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에서 비자금 축재 혐의로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으나 1672억원에 달하는 미납액이 남아 있다. 2003년에는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남지 않아 주변 도움으로 근근이 살고 있다면서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2002년부터 7차례에 걸쳐 해외로 골프 여행을 떠나는가 하면, 2012년에는 1000만원이라는 큰돈을 육군사관학교에 기부한 바 있다. 29만원이라는 통장 잔고에서 어떻게 그런 큰돈들이 생겨났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 ‘29만원 통장의 마술’은 핏줄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번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사실이 들통 난 장남 전재국의 경우 290억 원에 달하는 시공사와 최소 300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차남 전재용 역시 수백 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가지고 있다.

29만원밖에 없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 그러나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들은 없다. 대체 그 돈들은 어디서 나왔을까. 아니, 전 전 대통령의 돈들은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미납 추징금의 공소시효가 다가오면서 그 의혹이 점점 더 커지는 가운데, 전재국 씨의 페이퍼 컴퍼니가 드러났다. 의혹의 눈길은 그에게 쏠리고 있다.

전 씨의 시공사는 출판업으로 부가가치세 면제를 받는 업종이다. 부가가치세가 면제라는 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물건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일반 업종의 경우 어떤 물건을 얼마에, 누구에게 팔았는지 세금계산서를 통해 투명하게 드러나지만 면세업자의 경우 불투명해진다. 출판업의 경우 100권을 팔았는지, 1000권을 팔았는지 충분히 매출 조작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업종이다.

전 씨에게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일부가 흘러들어갔어도,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을 드러내 놓고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사업을 통해 번 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업을 통해 번 돈은 합법적이기 때문에 혹 매출조작으로 비자금이 흘러갔을지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

시공사의 경우, 2004년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기점으로 해서 2003년 9567만 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이 30배 가까이 뛴 27억436만으로 뛰었다. 2004년에는 2억2841만원이었다. 3년 새 9000만원이 2억이 되고, 2억이 27억이 된 것이다. 묘한 우연이다.

2004년은 차남 전재용 씨가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60억원을 선고받은 해다. 이 해에 페이퍼 컴퍼니가 세워졌다는 사실에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 사실과 더불어 시공사의 성장 규모를 종합해 보면 전재용 씨가 검찰에 덜미를 붙잡힌 이후 급히 비자금을 ‘세탁’해야 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에 급하게 시공사의 수익 규모를 늘린 것은 아닐까하는 의혹이 생기게 된다.

반드시 미납 추징금을 받아 내겠다는 기치 아래서 경찰에 특별 팀이 꾸려졌다. 하지만 갈아왔던 칼을 꺼내 든 비장한 모습이 아니라 지각할까봐 헐레벌떡 뛰어가는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이런 걱정이 기우에 그치도록 경찰의 확고한 수사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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