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에서 가장 ‘핫’한 배경 장소는 북한이다.

미국 정부가 북을 ‘악의 축’, 즉 주적의 하나로 지목했고, 핵문제와 맞물려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으로서 그럴듯한 리얼리티를 갖추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가장 폐쇄적인 국가, 기이한 독재체제가 유지되는 빈민국으로 뉴스에 비춰지는 것도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20일 개봉하는 ‘월드워Z’와 27일 개봉하는 ‘코스모폴리스’의 주배경이 북한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빠지지 않고 언급되거나 등장한다. 한국 관객들이 무심코 지나치기 힘든 인상적인 장면들이다.

월드스타 브래드 피트가 주연하고 ‘몬스터 볼’,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등을 감독한 마크 포스터가 감독한 ‘월드워Z’는 미국 작가 맥스 브룩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국내에 ‘세계대전Z’라고 번역 소개된 이 책은 2006년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밀리언셀러에 오른 화제작이다. 소설은 인간을 좀비로 변화시키는 전염병이 각국 공항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자 UN소속 조사관 제리(피트)가 세계를 누비며 생존자들을 인터뷰한 보고서를 모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영화는 배경을 몇 곳으로 제한했다. 잠정 은퇴했던 제리가 거주하는 미국 필라델피아, 한국, 이스라엘, 세계보건기구(WHO) 연구센터가 있는 스코틀랜드 등이다. 현지 로케이션 대신  세트에서 주로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제리의 첫 조사지인 미군기지는 ‘캠프 험프리’라고 자막으로 표기된다. 아시아인 배우 2명이 첫 감염자인 헌병과 그에게 물려 역시 좀비가 되는 한국계 군의관을 각각 연기한 것이 한국임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한편 ‘코스모폴리스’는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대표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돈 드릴로(79)의 2003년 작을 영화화했다. 세계공황이 극에 달한 시점, 뉴욕을 배경으로 이제 28세인 거물 투자자 에릭 패커(로버트 패틴슨)의 하루를 그렸다. ‘폭력의 역사’, ‘네이키드 런치’, ‘크래시’ 등 자신만의 영화철학으로 독특한 영화세계를 구축해온 캐나다 출신 거장 데이비드 크로넨버그(70)가 6일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해 감독했다.

극 초반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암살은 세계경제의 위기상황을 상징하는 동시에 패커의 경호단계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 번역본 소설에서는 아서 랩 IMF 전무이사가 나이키 평양 지사에서 ‘머니채널’과 생방송 인터뷰 중 살해당하는 것으로 서술된다. 

동시에 두 영화에서는 나날이 커져가는 중국의 영향력도 짐작할 수 있다.

‘월드워Z’에서는 바이러스의 진원지를 원작소설이 중국으로 지목한 것을 대만이라고 바꿨다. 실제 16억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인구 1위 국가, 세계 2위의 영화 소비국인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인 듯하다. 중국정부는 중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한 영화 등 창작물들을 가차 없이 검열하고 있다. 심지어 ‘아이언맨3’은 중국 버전을 따로 만들어 중국인의 활약과 중국 배경, 상품을 추가하기까지 했다.

‘코스모폴리스’는 크로넨버그가 원작의 대사를 거의 그대로 옮겨왔다고 했지만, 소설에 나오는 일본 엔화는 영화에서 위안화로 변경됐다.  세월이 흘러 중국통화의 가치가 그만큼 올라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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