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을 주제로 한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II’(이하 ‘지슬’)가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TOP10을 기록했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슬’은 21일 전국에서 2864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일일 박스오피스 10위로 진입했다.

이는 ‘연애의 온도’, ‘안나 카레리나’ 등 같은 날 개봉한 영화들 외에도 ‘파파로티’, ‘웜 바디스’, ‘신세계’, ‘7번방의 선물’ 등 쟁쟁한 상업영화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얻어낸 결과다.

특히 다른 상업영화들이 300~488곳의 전국 상영관을 확보한데 반해, 81곳에 불과한 상영관, 별도의 홍보마케팅의 덕을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얻어낸 성과다.

지난 1일 제주도에서 먼저 개봉해 개봉 당일 ‘전회 매진’의 화제를 낳으며 현지에서만 1만 관객을 돌파한 ‘지슬’은 21일 기준 누적 관객이 1만8959명으로 추산됐다.

‘지슬’은 또 상업영화를 제외한 ‘다양성 영화’ 부문에서 ‘터치 오브 라이트’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오멸 감독이 연출한 ‘지슬’은 1948년 겨울 ‘해안선 5km 밖 모든 사람들을 폭도로 간주한다’는 미군정 소개령을 시작으로 3만이 넘는 주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이름 없이 사라져야 했던 제주 4.3 사건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4.3 당시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큰넓궤 동굴로 피신한 주민들이 겪었던 실화가 바탕이 됐고 제주도 출신의 오멸 감독과 문화예술인들의 힘이 모여 제작됐다.

‘지슬’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에 이어 2012 올해의 독립영화상, 제29회 선댄스영화제 한국영화 최초 심사위원 대상, 제19회 브졸아시아국제영화제 한국영화 최초 황금수레바퀴상 등을 수상하기도 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1일 제주 개봉일에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위원장·국민배우 안성기·강수연 외에도 이춘연 영화인협회 이사장·영화제작자 차승재 대표 등이 ‘지슬’을 보기 위해 ‘영화인원정대’를 꾸려 제주도로 내려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국 개봉을 앞두고는 강수연과 이미례 감독 등이 상영 한 회분 티켓을 통째로 구매해 관객들에게 나눠준 데 이어, 영화를 본 유명인들의 지지 발언이 보태지며 더욱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시사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은 “단순히 4.3을 다뤘다는 사실만으로 평가해줘야 하는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예술 작품으로 충분히 독창적이고, 훌륭한 영화”라고 평했고, 배우 권해효도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영화를 보는 일”이라며 지지했다.

개봉 하루 전인 20일에는 홍대 씨클라우드에서 하림,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정민아, 양정원 등의 뮤지션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전국 개봉 기념 미니콘서트 '겨울을 지나, 지슬의 봄'이 열리는 등 문화예술 각계에서 내놓는 각종 이벤트도 '지슬'을 향한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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