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회사 재직 중 받은 돈" 선 그었지만 비자금 조성의혹 제기돼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5월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보유한 국내인사 명단을 1차 공개했다. 조세피난처는 ‘법인에서 발생한 실제소득 전부 또는 상당부분에 대해 조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15% 이하의 조세를 부과하는 지역’으로 버진아일랜드, 케이먼군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뉴스타파가 공개한 1차 명단에는 이수영 OCI 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 동생)의 부인 이영학씨, 조욱래 DSDL(구 동성개발) 회장(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동생)과 그의 장남 조현강씨 등이 이름을 올렸다. 첫 타자였던 만큼 이들에게 쏟아진 관심은 컸다.

그중에서도 이수영 회장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이었다. 이 회장이 재계순위 20권의 중견기업 오너이자 200년~2010년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을 지낸 경제계 원로이기 때문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수영 회장과 부인 김경자 관장은 2008년 4월 28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RICHMOND FOREST MANAGEMENT LIMITED(리치몬드 포레스트 매니지먼트)’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것은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나 탈세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돼왔다. 특히 이 회장의 경우에는 “페이퍼컴퍼니와 연계된 이수영 회장 부부 은행계좌를 확인했다. 이수영 회장은 (이 계좌로) 상당 자금을 운영했다는 것을 시인했다”는 뉴스타파의 설명이 뒤따라 비난여론이 상당했다.

OCI는 즉각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자회사인 OCI Enterprises(오씨아이 엔터프라이즈)의 이사회의장으로 재직하면서 받은 1백만불 정도를 자산운용사를 통해 개인계좌를 개설했다. 그 후 2010년에 계좌를 폐쇄해 현재는 존재하지 않으며 미국 내 계좌에 동일금액이 예치돼 있다”면서 “누락된 신고와 납세사항이 있을 경우 즉시 완결토록 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페이퍼컴퍼니 설립시기를 두고 불거진 각종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먼저 업계에서는 이 회장 일가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를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때가 2009년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2011년 1심에서 이 회장의 장남 이우현 OCI 사장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더군다나 페이퍼컴퍼니의 계좌가 폐쇄됐다는 2010년은 김경자 관장이 현재 운영 중인 OCI 미술관이 재개관한 때였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재벌가가 비자금 조성, 탈세 의혹을 받을 때 거론되는 자금조성 수단은 미술품 거래였다”며 의심어린 시선도 보내고 있다.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확산되는 양상인 셈이다.

국세청의 전방위적 조사도 OCI에게는 부담일 듯하다. 국세청은 이 회장 부부의 페이퍼컴퍼니가 설립된 시기를 중심으로 이 회장 부부와 회사의 자금흐름을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즉 이수영 회장이 가져온 ‘조세피난처 논란’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조세피난처 명단발표로 OCI 오너일가에 쏟아진 각종 의혹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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