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살균처리 했나? 안 했나?

지난 6월 16일 영국의 식품규범청(Food Standards Agency)은 농심 제품에서 방사선 살균처리 사실이 발견되었으므로 농심의 전 제품을 판매금지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농심은 4일 일간지 11개와 경제지 7개의 1면에 이상윤 대표이사 명의로 '농심제품의 영국 판매금지에 대한 농심의 입장'이란 제목의 광고를 통해 자사제품의 안전성과 결백을 주장했다. 농심은 광고에서 "농심은 전 세계 74개국에 국가별로 그 나라 식품위생법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여 수출해 오고 있으며 문제가 된 영국에 수출된 제품도 영국 식품위생법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 수출하였으며 방사선 살균처리는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이어 "농심은 이미 첨단 진공스팀 살균설비를 갖추고 운영해 오고 있으며 식품의 안전성을 기업 최고의 사명으로 깊이 인식하고 끝까지 지켜 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농심 "방사선 처리 안 했다" 지난 4일 농심은 영국의 농심 제품 판매금지에 대해 자사의 제품은 절대 방사선 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신문 광고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는 영국 FSA의 발표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농심의 한 관계자는 "자체적인 정밀검사가 아직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방사선 살균 처리는 절대 하지 않았음을 강조하기 위해 광고를 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관계자의 말에 따라 농심이 자체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있음이 밝혀졌으며, 조사가 마무리되어서 방사선 살균 처리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영국 FSA에 정면으로 항의할 뜻을 내비쳤다. 영국을 비롯한 식품안전에 있어서의 선진국가들은 식품에 방사선 처리를 했을 경우 원료와 완제품에 모두 이를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식품규정의 경우, 원료에는 해당규정이 없고 완제품에 방사선을 조사했을 때만 이를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식품의 방사선 처리는 식품의 부패를 방지하거나 발아억제를 위해 일정기간 동안 식품을 방사선에 노출시키는 것으로 맛 등 식품의 본질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아 여러 분야의 살균 처리 방식으로 사용되며, 우리나라는 80년대부터 26품목의 방사선조사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 영국 "수입 및 판매금지 한 적 없다" 지난 6월 16일 FSA는 새우깡, 신라면 등 농심의 라면 및 스낵류 20종에 대해 "제품의 원료에 방사선 처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장지에 이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수입 및 판매금지 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 6일 주한 영국대사관은 최근 영국 FSA가 농심 제품에 대해 수입 및 판매금지 처분을 내렸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This is not the case)"라고 밝혔다. 보도자료를 통해 영국대사관은 이같이 밝히고, 이번 영국 현지에서의 수입 및 판매금지 조치는 영국 정부 차원의 조치가 아니라 농심 제품을 수입하고 판매하는 회사인 `G Costa & Company'사가 농심이 방사선 처리를 원료에 하고도 이를 포장지에 명시하지 않은 이유로 농심 제품을 수거한 것이라고 전했다. 주한 영국대사관은 또 영국 FSA는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G Costa & Company'사가 이러한 조치를 내린 사실을 정부와 소비자에게 알린 것뿐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주한 영국대사관은 "농심 제품이 영국 FSA에 의해 수입 및 판매금지 되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농심이 제품에 방사선 처리를 하지 않았거나 방사선 처리를 하더라도 합법적으로 하고 이를 포장지에 표시만 하면 언제든 수입 및 판매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미심쩍은 농심 올해 초 농심 제품 20종이 영국에 앞서 독일에서도 수거 조치를 당한 사실이 밝혀져 농심제품의 안전성에 의심이 가고 있다. 또한 농심은 광고를 통해 스스로 2003년 스위스에서 판매중단 조치를 당했다고 밝혔다. 세계 74개국으로 수출하는 거대 식품회사가 유럽 여러 국가에서 수 차례에 걸쳐 수거조치를 당했음에도 쉬쉬하고만 있었다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다. 이에 대해 농심 측은 스위스의 농심제품 판매 중단 조치에 대해서는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으로 여겼으며 독일에서의 판매 중단 조치에 대해서는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별로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자체 판단으로 소극적 대응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농심이 정말 방사선 처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심 측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농심 측은 영국 FSA가 방사선 처리를 하고도 이를 표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절대 방사선 처리를 하지 않았으며 자체적으로도 조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또 농심은 동남아와 중남미에서 들어오는 향신료 등의 원료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방사선 처리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농심이 직접 만든 원료는 절대 방사선 처리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위스, 영국, 독일로의 수출 규모는 크지 않으나 수거 조치를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경우 다른 주요 수출국과 거래하는 데도 막대한 지장을 줄 수 있는 중대 사안인 만큼 농심 측은 미리 공시를 했어야 한다"고 의견을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농심이 방사선 처리를 하고서도 이를 숨긴 것으로 밝혀질 경우 기업의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농심 제품 중에서 방사선 처리를 한 제품은 없으며 이는 영국에서 판매되는 제품도 같을 것"이라며 농심 측에 무게를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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