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8일 새 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에 검사 출신의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명했다. 장관급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경호실장에는 김장수 전 국방장관과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이 각각 내정됐다. 13일에는 교육장관에 서남수 현 위덕대 총장이 내정됐다. 외교장관에는 윤병세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수석, 법무장관에 황교안 전 부산고검장, 국방장관에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안전행정부 장관에 새누리당 3선 유정복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각각 내정됐다. 박 당선인은 8일 1차 인선에서는 북한의 3차 핵실험 등 한반도 위기상황을 고려해 국가안보의 컨트롤타워격인 국가안보실장을 우선 내정했고 장관급으로 격상한 경호실장도 지명해 청와대 3실 가운데 2실의 수장을 임명했다.

 

"오랜 행정 경험으로 전문성" vs "변화와 혁신성 미흡"
노무현 정부 출신 대다수 발탁돼 이목 집중

69세로 경남 하동 출신인 정홍원 후보자는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해 부산ㆍ광주지검장과 법무연수원 원장,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 위원장을 지냈다. 정 후보자의 발탁 배경에는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가장 우선시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 위원장으로 박 당선인과 호흡을 맞춰왔던 점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朴과 호흡 맞춘 정홍원
‘꼿꼿 장수’ 김장수

그의 총리후보자 지명 배경에는 30년간 검찰에 재직하며 확고한 국가관과 엄격한 공사구분, 원만한 인품으로 법조계의 존경과 신망을 받아온 점,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며 정책 선거를 위한 매니페스토 운동을 처음 시작했고,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선거제도 개혁과 창의 행정을 구현하는 등 공직자로서의 높은 신망과 창의 행정 구현 경험, 바른 사회를 위한 다양한 공헌 등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은 5년 만에 부활한 장관급 국가안보실장에 65세로 전남 광주출신인 김장수 전 국방장관을 내정했다. 국가안보실장은 북핵 대응 등 국가안보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맡게 될 중책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10월4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며 고개를 꼿꼿이 들어 ‘꼿꼿 장수’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안보의식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지명 배경에서도 김 전 국방장관이 확고한 안보관과 소신으로 굵직한 국방현안을 원만하게 처리했으며 국가안보 위기상황에서 국방안보분야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장관급으로 격상된 경호실장에는 64세로 부산 출신인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이 내정됐다. 박 내정자는 40년 이상 육군에 몸담으면서 4성 장군에 오른 인물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의 육사 1기 후배이다. 김 내정자가 국방장관을 할 때 육군참모총장을 맡아 호흡을 맞춰왔다.

장관 내정자 6명, 들여다보니
‘전문성’이라는 공통점이

박 당선인이 13일 발표한 1차 조각(組閣)은 능력 있는 전문가에 방점이 찍혔다. 이날 발표된 장관 내정자들의 경력을 살펴보면 전문성을 중시한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내정자 6명 모두 해당 부처 출신으로 차관 등 고위직 경험을 가졌다.

정통교육관료 출신인 서남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는 1978년 행정고시(22회)에 합격한 뒤 문교부 행정사무관으로 시작해 서울대 연구진흥과장, 교육부 과학교육과장, 대학학무과장, 교육정책총괄과장, 대학교육기획관, 경기교육청 부교육감, 교육부 차관보, 서울교육청 부교육감, 교육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내정자는 1976년 외무고시(10회)에 합격해 외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했고, 주시드니 영사, 주유엔 참사관, 외무부 북미1과장, 아태국 제2심의관, 북미국 심의관, 주제네바 공사, 주미국 공사, 외교통상부 차관보 등을 역임했다.

▲ (왼쪽 위부터) 안전행정부 장관에 유정복 현 국회의원, 외교부 장관에 윤병세 전 외교안보수석, 국방부 장관에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령관, 교육부 장관에 서남수 현 위덕대 총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유진룡 전 문광부 차관, 법무부 장관에 황교안 전 부산고검 검사장이 지명됐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의 경우 사법연수원 13기로 청주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창원지검 통영지청장, 대검 공안3과장, 공안1과장,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창원지검장, 대구 및 부산고검장을 역임한 검사 출신이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1972년 육군사관학교(28기)를 졸업하고 육군 6포병여단장, 육군대학 교수부장, 2사단장,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부장, 7군단장, 1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뒤 ‘4성 장군’으로 예편했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서 내정자와 행시 동기로서 문화공보부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사회에 첫 걸음을 했고, 문화정책과장과 총무과장, 공보관, 문화산업국장, 정책홍보관리실장, 차관 등을 거쳤다.

유일한 정치인 출신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도 행시 23회 출신으로 내무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고, 경기도 기획담당관, 김포군수, 인천 서 구청장, 김포시장,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풍부한 행정경험을 갖추고 있다.

‘책임장관제’ 실현되나?

박 당선인이 이처럼 첫 조각에 전문가 중심으로 인선을 펼쳐 향후 추가로 장관 후보자를 내정하는데 있어서도 해당 부처별 특성에 맞는 전문성이 우선적인 고려사항으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특히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책임장관제의 실현을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예산·인사·조직에 대한 권한을 각 부 장관에게 실질적으로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업무 특성을 잘 이해하는 장관이 자신의 권한을 적절히 행사하면서 효율적으로 부처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업무를 모르는 낙하산 인사들을 배제하면 비효율 및 행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고, 강한 업무 장악력으로 해당 부처 공무원의 복지부동 행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박 당선인의 전문가 중시 배경이라는 이야기다.

새누리 “전문성 있어”
민주 “변화가 없네”

여야는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내정한 데 대해 엇갈린 평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라고 밝힌 반면, 민주통합당은 ‘변화와 혁신성 미흡’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박 당선인이 처음으로 내정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여야의 인사청문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의 평이 엇갈리는 지점은 장관 후보자들의 오랜 행정 경험이다. 새누리당은 6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오늘 발표된 국무위원 후보자들은 모두 해당 분야에서 오랜 행정 경험을 쌓고 전문성을 충분히 갖춘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들 국무위원 후보자들을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이 오랜 행정 경험으로 전문성을 쌓은 후보라는 평을 내놓은 만큼 해당 부처의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능력’을 철저히 검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변화와 혁신성 미흡’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6명 후보자 모두 관료 출신이고 군 출신을 제외한 5명이 고시 출신으로 안정 지향적 인선으로 보인다”면서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시대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윤 원내대변인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 “‘미스터 국보법’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의 공안통”이라며 “박 당선인의 검찰 개혁 의지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오랜 행정 경험이 오히려 변화와 혁신성을 떨어뜨린다고 판단, 후보자들의 ‘정책적 비전’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의 사람들, 朴 품으로

한편, 박 당선인이 1차 인선과 13일 내놓은 1차조각의 특징 중 하나 ‘노무현 정부 사람들’이 다수 중용됐다는 점도 눈길을 모으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와 청와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내정자 모두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요직에 있었다.

정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부산지검장과 법원연수원장을 거쳐 장관급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고, 김장수 내정자도 노무현 정부 시절 국방장관이며 박흥렬 내정자도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육군참모총장(대장)을 지냈다.

장관 내정자 6명 가운데 윤병세, 김병관, 서남수, 유진룡 내정자 등 4명이 노무현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내다 공교롭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공직을 떠난 인사다. 윤병세 외교장관 내정자는 참여정부의 대표적 외교안보통으로 꼽혔고,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도 2008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대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서남수 교육장관 내정자 역시 노무현 정부에서 차관까지 올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당선인의 이러한 인선을 놓고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과 진보-보수 정권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인선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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