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 뒷문에 줄서있던…삼성家

 
‘주관적 채점 영역’ 만점으로 16명중 15등 ‘턱걸이합격’
시교육청 “긍ㆍ부정 불가” 발빼고, 삼성 “개인사” 선긋고
‘자퇴 선언’에도 공분 확산…삼성, 이재용 때문에 ‘곤혹’


‘설마’가 ‘역시’로…

국제중의 뒷문에 삼성이 줄서있었다. 영훈국제중에 합격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성적이 입학전형을 거치며 만점으로 조작된 혐의가 28일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영훈국제중 종합감사 결과, 2013년도 입학전형에서 핵심 교직원들의 주도로 특정 학생들을 합격 또는 불합격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성적을 조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학교 측은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을 진행하며 미리 합격을 내정한 학생 3명에게 대담한 퍼주기를 감행했다. ‘객관적 채점 영역’에서 하위권이었던 3명에게 ‘주관적 채점 영역’에서 만점을 줬고, 그래도 합격권인 16위내에 들지 못하자 다른 지원자의 점수를 깎는 꼼수를 부렸다.

세간의 관심은 ‘주관적 채점 영역’에서 만점을 받은 내정자 3명에 이 부회장의 아들이 포함돼 있는지 여부에 쏠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내정자 중 이 부회장의 아들이 포함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인정했다.

이에 대해 조승현 서울시시교육청 감사관은 “이 회장 아들의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교육청의 공식 입장은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라며 “검찰에 모든 자료를 넘겼으므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국제중의 비리를 오랜 시간 감시해왔던 김형태 교육의원은 28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이 입수한 영훈중의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 점수 집계표를 공개했다.

이 표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 이모군의 성적은 합격생 16명 중 15위다. 주관적 채점 영역인 자기개발계획서와 추천서 부분에서 각각 만점을 받은 반면 객관적 채점 영역인 교과성적(50점만점)에서는 주로 49점대를 받은 다른 합격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45.848점을 받았다.

한편, 감사를 담당했던 시교육청이 원본 자료 공개와 사실 확인 여부 등을 거부하며 침묵하고 있자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특별감사가 끝나면 결과보고서 원본을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에게 보내는 게 그동안의 관례다. 영훈국제중 감사의 경우 시의회가 수차례 원본 공개를 요구했지만 시교육청이 여전히 거부하고 있는 것.

시교육청 관계자는 “삼성눈치보기식 은폐의혹은 말도 안된다”며 “정황을 포착한 수준이라 특정인을 공개하면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고 학생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음을 유념해 달라”고 덧붙였다.

학교 측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아들은 국제중 부정입학의 의혹이 거세게 일자 자퇴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잘나가던 이재용 ‘삐걱’

이 부회장의 아들이 국제중 부정입학 사건에 휘말리자 삼성家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자칫 재벌구도 자체에 대한 분노로 확산될 수도 있기에 그룹내에서도 검찰수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2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 브리핑에는 이인용 미래전략실 사장이 아닌 상무급이 대표로 나왔다. 수요 사장단회 브리핑은 이 사장이 직접 출입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삼성전자의 공식 일정이다. 그룹 측은 이 사장에게 외부 약속이 있기 때문이라고 상무급이 대신한다고 설명했지만 통상 브리핑을 위해 수요일 오전 시간을 비워 왔던 점을 감안하면 일부러 자리를 피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론의 조율하는 삼성의 공식 ‘대변인’ 역할을 해왔던 이 사장은 ‘이재용 라인’의 핵심 인물 이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선후배 관계인 이 부회장과 이 사장은, 지난해 각각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미래전략실 사장으로 동반 승진한 바 있다.

이 회장과 행보를 같이 해오던 이 사장이 이날 브리핑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삼성도 그만큼 곤혹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안팎에선 보고 있다.

삼성그룹 측은 이재용 부회장 자녀 입학 건과 관련된 질문에 “저희가 대답할 수 있는 성질의 사안이 아닌 것 같다”며 “가족 문제이기 때문에 자세히 알 수가 없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삼성은 재벌 비리에 대한 ‘반감’ 그 중심에 서왔다. 2007년 삼성 비자금 사건당시 국민들은 “삼성왕국을 해체시키고 이건희 부자를 구속해라”고 공분을 표했다. 이후 삼성은 전자사업의 활약에 힘입어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해 국가경제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성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 입시비리 사건으로 국민점 반감이 재점화 되며 다시금 삼성의 도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호실적을 발판으로 ‘경영능력검증’ 이라는 꼬리표를 때고 ‘2인자’ 자리에 안착했던 이 부회장의 위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국제중 입학 비리와 관련 검찰은 성적 조작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대가성 금품이 오갔는지 집중 수사하고 있어 삼성 일가가 검찰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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