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정밀화학 가스누출 사건, 이대로 방관할 것인가?

최근 들어 가스폭발 사건을 비롯하여 유독물질 유출 사건 등으로 기업의 안전불감증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국민과 근로자의 건강을 도외시한 기업의 행태에 비난이 쏟아졌다. 기업들은 사고예방보다는 사건이 터진 후에 수습하기에 급급했다. 만연한 안전불감증에 습관화된 늑장대응은 사건을 대형화했고 그 피해는 국민의 몫으로 전가됐다. 최근 발생한 삼성정밀화학 가스누출 사건의 전모를 들여다 본다. 

▲ 삼성정밀화학 울산공장에서 발생한 염소가스 누출사고와 관련해 해당 관계자들이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누출사고에 대해 사과했다.

잇단 가스누출 사고, 안전불감증에 늑장대응까지
가스감지기 작동 9시46분, 신고는 11시35분
기업은 사건 무마에만 집중…근본적인 대비책 부실


지난14일 울산 소재 삼성정밀화학 전해공장에서 염소가 누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액화염소가스를 염화메탄 공장으로 공급하는 펌프가 원인미상으로 가동정지하고 예비펌프까지 움직이지 않아 진공처리 배관 막힘과 역류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염소 누출량은 4.6㎏으로 가량, 누출시간은 50여 분으로 추정된다. 현재 염소가스가 누출된 설비는 운행을 중단했다.

울산고용노동지청은 지난 15일 삼성정밀화학 전해공장에 대해 작업중지명령과 시설진단명령을 내렸다. 또한 노동지청은 삼성정밀화학의 염소가스 누출사고와 관련, 삼성정밀화학과 인근 회사인 노벨리스코리아 울산공장 근로자에 대해 건강진단 명령을 내린 상태다.

노동지청은 건강진단 대상 삼성정밀화학 근로자와 삼성정밀화학에서 누출된 염소가스가 인근에 있는 노벨리스코리아로 날아가 근로자 상당수가 염소가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벨리스코리아 울산공장에서는 당시 교대근무 중이던 100~200명의 근로자가 건강검진 대상이 될 수 있다.

노동지청은 삼성정밀화학에서 현장조사를 벌인 데 이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현장작업자와 책임자를 잇달아 조사하기로 했다.

노동지청은 위반혐의가 나오면 삼성정밀화학 울산공장장도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울산남부경찰서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염소가스는 독성을 가진 기체로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화학전에 사용하기도 했다. 공기 중에서 노출되면 호흡곤란 증세가 발생하여 직접 흡입해서는 안 되고 취급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소(Cl2)는 황록색 기체로 맹독성 가스로 분류되고 있다. 공기보다 약2.5배 무거워 누출시 바닥에 체류돼 인명피해는 물론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성 있는 물질이다.

기업태도, 예방중심이 아닌 사건 무마

최근 대형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과 유독물질 누출 등의 안전사고는 국내 화학물질 취급 기업들의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반증한다. 특히 사고를 대하는 기업의 태도는 ‘예방중심’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대형사고가 예고되어 있다.

지난해 말부터 발생한 기업들의 안전사고는 총 12건이다. 이중 화학물질 누출 사고는 총 9건으로, 삼성그룹 관련 3건을 비롯해 올 들어 벌써 7건이 대기업으로부터 발생했다.

잇단 가스누출사건과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도 있었다. 지난달 14일 전남 여수 대림산업화학공장 폭발사고로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지난해엔 경북 구미 불산 폭발 사고로 23명의 사상자를 내었다. 또한 그 지역의 농축산업은 황폐화 됐다.

지난달 22일 연산 60만톤(t) 규모의 제1파이넥스 공장에서 불이 발생해 작업자 1명이 연기를 마시는 부상을 입었고, 사건 발생 5일 후에는 포스코 제강공장에서 크레인 운전원이 오전 크레인을 점검하던 중 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잇단 사고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와 기업들은 보상과 재발방지 약속 등 사건 무마에만 집중할 뿐 근본적인 대비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삼성정밀화학 가스누출사고는 지난 1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어난 불산 누출 사고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재발했으며 공장 정기보수를 마치고 재가동에 돌입한 지 불과 2주일 만에 발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5일 경기도 화성에서 연 주민설명회에서 정부 기관을 통한 수시 및 정기점검과 환경안전 전문 인력 채용 등의 내용을 포함한 안전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안전 및 환경 부문을 대폭 강화하고, 지적이 있을 경우 사고에 준하는 엄중 문책을 하겠다고 경고 했으나 사고를 방지하지는 못했다.

환경부 역시 화학물질사고 때 경영진 처벌 강화, 장외영향평가제도 도입 및 화학사고 연속 발생 때 영업 취소 등의 방안을 마련하여 유해물질 관리를 강화하기로 하겠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말 뿐인 지도 감독’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잇단 사고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와 기업들은 보상과 재발방지 약속 등 사건 무마에만 집중할 뿐 근본적인 대비책을 세우는 모습은 가시화 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잇단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생산설비가 늘어나는 속도에 조응하지 못한 안전관리시스템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로 분석했다. 더불어 사고 이후 늑장 대응이나 은폐 움직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성정밀화학, 염소누출 사고 은폐?

현행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의하면 즉시 사고 신고를 해야 하지만 삼성정밀화학은 가스안전공사에 즉각 대응하지 않아 은폐의혹이 제기됐다.

삼성정밀화학 염소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난 14일 최초 가스감지기가 작동한 시점은 9시46분으로 확인됐으나 삼성은 이보다 늦은 11시35분에서야 신고했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보아 은폐의혹에 늦장대응 이라는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울산 삼성정밀화학의 염소가스 누출사고는 공장 정기보수를 마치고 재가동에 돌입한 지 불과 2주일 만에 발생했다. 따라서 정기보수가 형식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사고가 난 배관 부위는 점검 당시 빠져 있었던 것 같다”며 “점검 자체가 정밀히 이뤄졌다면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정밀화학은 염소가스 외에도 고위험 물질인 암모니아도 보유하고 있어 초기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재발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또한 사고 발생 이후 1시간가량 사고지점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형식적 탁상행정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울산 국가산업단지에서 잇따르고 있는 중대재해와 관련, 지역 노동단체들이 노동자가 참여하는 특별안점점검 실시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와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협은 심각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염소 누출사고가 일어난 삼성정밀화학 역시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은 실정”이라고 지적하며 “울산의 석유화학시설 대다수가 노후화된 채 방치돼 있어 여수산단 폭발사고와 같은 대형참사가 예고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최근 5년간 울산 국가산업단지에서 사망자 4명을 포함해 42명의 인명피해와 38억9400여 만원의 재산손실이 났다”며 “산재다발 사업장 사업주에 대한 단호한 처벌과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특별안전점검만이 안전한 일터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더불어 “‘안전사각지대 울산’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울산시와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공단 등이 적극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최근 발생한 기업 안전사고 일지>

2012년
△9월27일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

2013
△1월12일 상주 웅진폴리실리콘 염산 누출사고
△1월15일  청주 지디 불산 누출사고
△1월28일 화성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
△1월31일 용인 삼성전자 이소프로필알콜 누출사고
△3월2일 구미 LG살트론 볼산혼합액 누출사고
△3월5일 구미 구미케미칼 염소가스 누출사고
△3월14일 여수 대림산업 화학공장 폭발사고
△3월22일 포스코 제1파이넥스 공장 화재사고
△3월27일 포스코 제강공장 크레인 운전원 안전사고
△3월28일 SK하이닉스 청주 공장 감광액 누출 사고
△4월14일 삼성정밀화학 울산 공장 염소가스 누출 사고
 


삼성정밀화학, 출생의 비밀을 보여주마
삼성정밀화학 전신은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유명한 ‘한국비료공업’

삼성정밀화학의 전신은 ‘사카린 사건’으로 유명한 한국비료공업이다. 당시 국내에는 비료공장이 없어 사용되는 비료의 전량을 수입해야 했다. 박정희 정권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며 비료회사의 설립을 적극 추진했다. 이를 계기로 1964년 삼성그룹이 한국비료공업(주)을 세웠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한국비료공업은 일본 화학회사 미쓰이로부터 상업차관을 받아 울산에 비료공장을 세웠다. 이 비료공장이 바로 삼성정말화학의 모태다.

1966년 한국비료공업은 한국 경제사에 오명을 남긴 사건을 벌였다. 바로 ‘사카린 밀수사건’이다. 사카린을 건설 자재로 꾸며 밀수를 하다가 부산 세관에 발각된 것이다. 사카린은 설탕보다 싼 가격으로 단 맛을 내는 주요 원료다. 이 사건의 여파로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차남인 한국비료공업 이창희 상무가 구속됐으며 이병철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삼성그룹은 한국비료공업의 주식 51%를 국가에 헌납했다.

한국비료공업은 이후 공기업 형태로 경영됐다. 이후 1994년 한국비료공업 매각을 위한 공개 입찰을 실시됐다. 삼성그룹에게 최종 낙찰되어 27년 만에 경영권을 찾아왔다. 이 해 한국비료공업은 삼성정밀화학(주)으로 회사명을 변경하고 삼성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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