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크라운제과 윤석빈 대표, 크라운베이커리 육명희 전 사장, 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 회장 (사진출처 : newsis)
크라운 제과, 만기적자로 제빵사업 ‘철수설’ 까지
점주들 “본사직원이 폐업 강요했다”…갈등 확산
‘족벌경영’ 위기오자, 결국 ‘토사구팽’ 수순 밟나?


크라운 베이커리, 좌초위기

크라운베이커리는 크라운제과의 생과사업부로 생겨났으나 1988년 별도 법인으로 분리됐다. 1990년대 초 제빵 업계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TV 광고를 제작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케이크 분야의 매출에 힘입어 업계 1위 자리를 꿰찼다.

대표적인 전통 빵집 브랜드로 자리 잡았던 크라운베이커리는 1998년 외환위기로 크라운제과가 1차 부도를 맞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후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 등 대기업 빵집에 밀려 크라운 베이커리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급기야 지난해 10월 크라운제과와 다시 합병된 상태.

업계에 따르면 제빵 업계 3위인 크라운베이커리가 브랜드 출범 25년 만에 폐업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크라운제과는 크라운베이커리의 가맹 사업 철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모든 점포의 문을 닫을 예정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크라운 베이커리의 사업 철수 소식은 본사 영업 담당 직원들이 일부 가맹점주들에게 자진 폐업 또는 타 브랜드로의 전환을 권유하고 있는 것이 알려지며 확산됐다. 점주 A씨는 “영업 소장으로부터 올해까지 점포별로 순차적으로 폐점을 진행한다고 들었다”며 “개인 빵집이나 타 브랜드로의 창업을 원하면 계약 해지를, 폐업을 원하면 폐업 신고를 하라고 통보 받았다”고 말했다.

크라운베이커리 측은 사업 철수에 대해 부인했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사업 철수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크라운제과는 지난해 크라운베이커리와의 합병을 통해 제빵 사업의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제빵 사업은 5년 전부터 50억 안팎의 적자에 시달렸고 비용 축소의 방편으로 일부 가맹점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게 크라운제과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와 점주들은 크라운제과의 제빵 사업 철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과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됐고, 경쟁 업체들의 비교도 안 될 만큼 시장을 잠식한 상황에서 크라운베이커리가 회생할 가능성은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윤영달 크라운제과 회장은 지난 2012년 크라운 베이커리 합병 당시 “국내 프랜차이즈 빵집 사업은 한계에 이른 것 같고 다른 업체들이 사회적 지탄을 받는 걸 감안, 빵집사업을 확장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모든 것은 甲이 정한다”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주협의회 측은 “본사가 가맹점을 말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크라운 베이커리가 경쟁 브랜드에 밀려 극심한 경영난에 빠지자 주문ㆍ반품 규정 등을 변경하며 점주들에게 피해를 전가시키고 있다는 것.

크라운 베이커리는 비용절감 시스템을 도입해 점주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측은 모든 품목에 대한 주문 마감 시간을 앞당겼다. 전달 정오까지 주문 가능했던 제품을 이틀 전 정오까지로 변경하는 식이다. 따라서 점주들은 판매 수량을 기존보다 하루 더 내다봐 주문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점주 A씨는 “빡빡해진 주문시스템 탓에 수요파악이 불가능해져 진열대에는 항상 빵이 부족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완제빵, 냉동생지(빵반죽) 등의 배달이 지연되거나 재고가 없다는 이유로 주문이 취소되는 경우도 일쑤다. 심지어 사측은 지난 2월부터 배송비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일요일 배송을 아예 중단한 상태. 가장 높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주말에 문을 닫는 매장이 늘어나며 급격한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변경된 반품규정역시 점주들의 피를 말리고 있다. 과거에는 반품이 발생 할 경우 본사와 가맹점이 절반씩 부담했지만 4월부터는 공급가의 3%만 본사가 부담한다.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를 비롯한 제과 업계의 반품 비용 역시 본사와 점주가 절반씩 부담하는 것이 관례인 만큼 ‘3% 부담’은 매몰찬 규정이라 할 수 있다. 점주들은 “반품 3%부담 변경 방침은 일방적인 갑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또한 본사가 직접 제품을 생산하던 파주공장을 패쇠하고 OEM으로 제품을 공급하면서 제품의 질과 다양성까지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

크라운베이커리 측은 가맹점 계약서상의 10조 4항에 있는 ‘제품 및 상품의 주문 방법 및 공급시기는 시장상황, 갑의 경영 여건 등을 감안해 갑(본사)이 정한다’라는 규정을 내세워 모두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영진 무능으로, 점주들 ‘생존위기’

2006년 크라운베이커리는 육명희(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부인)씨가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08년부터는 매년 50억원 만성적자를 기록하며 한때 업계 1위였던 명성은 전설로 사라진지 오래다.

업계에서는 크라운 베이커리의 쇠퇴 이유로 ‘족벌경영’을 꼽았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중심으로 혈연ㆍ지연ㆍ학연 등의 연고가 있는 인물들로 구성된 폐쇄적 경영방식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킨 것. 전문지식 보다는 친분으로 인해 업무가 분배되는 사람 중심의 조직 문화를 키운 탓에 전문경영인 부족하다는 평이다.

지난 2005년 당시 크라운제과는 해태제과를 인수하며 “철저한 분리 독립 경영원칙에 따라 서로 경쟁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결과는 달랐다. 윤영달 회장은 기존의 해태 임원 7명을 보직 해임했고, 이 빈 자리들에 가족들을 채운 바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2년 5월 육명희 전 회장의 사임에 대해서도 “부실 경영책임을 피하기 위한 오너일가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족벌경영’의 피해로 점주들은 죽어나는 데 회사는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점주들은 업계 1위를 달리던 크라운 베이커리가 족벌경영으로 폐업의 수순까지 이르렀다며 사측에 책임감 있는 대안을 요구했다.

수도권에서 10년 동안 크라운 베이커리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 A씨는 “10년 동안 함께한 나도 크게 보면 크라운사의 가족 아니냐”며 “토사구팽 하지 말고 점주들의 생계에 조금이라도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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