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업 불황에 이수영 회장 조세피난처 논란까지

이우현 OCI 사장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태양광업 불황 때문에 그룹이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때, 아버지인 이수영 회장이 복병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최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재계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려 집중조명을 받았다. 이에 비자금 조성의혹으로 번진 가운데 회사의 어려움과 결부해 분개하는 이들이 많다.

실적부진·계약해지·투자연기 등 업황에 ‘휘청’
달리려는 아들, 이번엔 부모님이 발목 잡았다

▲ 이수영 회장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5월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보유한 국내인사 명단을 1차 공개했다. 조세피난처는 ‘법인에서 발생한 실제소득 전부 또는 상당부분에 대해 조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15% 이하의 조세를 부과하는 지역’으로 버진아일랜드, 케이먼군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뉴스타파가 공개한 1차 명단에는 이수영 OCI 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 동생)의 부인 이영학씨, 조욱래 DSDL(구 동성개발) 회장(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동생)과 그의 장남 조현강씨 등이 이름을 올렸다. 첫 타자였던 만큼 이들에게 쏟아진 관심은 컸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그중에서도 이수영 회장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이었다. 이 회장이 재계순위 20권의 중견기업 오너이자 2000년~2010년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을 지낸 경제계 원로이기 때문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수영 회장과 부인 김경자 관장은 2008년 4월 28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RICHMOND FOREST MANAGEMENT LIMITED(리치몬드 포레스트 매니지먼트)’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것은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나 탈세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돼왔다. 특히 이 회장의 경우에는 “페이퍼컴퍼니와 연계된 이수영 회장 부부 은행계좌를 확인했다. 이수영 회장은 (이 계좌로) 상당 자금을 운영했다는 것을 시인했다”는 뉴스타파의 설명이 뒤따라 비난여론이 상당했다.

OCI는 즉각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자회사인 OCI Enterprises(오씨아이 엔터프라이즈)의 이사회의장으로 재직하면서 받은 1백만불 정도를 자산운용사를 통해 개인계좌를 개설했다. 그 후 2010년에 계좌를 폐쇄해 현재는 존재하지 않으며 미국 내 계좌에 동일금액이 예치돼 있다”면서 “누락된 신고와 납세사항이 있을 경우 즉시 완결토록 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페이퍼컴퍼니 설립시기를 두고 불거진 각종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 회장 일가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를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의혹을 받아 검찰조사를 받은 때가 2009년이기 때문이다. 2011년 1심에서 이 회장의 장남 이우현 OCI 사장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사장이 시세차익을 거둔 시기는 페이퍼컴퍼니가 만들어지기 전인 2007년 10~11월. 이로 인해 이 사장을 비롯한 이 회장 일가가 얻은 시세차익이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로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중이다.

더군다나 페이퍼컴퍼니의 계좌가 폐쇄됐다는 2010년은 김경자 관장이 현재 운영 중인 OCI 미술관이 재개관한 때다. 일각에서는 “재벌가가 비자금 조성, 탈세 의혹을 받을 때 통상 거론되는 자금조성 수단이 미술품 거래였다”며 의심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점차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확산되는 양상인 것.

국세청도 OCI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에 나섰다. 국세청은 이 회장 부부의 페이퍼컴퍼니가 설립된 시기를 중심으로 이 회장 부부와 회사의 자금흐름을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즉 이수영 회장의 ‘조세피난처 논란’이 향후 OCI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실적은 안 좋은데

조세피난처 후폭풍을 정통으로 맞은 이는 이 회장의 장남 이우현 사장이다. 이 사장은 ‘위기돌파’ 특명을 짊어지고 지난 3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사장으로 취임한 2개월 동안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당혹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업 불황으로 적자지속, 대규모 공급계약 해지, 시설투자 잠정연기가 일어난 때 예상치 못했던 부모님의 페이퍼컴퍼니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지난 2년간 OCI는 업황 불황으로 시가총액 12조원이 증발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폴리실리콘 업체 1위로서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업황 불황에 꿋꿋하게 버텨왔으나 지난해 4분기 시련이 표면화됐다. 올해 1분기에는 폴리실리콘 가동률 상승으로 흑자전환을 점쳤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여전히 적자상태였다.

OCI의 올해 1분기 매출은 7800억원으로 전기(7036억원) 대비 10.9% 상승했다. 규모는 줄었지만 영업손실과 분기순손실은 여전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과 분기순손실은 237억원, 312억원을 기록했다. 전기에는 622억원과 1444억원이었다. OCI의 어려움은 전년 동기와 비견할 때 더더욱 체감된다. 지난해 1분기 OCI의 영업이익과 분기순이익은 966억원, 724억원이었다.

업황 불황 탓에 지난 4월 선텍파워홀딩스와 맺었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 3건도 해지됐다. 금액은 1조4620억원으로 지난해 OCI 매출의 60%, 장기공급계약분의 9%에 달하는 규모였다. 지난해에도 OCI는 1월 에버그린솔라(2건·3220억원), 12월 세미머티리얼즈(1건·2417억원)와 스페이스에너지코퍼레이션(2건·2941억원)과의 공급계약 해지소식을 알렸다. 모두 업황 불황으로 이들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 계약이행이 힘들다는 이유였다.

여기다 OCI는 5월 15일 폴리실리콘 제4공장과 제5공장에 대한 투자를 “태양광업 업황이 회복되는 시점까지 잠정 연기하겠다”는 공시도 냈다. 악화된 사업 환경과 투자효율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태양광업 불황이 가져온 어려움들이었다.

이 사장은 연초 2017년까지 기존 사업부문(폴리실리콘·석유석탄화학·무기화학 및 기타)에 전력발전·신규사업(신소재)을 추가해 영업환경이 불안정할 때도 이익을 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때만 해도 부모님(이수영 회장·김경자 관장)의 페이퍼컴퍼니가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을 터.

이 사장이 앞서 받았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의혹까지 회자되면서 이 사장의 한숨은 더더욱 깊어질 듯하다. OCI 오너일가가 받고 있는 의혹이 향후 이 사장에 미칠 파장은 어떠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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