를 분석하고 범죄자의 심리를 꿰뚫는 예리한 눈을 가진 한국 최고의 프로파일러 표창원. 그는 ‘경찰의 대변자’ ‘국가의 옹호자’라는 짐을 벗고 자유롭게 발언하고 행동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경찰대 교수를 사퇴했다.

소신 있는 발언으로 많은 이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그는 ‘표창원의 시사돌직구’를 직접 진행하면서 그 진가가 더욱 빛을 발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정치권을 향해 독설을 퍼부으며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렸다. 지난 16일 국정원의 불법선거개입과 경찰의 허위수사결과 발표 사실이 드러나자 그는 “박 대통령이 집권 이후에도 수많은 책임질 기회를 놓쳤다”며 “이젠 사퇴하거나 내각총사퇴와 같은 중대조치가 없을 경우 위기를 넘길 수 없다”고 밝히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표 전 교수는 “대선 기간 중 박 대통령이 이 사건을 두고 ‘민주당의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야당의 흑색선전’ 등의 주장을 여러차례 언급했다”며 “국정원 선거개입이 사실로 드러난 이상 박 대통령 본인의 이미지 손상 뿐 아니라 정권의 정통성도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표 전 교수는 “본인이 언급한 영상이 떠돌고 있어 스스로 망신이다”라며 “그런 사실이 집권 이후에 수도 없이 밝혀지고 있었는데도 그런 허위정보를 제공한 사람에 대한 문책과 엄정한 책임추궁은커녕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후에도 경찰의 증거인멸은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표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이 이 지경까지 온 이상 본인의 책임을 벗어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제는 이 사건으로부터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민주, 법치국가로 기능이 손상 유린되는 과정에 대통령과 정부의 개입이 있어왔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과 정통성을 훼손하고도 대통령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 정체성이 손상될 수밖에 없으며, 국민들의 저항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국민이 납득할 사과와 함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내각을 총사퇴시키고, 야당과 범정치권이 협의해 국민이 지지할 수 있는 범거국내각을 구성한 뒤 국정원과 검찰 개혁에 나서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표 전 교수는 “취임 이후 4개월 간 본인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이제 와서 자신은 몰랐기 때문에 억울하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사건이 여기까지 올 때까지 많은 책임지는 방법과 의견 분석이 제시됐지만, 박 대통령은 모두 외면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사퇴밖에 답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국정조사해야”

 뿐만 아니라 표 전 교수는 지난 14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상황을 두고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청원글을 게재했다.

표 전 교수가 ‘국정원 게이트, 국정조사 실시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린 그 다음날인 15일 오후 3시 목표인원 10만 명의 약 25%에 해당하는 2만5401명이 참여했다.

표 전 교수는 청원글을 통해 이번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을 미국의 워터게이트에 빗대 ‘국정원게이트’라 명명하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로 조직적인 정보기관의 불법적 선거개입이 확인됐지만 체포·구속은 한 명도 없고 실제 불법행위를 자행한 국정원 직원은 기소유예됐다. 국정조사를 실시해서 철저히 사실을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불법과 부정을 자행한 자들은 국민의 냉소와 무관심을 먹고 산다”며 “냉소하지 말고 패배주의에 빠지지 말자. 국정조사 실시해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베’는 비겁자 탈락자”

 거침없이 정곡을 찌르는 언변 덕에 ‘미스터 돌직구’란 별명을 얻었고 사람들은 그의 화법을 ‘표창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그런 그의 돌직구 발언은 JTBC ‘표창원의 시사돌직구’에서 그 진가는 더 빛났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에 대한 분석을 내놓으면서다.

지난 2월 18일 밤 9시 50분 방송되는 JTBC ‘표창원의 시사돌직구’에서 프로그램 진행자인 표 전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일베:쓰레기통인가, 범죄집단인가, 사이버 테러리스트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표 전 교수는 ‘일베’ 이용자들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하는 비겁자, 강하고 능력있는 ‘남자’이고 싶지만 경쟁에서 탈락한 자” 등 25가지로 분석했다.
이어 표 전 교수는 “일베는 더 이상 인터넷상에서 아이들이 모여 장난치는 곳이 아니다”고 단호하게 정의했다.

일베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비롯한 역사 왜곡 문제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사진 등으로 최근 사이트 폐쇄 조치 여론까지 나오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또 일베는 개인을 향해 폭력성을 휘둘렀고 이 때문에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해 여름 한 방송에 프로그램을 통해 명품 복근녀로 유명인이 된 김씨 역시  이유도 모른채 일베 회원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당시 표 전 교수는 “제가 국정원과 경찰의 권력에 도전했을 때보다 ‘일베’에 대해 다루겠다고 했을 때 걱정하고 만류하는 분들이 더 많았다”고 밝히며 “일베는 제 신상을 털었고, 아내와 딸에 대한 스토킹 및 범죄 행동 모의를 했고, 집단 사이버 공격을 했다”고 밝혔다.

표 전 교수는 “저는 오랫동안 범죄를 다뤄온 사람이니 괜찮지만 저와 유사한 공격을 받았던 많은 분들은 생업이 무너지고 일상이 파괴됐다”며 “우리는 일베를 피하고 두려워 할 게 아니라 뭉치고 포기하지 않으며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대 입학, 어린 시절 셜록홈즈 영향

 어린 소년시절 셜록 홈스에 매료되면서 셜록 홈스의 꿈이 자리잡고 있었던 표 전 교수는 고려고등학교와 경찰대학을 졸업, 1989년 드디어 제주도 중문지역 전경대 소대장을 맡으며 대한민국 경찰이 됐다

이후 1990년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안녕리에 위치한 기동대 2소대장으로 부임한 그는 잊을 수 없는 사건과 맞딱뜨리게 된다.

이른바 ‘화성 연쇄살인’으로 알려진 경기 남부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이다. 누구보다 경찰로서 수사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다. 하지만 기동대 소대장 신분에 수사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고 검문검색과 치안유지를 담당하며 수사 상황을 면밀히 지켜봤다.
결국 이 사건에 대한 치열한 분석은 그의 저서 ‘한국의 연쇄살인’의 한 챕터를 이루게 됐다. 그렇지만 사건은 결국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표 전 교수는 수사 지휘부의 혼란상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 ‘살인의 추억’은 그에게 수사실패에 대한 무거운 연대책임을 안겨주면서 범죄수사기법 연구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후 그는 지난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이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대한 비방 댓글을 유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자신의 트위터(@DrPyo)에 “국가기관의 불법적 개입, 여론조작 의혹은 즉각 진위를 가려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이 사건과 관련해 JTBC에 출연, “경찰 중간수사 발표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 당시 상황은 감금이 아니라 잠금이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그는 경찰대 교수직을 사퇴했다.
국정원은 이후 표 전 교수가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을 언급한 언론 기고문 등에서 국정원에 대해 ‘무능하다’고 표현하는 등 기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냈다.

표 전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2012년 12월19일 실시되는 제18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과정에서 본의아니게 ‘경찰대학 교수로서의 직위’가 이용될 수 있음을 인식했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 “‘자유’ ‘표현의 자유’ ‘글을 씀에 있어 어떤한 것에도 구애받고 싶지 않은 욕구’ 때문”이라고 밝혔다.
표 전 교수는 당분간 현재 맡고 있는 방송과 기고 활동에 전념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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