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시리즈의 올 1분기 판매량이 아이폰을 앞질렀다. 국내 언론은 앞 다퉈 보도를 쏟아냈다. “갤럭시 S가 아이폰의 아성을 뛰어 넘었다”고. 하지만 IT 전문가들의 주장은 다르다. “스마트폰 시대 이래 애플의 아이폰을 능가하는 제품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삼성이 현존하는 모든 기술이 집약된 ‘갤럭시S4’를 출시했지만 애플제품을 사기 위해 매장 앞에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애플빠’와 견줄만한 소비자의 열광은 찾아보기 힘들다.

삼성 ‘갤빠’ 갈증이, ‘애플심장부’ 뉴욕에 대한 집착으로 분출
소비자 생활 패턴 아우르는 연계성 부재로 ‘충성도’ 떨어져
애플에는 있지만 삼성에는 없는 단 한 가지 ‘소비자의 열광’
결국, 그릇(hardware)보다 내용물(sofeware)이 더 중요하다?

기능은 넘치나 혁신은 없다

삼성전자의 효자상품인 갤럭시 시리즈의 최신작 ‘갤럭시S4’가 지난 27일 한국을 포함한 세계 10개국에서 동시 출시됐다. 스티브 잡스가 타계한 후 주춤한 애플과 격차를 벌려 확실한 선두주자가 된 삼성의 전략 상품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우선 갤럭시S4의 성능과 디스플레이에 대해서는 “뛰어나다”는 평이 공통분모다. 미국 IT 전문 매체 씨넷ㆍ폰아레나ㆍ매셔블 등은 갤럭시S4의 성능에 대해 호평하며 “화면이 커졌지만 반응 속도가 빨라지는 등 하드웨어의 성능이 개선됐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갤럭시S4의 최대 장점으로 스마트폰 최초로 탑재한 ‘풀HD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꼽았다. 삼성전자는 육안으로 화소수를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한 풀HD급(1920×1080화소)해상도를 지닌 ‘슈퍼아몰레드’를 탑재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넘어 설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미국 화질평가기관 ‘디스플레이메이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갤럭시S4가 “화면 반사율이 매우 낮고 색 정확도가 좋아 화질이 인상적으로 향상됐다”며 A등급을 부여했다. IT 전문 블로거들도 “화소 배열이 개선되고 높은 해상도를 구현함으로써 글자 표현력이 부드러워 졌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갤럭시4S는 독보적인 첨단 기술을 탑재했음에도 보고 듣고 즐길 거리를 기대하던 소비자를 매료시킬 ‘한방’이 부족했다. 스마트폰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시선, 음성, 동작을 인식시켜 편의성을 강화한 사용자환경시스템조차 실용성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일상적으로 활용하기엔 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갤럭시S4의 새로운 기능 중 화면에 손가락을 직접 터치하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는 ‘에어 제스처’와 ‘에어 뷰’는 크롬이나 구글에서는 작동하지 않았고, 시선을 인식하는 기능인 ‘스마트 스크롤’은 오류가 잦아 불편함을 유발했다.

미국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갤럭시S4의 새로운 기능 중 놀라운 것은 없다”고 평했고, IT 전문 블로그 기즈모도는 “새롭다고 여겨졌던 모든 것들을 다시 구식으로 돌려놓는 듯한 실수를 범했다”고 평했다.

게다가 플라스틱을 사용한 갤럭시S4 디자인이 알루미늄을 사용해 고급스러운 외형을 구현한 애플과 HTC비해 촌스럽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아이폰5보다 파손 위험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내구성에 대한 빈축도 샀다.

IT 업계 전문가는 “갤럭시S4가 스마트폰 시장의 진화된 수준을 보여주는 고성능 제품임은 사실이나 보는 시각에 따라 심심한 단말기라 할 수 있다”라며 “일상적으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한 기술들이라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기엔 힘들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가 지난 3월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 S4의 출시를 예고하는 ‘삼성 언팩 2013’ 행사를 열고 마케팅에 총력을 쏟고 있다.
혁신을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에게 ‘갤빠를 만들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갤럭시 제품에 열광하는 소비자를 양성해 갤럭시 시리즈의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이유에서다.

소셜네트워크의 발달로 블로거의 영향력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지자 젊은 IT 매니아들의 호감을 얻기 위한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쩍 애플의 발자국을 따라가며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최대 시장이자 애플의 안방인 미국 뉴욕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 3월 갤럭시S4 언팩 행사를 열어 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행사가 열린 뉴욕 맨해튼은 애플 매장 1호점이 있는 ‘애플의 홈구장’이다. 삼성이 일전을 치를 첫 장소로 애플의 홈구장인 맨해튼을 선택한 것은 미국 시장에서의 승자가 글로벌 스마트폰의 일인자로 인식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지난달 14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뉴욕에서 언팩 행사를 한 것은 (삼성의) 미국시장 점유율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미국 최대 일간지인 뉴욕타임즈 13면부터 20면까지 무려 8개면에 걸쳐 갤럭시S4를 홍보하는 전면광고를 냈다. 또 같은 날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과 대중지 유에스에이투데이에도 8개면에 걸쳐 같은 내용의 전면광고를 냈다. 신문의 특정 섹션이 아닌, 8면에 걸쳐 한 제품의 광고를 게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눈에 띄는 점은 뉴욕타임즈의 보도 태도다. 삼성에게 이례적인 8면 전면광고를 받고도 갤럭시S4에 대해 “S3에서 일부 기능만 추가됐다”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보기 어려다”고 비평을 가했다.

뉴욕의 광고 업계 관계는 “삼성은 갤럭시S4광고를 내면서 ‘IT TAKES A LOT OF THINGS TO BE THE NEXT BIG THING(혁신을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문구를 내걸었지만 아이디어는 없고 물량공세만 눈에 띄는 광고다”며 “광고투자를 하는 만큼 매출증대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는 타이완 휴대폰업체 제이슨 맥킨지 HTC 회장이 “삼성전자는 마케팅비만 집중 투하했는지, 눈에 띄는 혁신은 찾기 힘들다”고 평가절하 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지나달 13일 광고 조사·컨설팅업체인 칸타미디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에서 스마트폰 광고비로 4억100만달러를 사용해 미국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광고주로 등극했다. 하지만 그 비용에 상응하는 현지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애플은 다르다

삼성과 애플은 근본적으로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애플은 한번도 판매량으로 1위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적이 없다. 애플은 최고가 아닌 충분한 혁신만으로 시장을 열광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는 ‘세계최고’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삼성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애플은 최악과 최선을 넘나드는 극적인 결과물을 내놓으며 실패와 성공을 거듭했다. 애플이 내놓은 컴퓨터 매킨토시는 기술적으로는 극찬을 받았지만, 경영실적에서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그늘에 가려져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다가 아이팟으로 MP3 플레이어 시장을 휩쓸고, 모바일 시장에서는 아이폰, 태블릿 PC 시장에서는 아이패드를 연달아 히트시켰다.

이러한 성공은 애플의 강점인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힘에 있다. 애플은 MS의 윈도우 다음으로 세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OS X’ 라는 자체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체제를 활용해 다른 종류의 제품들임에도 불구하고 상호 연계성을 구현함으로써 ‘애플’만의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애플은 동기화 절차 없이 어디서나 문서를 공유하고 간단하게 액세스 할 수 있도록 소비자들에게 iCLOUD라 놀이터를 제공했다. iCLOUD란 시스템 환경 설정에서 동일한 계정(ID)을 등록하면 다른 애플 기기에서도 연동되는 자동 동기화 서비스다.

반면 삼성은 소프트웨어(내용물) 보다는 하드웨어(그릇) 중심의 회사다. LCD 액정패널, 메모리 반도체 등 하드웨어 생산 능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지만 정작 하드웨어를 연동해 묶는 운영체제는 만들지 못한다. 갤럭시4S가 세계 최고의 하드웨어 기술력이 집약된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소비자의 패턴을 아우르는 중독성이 부족한 것도 자체적인 프로그램의 부재로 해석할 수 있다.

애플은 품질을 희생하면서 저렴한 제품을 만들지 않는 기업철학을 가지고 있다. 세계 1등 기능이 담긴 최첨단 제품이나, 박리다매 위한 저렴한 라인을 생산하기 보다는 소비자의 욕구 반영을 최우선시한다.

스티브 잡스가 전자제품에 있는 많은 버튼을 보고 소비자의 불편함을 상기해 “전원버튼을 없애라”고 주문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모두를 경악시켰던 잡스의 지시는 아이팟과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의 대부분의 기기에 적용돼 ‘단순성’이라는 혁신을 이뤘다.

반면 삼성은 근래에 들어서 고급화 전략을 취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인 시장 구분을 두지 않는 올라운드 기업이다. 삼성은 아이폰 시리즈 하나만 출시하는 애플과 달리 다양한 성능을 탑재한 여러 가격대의 제품을 내놓고 있기에 당연히 애플을 능가하는 판매량을 기록한다. 따라서 스마트폰의 판매량만을 가지고 ‘삼성이 우위에 섰다’라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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