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채용시스템에 비판여론 확산

최근 한 기간제 교사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자위행위를 해 충격을 줬다. 이후 여론은 기간제 교사가 빚은 사건이라는 데 중점을 뒀다. 감사원이 기간제 교사 채용비리를 공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사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기간제 교사를 말썽쟁이로 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간제 교사가 아닌 함량미달 교사가 일으켰다는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함량미달 교사가 늘어난 이유는 뭘까. 변화 없는 정교사 수와 달리 급증한 기간제 교사 수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술한 기간제 교사 채용시스템이 가져온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간제 교사 관련사건 수면 위로
“교장에 집중된 채용권한이 문제”

최근 서울의 한 남녀공학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 A씨가 학생들 앞에서 자위행위를 한 일이 벌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자습시간에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는 학생을 폭행하고 달아난 학생을 뒤쫓는 과정에서 바지를 무릎까지 내리고 자위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계좌번호 명함부터 자위행위까지

사회적 관심이 쏟아진 것은 해당학교 학생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A씨의 자위행위 동영상을 게재하면서다. 서울시교육청은 A씨의 교사직위를 해제한 뒤 징계절차를 밟는 중이고, 경찰은 18일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처음에는 완강히 부인하던 A씨도 자신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본 후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왜 이러한 행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A씨 사건이 발생한 후 기간제 교사의 자질논란이 이는 등 여론은 들끓었다. 이는 감사원이 기간제 교사 채용비리 등 지방교육행정 운영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간제 교사 관련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감사원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특수학교에서는 이사장이 딸과 예비사위 그리고 채용부탁을 받은 교육청 담당 장학관 아들 등 8명(정규 2, 기간제 6)을 합격자로 내정한 뒤 시험지를 유출했다. 이후에는 2명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고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는 비리도 발생했다. 청탁에 의해, 돈에 의해 교사로 채용한 것이다.

감사원 감사결과 외에도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 B씨가 학생들에게 통장 계좌번호가 적힌 명함을 돌리고,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 C씨가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등 여러 사건들도 세간의 이목을 주목한 바 있다. 이따금씩 기간제 교사 관련사건이 터지면서 그때마다 자질논란도 불거졌다.

“문제는 채용시스템”

하지만 “기간제 교사라는 신분에 원인을 전가시키는 것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문제는 기간제 교사가 아닌 함량미달 교사가 저지른 사건이라는 데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함량미달 교사들의 사건이 최근에야 두드러지게 된 이유는 뭘까. 변화 없는 정교사 수와 달리 급증한 기간제 교사 수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 따르면, 정교사 수는 2010년 39만3009명에서 2012년 39만3072명으로 큰 폭의 변화가 없었다. 반면 해당기간 동안 기간제 교사 수는 2만5806명에서 3만9974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육아휴직 교사가 증가하고, 복수담임제로 인해 담임수요가 증가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기간제 교사 급증과 함량미달 교사 증가를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 채용시스템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주장도 일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간제 교사 채용은 전적으로 학교장에 달려있다. 교장의 판단이 절대적 평가기준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채용비리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 앞서 언급된 감사원 감사결과에서도 허술한 채용시스템이 가져온 각종 비리들이 확인됐다.

이러한 채용시스템은 채용비리뿐만 아니라 기간제 교사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결과를 낳았다. 올해 초 종영한 드라마 ‘학교2013’에서도 꼬집은 부분이다. 드라마에서 학교장은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기간제 교사에게 호시탐탐 계약해지를 종용하고, 기간제 교사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취업이 안 될 상황을 염려한다. 블랙리스트는 교장들이 말을 듣지 않는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지 말자며 공유하는 명단을 가리킨다.

실제로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김씨는 “기간제 교사들은 교장의 평가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대우가 부당하다고 생각해도 재임용을 위해 참고 따른다”며 “정교사가 기피하는 담임업무나 허드렛일까지 기간제 교사에게 맡겨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장 입김이 세다보니 자질보다 행정편의를 위한 채용도 심상찮게 이뤄진다”며 “현 채용시스템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처우에서도 성실히 업무를 행하는 기간제 교사들이 많다. 그래서 몇몇의 함량미달 기간제 교사로 인해 성실한 교사들까지 곱지않은 시선을 받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교육부는 사전연수를 실시하고 교육감이 운영하는 인력풀에서 채용하는 등 기간제 교사 채용절차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객관적 기준을 통해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는 시스템이 정착돼 한 사람의 자의적 판단으로 채용여부가 결정되는 현 상황이 개선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