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에 걸쳐 두통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알고보니 두통이 그리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우리는 머리가 아프면 겁부터 난다. 뇌종양이라는 병이 있기 때문이다.

실상 뇌종양은 현실 속에서는 흔하지 않은 병인데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자주 만난다.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은 가련하고 안타까운 비운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뇌종양을 앓고 있어서 뇌종양이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병이다.

그래서 머리가 아프면 먼저 뇌종양을 떠올리고 염려한다. 그러나 뇌종양은 두통이 없다. 뇌종양으로 두통이 시작되었다면 이미 상당히 오래 진행된 상태라는 뜻이다.

엄격히 말하면 뇌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뇌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기 때문이다. 통증이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기전이다. 위험이 닥치면 통증을 느끼도록 함으로서 위험을 피하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만약 칼로 베어도 아픈 것을 모른다면 장난삼아 자기 몸을 베기도 하고 부러뜨리기도 할 것이다.

허기야 아픔이 있어도 몸에 그림을 새겨 넣는 사람도 있고 자기 몸을 그어서 피를 흘리거나 일부러 달리는 차에 뛰어들어 공갈을 일삼는 무리도 있는 세상이니 통증이 몸을 보호한다는 얘기도 그리 믿을만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딱히 할 말이 없긴 하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병을 앓는 사람이 있는데 자라기 전에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면 통증이 우리를 지켜준다는 것은 분명하다. 두뇌는 단단한 두개골에 둘러싸여 보호를 받고 있다. 이미 위험으로부터 철저히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아픔을 느낄 필요가 없다. 그래서 머리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데 뇌압이 올라서 뇌가 눌리거나, 뇌압이 낮아져서 뇌조직이 당겨지면 통증을 느낀다.

뇌종양은 종양이 생긴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증상이 천차만별이지만,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시야의 일부분이 보이지 않는 시야결손과 간질발작을 들 수 있다. 종양이 많이 자라서 뇌압이 올라가서 뇌조직이 압박을 받게 되면 비로소 두통이 시작된다. 요즘은 머릿속을 들여다보듯 선명하게 찍을 수 있는 첨단 영상장비가 있지만 유능한 의사는 진찰만으로도 뇌압의 상승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뇌압이 상승할 경우 나타나는 특징적 증상은 두통과 구토다. 이런 경우 특징은 일반적인 구토와는 다르다. 보통 구토가 나오려면 그 전에 속이 울렁거리고 메슥거리는 느낌을 먼저 느끼는데, 뇌압이 상승하는 경우는 메슥거리는 느낌이 없다가 갑자기 물총을 내 쏘듯 분사하는 것처럼 토하게 된다.

머리가 아프면서 구토가 나온다면 뇌에 병이 생겨서 뇌압이 상승되었다는 것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경우 스스로 고개를 숙여서 턱을 가슴까지 당겨보아, 목이 뻣뻣해져 고개가 숙여지지 않아 턱이 가슴에 닿지 않는다면 분명히 뇌에 병이 생겼다고 보아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의사는 검안경으로 눈을 통해 망막을 살펴보는데 뇌압이 상승한 경우 망막의 황반부위가 불룩하게 솟아오르는 유두부종이라는 소견이 나타난다. 뇌종양이 흔한 병은 아닌데 두통만 있으면 종양을 겁내는 사람들이 많다. 병을 예방하기 위해 사전에 주의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지나친 염려는 부질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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