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던 그는 왜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닐까?

 
 

피는 물보다 진하다
가족끼리 돌려가며 땅 팔고 땅 사고
이러니 피가 진할 수밖에

2013년 10월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1,673억 원이 만료된다. 전 전 대통령의 전 재산은 29만원뿐이며 이마저도 탈탈 털어 2003년 추징금으로 납부한 과거가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전 전 대통령은 8~9월 새로 개장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뒤 동행한 사람들과 최고급 양주 파티를 즐겼다. 그의 가족 또한 남부럽지 않는 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가 전 전 대통령의 딸 전효선씨에게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도 땅을 증여했다. 그 땅은 5공 비리 청문회 때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의 은닉재산 의혹이 불거졌던 곳이다.


딸이 팔고 아버지가 사고 삼촌이 팔고 조카가 사고

2003년 전두환(83) 전 대통령은 “내 재산은 통장 잔액 29만원뿐”이라며 29만 1000원을 추징금으로 납부했다. 그 후로부터 9년이 지난 2012년 6월, 전 전 대통령의 손녀 전수현(29)씨가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하객이 600여명으로 식대만 7,000만원이 넘는다. 이 외에도 부대비용, 꽃장식, 대관료, 폐백식 비용, 무대 설치비를 포함하면 수억 원에 이를 것이라 추정된다. 이처럼 초호화 결혼식을 올린 전수현씨는 그럴만한 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미 열두 살 때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재 330여㎡ 부동산을 소유했으며 열일곱에는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383㎡의 대중음식점을 최 모씨와 공동으로 매입했다. 여기에 경기도 연천군의 토지까지. 이는 전 전 대통령의 맏아들이자 전수현씨의 아버지인 전재국(55)씨가 2004년에 허브 빌리지 명목으로 사갔다. 전수현씨는 현재 시공사(출판사) 주식을 12.35%를 보유한 3대 주주이며 시공사의 회장은 전재국씨다.

시공사 회장인 전재국씨를 비롯해 전 전 대통령은 3남 1녀를 두었다. 차남 전재용(50)씨는 부동산 개발 및 임대 업체 주식회사 ‘비엘에셋’의 대표이사다. 이곳에 100억 원에 가까운 차입금을 이창석(62)씨가 대줬다. 이창석씨는 전 전 대통령의 차남으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비리금 관련 의혹이 터질 때마다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사람이다.

최근 이창석씨가 전 전 대통령의 딸 전효선(51)씨에게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임야 2만 6,876㎡를 2006년에 증여했다는 사실이 <한겨레 21> 고나무 기자를 통해 드러났다. 관양동 땅은 과거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의 소유지 의혹을 받았던 곳과도 일치한다.

이는 5공 청문회 당시 전 전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전 재산을 밝혔던 때 불거진 의혹이다. 당시 통일민주당 의원은 전 전 대통령이 밝힌 전 재산 목록이 사실과 다르다며 그 근거로 관양동 땅의 소유자로 이순자씨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관양동 산 127-2번지 땅 말고 장인인 이규동 전 노인회장도 아주 비슷한 시기에 관양동 500번지 땅을 샀다가 사위에게 물려준 사례가 밝혀졌다”며 “공직자 재산등록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하는 날선 비난을 가했다. 5공 비리가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5공 비리의 중점인 관양동 땅은 1972년 이창석씨가 매입했으며 2006년 부동산 신탁 회사에 잠시 맡겼다가 같은 해 12월 전효선씨에게 증여했다. “청와대 있을 때 아무 것도 못 해줘 미안하다”며 1992년 8월 자신의 비자금 가운데 장기신용채권 223억 원어치를 전효선씨에게 증여한 뒤로 이번이 두 번째다. 이는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이 28년 만에 딸에게 증여됐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재산이 없다며 추징금 1673억 원을 미납하고 있는 전 전 대통령과는 사뭇 다르게 그의 자녀들은 수천억 원에 이르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가난은 대물림 된다더니 예외가 여기 있네?

아버지인 전 전 대통령이 29만원인 전 재산마저 2003년 모두 추징금으로 납부한데 반해 그의 자녀들은 남부럽지 않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요즘 가난이 대물림 되는 현상이 증가하는데 반대되는 케이스이다. 맏아들 전재국씨는 시공사 회장으로 딸 전수현씨 명의의 경기 연천군의 토지를 매입해 대규모 휴양지인 허브 빌리지를 설립했다. 또한 서초동 대지와 빌딩 2채, 서울 평창동 전시관의 소유주다. 현재 서울 용산구의 한 빌라에 살고 있으며 이 빌라단지에 세 채의 집을 더 소유하고 있는 차남 전재용씨는 비엘에셋 대표이사다. 막내 전재만(42)씨도 두 형에 뒤지지 않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장인과 함께 1,000억 원대의 와이러니(와인 생산 공장)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100억 원대의 지하 4층 지상 8층짜리 빌딩의 소유주다. 딸 전효선씨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빌라를 가지고 있으며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땅을 삼촌 이창석씨에게 증여받았다. 문제는 그들의 재산 증식 과정에 의아함이 있다는 점이다.

전재국씨는 시공사를 창업한 1990년 무렵 초기부터 계열사를 늘려가며 사업을 확장시켰다. 이에 전재국씨는 베스트셀러 덕분이라고 주장하나 검찰은 비자금 의혹을 거두지 못했다. 그 외에도 1995년과 2004년 등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에도 시공사를 의심했으나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시공사 건물이 세워진 땅은 전 전 대통령이 5공 청산 성명을 하면서 국가에 반환하기로 약속했던 곳이다. 그러나 3년 뒤, 1991년 전 전 대통령은 전재국씨와 전재용씨에게 그 땅을 공동 증여했다.

전재국씨와 다르게 전재용씨는 종자돈이 밝혀졌다. 2004년 전 전 대통령에게 물려받은 국민주택 채권 119억 원어치에 대한 세금을 세탁한 혐의로 기소된 것. 전재용씨는 외할아버지인 이규동씨에게 결혼 축의금을 맡겨 불린 돈이라 항변했으나 결과적으로 노숙자 이름을 빌려 차명 계좌 개설, 무기명 채권을 반복 구입하는 방식으로 돈을 세탁한 혐의가 드러났다.
막내 전재만씨도 비자금 의혹에 자주 나타난다. 1995년 운산그룹 회장 이희상의 장녀 이윤혜씨와 결혼 후 결혼 축하금으로 160억 원 규모의 채권을 건네받았다. 이에 검찰은 채권의 경로를 추적해 비자금의 실체를 파악하려 애썼으나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았다”고 진술하는 이회장의 의견을 반박할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처럼 끊임없이 종자돈에 대한 출처 밝히기에 실패하면서 한 검찰 관계자는 “(전두환 일가는)돈 세탁 전문가인데다, 오래 지나서 사실상 수사가 진척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에 관련해 이창석씨는 거의 빠지지 않는다. 전효선씨에게 증여한 관양동 땅 외에도 수상한 점이 많아 “전 전 대통령 일가의 ‘화수분 비자금’ 의혹의 핵심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우선 2006년 이창석씨는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의 야산 95만㎡을 팔았다. 땅의 절반은 건설업자에게, 나머지 절반은 조카인 정재용씨에게 팔았으나 가격이 달랐다. 건설업자에게는 500억 원에, 정재용씨에겐 시가의 10%도 못 미치는 28억에 판 것이다. 2007년 이재용씨는 이 땅을 400억 원에 다시 매각하여 15배에 달하는 이득을 취했다. 2003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전 전 대통령 부부의 자택 중 이순자씨 명의가 아닌 전 전 대통령 명의의 별채가 법원 처분으로 경매에 나가자 이창석씨는 감정평가액의 2배를 아우르는 금액으로 낙찰 받았다. 그 후 재산권을 행사하지 않아 전 전 대통령 부부가 여전히 살고 있다. 이는 애초부터 전 전 대통령이 뒤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208㎡ 빌라에 살고 있는 전효선씨는 이를 2007년에 7억 4,000만원에 매입했으며 집주인은 전효선씨에게 집값을 단 한 푼도 올려 받지 않고 팔았다. 취득세나 등록세 등을 고려하면 손해를 보았다고도 할 수 있다. 전효선씨에게 집을 판 전 주인은 이창석씨의 아들로 밝혀졌다. 이창석씨와 전효선씨는 관양동 단독주택도 거래했다. 1984년 77.79㎡ 넓이의 1층짜리 단독주택을 지은 이창석씨는 이 단독주택을 2002년 김 모씨에게 매매했다. 그 후 몇 차례 소유주가 바뀐 끝에 2012년 1월 12일 3700만원(등기부 기준)에 전효선씨가 매입했다.

▲ 사진출처 News1

판사 “자식들이 추징금 왜 안 내주냐”
전두환 “그들도 겨우 생활하는 수준”

전 전 대통령은 비자금이 밝혀진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 후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1,673억 원을 미납했다. 2003년 추징금 관련 재판을 받았을 때 “측근과 자식들이 추징금을 왜 안 내주나”라는 판사의 물음에 “그들도 겨우 생활하는 수준이라 추징금을 낼 돈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전 전 대통령은 4,000만원에 달하는 지방세도 내지 않고 있다. 2003년 12월 대지 818.9㎡와 연희동 사저 별채 소유권을 이창석씨에게 이전하면서 지방세 3,017만 6,620원을 부과 받았으나 가산금이 붙어 4,000만원에 달했다. 전재용씨도 2012년 5월 2일 시공사 건물의 지분을 용산세무서에 압류 당했다. 이창석씨와 맺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땅 거래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증여세가 부과되었으나 미납하자 세무당국이 시공사 건물 지분을 비롯해 전재용씨 부인 박상아씨 명의 부동산에 대해서도 압류조치를 했다. 이에 “세금회피도 대물림이냐”는 게 항간의 목소리다.

“그들도 겨우 생활하는 수준”이라던 전 전 대통령의 증언과 달리 그의 3남 1녀는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가족끼리 돌려가며 매매를 하는 방법으로 비자금 수사에 난항을 줬다. 1996년 내란음모 재판 당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일부도 조사하였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일이 그 사례다.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압수되지 않은 재산”으로 추정한 금액이 1,400여억 원이다. 자금 추적 끝에 전 전 대통령이 퇴임 당시 보유했던 채권 2,129억 8,100만원 가운데 1922년 이후 현금으로 상환한 돈이 1,084억 6,900만원. 다른 채권으로 재매입한 액수가 842억 4,300만원으로 검찰은 잠정 결론을 냈다. 또한 전 전 대통령이 친인척 지원금으로 37억 5,000만원을 쓴 사실도 밝혀냈으나 전 전 대통령이 인정한 금액을 제외하고는 1,400여억 원의 행방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에 전 전 대통령은 “검찰이 철저히 찾아도 못 찾는데 내가 어떻게 찾겠습니까. 그리고 검찰 조사 내용은 한마디로 환상적인 것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며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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