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재원 마련 위한 지하경제 양성화 초읽기 들어가

지하경제 분류·규모 파악 어려운데 재원확보 가능한가?
수면위로 5년간 53조원 끌어올리기…정책수단 수립해야

 

 

‘지하경제’란 좁게는 마약·매춘·도박·사채 등 불법 행위를 통해서 벌어들이는 돈을 뜻하지만, 넓게는 현금으로만 거래하고 소득은 신고하지 않는 세금탈루·조세회피, 그리고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거나 과세 대상이 되지 못하는 거래까지 일컫는 말로써 공개되지 않은 검은 경제(black Economy)라고 말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이 부족한 복지 재원출처의 일환으로 공약한 ‘지하경제 양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5년 만에 사금융시장의 현황 파악에 나선 것이다. 이번 조사는 서민들의 사금융 이용현황 전반에 대한 신뢰성 있는 통계 자료를 만들어 관련 문제해결을 위한 최신데이터로 활용할 방침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지하경제 비중, ‘OECD 국가 평균의 약 2배’

보통 지하경제라 함은 과세의 대상이나 정부의 규제로부터 피하기 위해 합법적·비합법적 수단이 동원돼 이뤄지는 숨은 경제를 뜻한다. 정부측 입장에서 보면, 공개되지 않고 신고 되지 않고 계측되지 않는 경제활동, 정부기관에서 포착하지 못하는 경제를 말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하경제라고 정확하게 나눌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한 국가 안에서의 지하경제 규모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마다 다른 의견이 나오기도 하고 측정규모의 크기에 대해 차이가 클 수가 있다.
지하경제 분석 전문가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린츠대학 교수에 의하면 2007년 기준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GDP대비 27.6%로 추정된다. 미국 7.6%, 일본 8.8%, 영국 10.3%이 10% 내외인 것을 생각한다면 상당한 규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덧붙여 이 수치는 이 수치는 OECD국가 중에 4번째로 큰 규모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중이 큰 이유로는 부정부채와 고소득층의 탈세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 유력하다. 또한 소득파악이 어려운 자영업자 비중이 OECD 국가 평균인 15.8%보다 약 2배 높은 31.3%에 달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국세청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소득탈루율이 40.9%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 직장인들의 소득과 세금만 투명하게 파악될 뿐이다.

 

 

지하경제, 과연 얼마만큼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인가?

박근혜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경제적 약자를 지원하도록 세제 및 세정을 운영해 직접적인 증세 없이 복지재원을 조달하고 조세정의를 확립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국세청에 T/F를 구성해 핵심 추진과제를 선정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제도개선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가짜석유 등 거래문란업종, 차명재산 은닉, 비자금 조성, 고액 현금거래 탈루 자영업, 국부유출 역외탈세 등에 대해서 세무조사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수면 아래에 있는 지하경제의 6% 정도를 양성화해 매년 1조 6000억원을 조달해 부족한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인 ‘지하경제 양성화’다. 하지만 정확하게 선을 긋기도 애매하고 규모를 확실하게 알 수 없어 정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대두되고 있다.

실효성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의견들 또한 제각각이다. 야당 의원들은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의지는 어느 정권에나 있었던 것이며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도입처럼 과거 정부에서도 지하경제 양성화는 계속 있어왔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정책수단이 수립돼야만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새누리당 측 역시 지하경제 양성화 공약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보인다. GDP 대비 지하경제 비중이 선진국보다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지적하며 공약에는 적극 찬성하나 공약대로 재원을 다 걷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 소속돼 있는 FIU(금융정보분석원 : 불법자금 세탁을 예방하고 유출입에 대처하기 위해 2001년 설립된 금융위원회 소석 기관이며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세탁 관련 혐의거래보고 등 금융정보를 수집, 분석해 경찰에 제공)의 금융 거래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서 지하경제의 세원을 노출시키겠다고 밝혔다. 현재 FIU가 국세청에 제공하는 금융정보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범칙사건 조사와 범칙혐의 확인을 위한 일반 조사로 한정되고 있다. 이에 2000만원이상 현금거래인의 정보를 조세당국이 활용토록 하자는 이른바 ‘FIU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국회 일각에서는 국세청의 과세정보 남용과 금융비밀주의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실명제의 근간인 비밀보장과 영장주의 원칙, 금융소비자 보호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시행하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실효성을 두고 여전히 말들이 많다. 하지만 종합해보면 결국 지하경제 양성화는 굳이 복지를 위한 재원확대의 수단이 아니더라도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확한 규모파악이 어렵고 자칫 경제상황을 위축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책 수립에 신중을 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그래도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는 지하경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에는 기대하는 눈치다.

앞으로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의 재원이 모여 복지에 혜택을 줄지 관심이 모인다. 또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수립이 어떠한 방향으로 이뤄질 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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