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대의 절규, 먹고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내 연금에 숟가락 꽂지마

세대별 대결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18대 대선 이후 ‘국민 대통합’ 시대를 이루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이 진땀을 빼고 있다. 세대 간의 극단적 갈등 양상이 ‘전쟁’으로 번지며 박근혜 당선인을 아킬레스건처럼 따라붙고 있기 때문. 50대 이상 장년층의 결집력이 더 강했던 것이 18대 대선의 주요한 승리요인이 됐지만 그로인해 한국 사회가 아예 2030세대와 5060세대로 양분돼 가는 분위기다. 대선 직후 지하철 무임승차론 폐지 청원 운동을 시발점으로 박 당선인의 민생 공약 이었던 기초연금이 형평성의 도마위에 오르자 2030세대의 불만은 극에 달았고, “대선에 패했지만 내 주머니는 털릴 수 없다”는 감정 섞인 반응을 쏟아 내고 있는 실정이다.

 

무상급식 찬성은 빨갱이, 무임승차 찬성은 당연히?

지역감정의 시대는 가고 세대감정의 시대가 도래했다. 대선 직후 포털사이트를 달군 노인 무임승차 폐지 논란을 시작으로 2030세대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해주세요”라는 다음 아고라 서명은 시작한지 이틀 만에 최초 목표 인원수인 9,000명을 넘기며 열띤 반응을 일으켰다.

청원에 서명한 누리꾼들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알바(아르바이트)의 늪에 빠졌는데도 노인들은 자기 욕심만 찾으려는 이기주의로 투표권을 남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재정이 악화돼 가는 지하철공사는 노인 무임승차를 전면 폐지해라”, “노인들 역시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가 필요하다”, “아무 일없이 지하철 종점에서 종점을 찍고 타고 다니시는 것 자체가 민폐다” 등 거센 불만을 드러내며 5060세대를 비꽜다.

이에 5060세대가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으니 선택적 복지를 노령층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과 노인공경을 무시한 2030세대의 분풀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노인 무임승차의 가장 큰 문제는 무임승차로 인한 지하철 적자폭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경우 무임승차 손실금은 2007년 2,063억 원에서 2011년 2,316억 원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적자의 절반인 47%에 달하는 수준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ㆍ대구ㆍ인천ㆍ광주ㆍ대전의 지하철도 적자재정에 허덕이고 있다. 따라서 노인 무임승차는 기본적으로 지하철 재정 악화의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정부도 개선해야 될 부분으로 여겨왔다.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노인 무임승차가 처음 시행된 1984년에는 고령인구가 불과 전체 인구의 4%밖에 되지 않아 지하철 재정적자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했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인구가 전체인구의 11%를 넘는 수준으로 인구 구성비가 변했고 적자의 폭은 매년 늘어나 2012년 서울시 지하철의 노인 무임승차 손실액은 2,540억 원으로 추산됐다.

정부 관계자는 노인 무임승차 폐지론에 대해 “2030세대 VS 5060세대 식의 양극화의 잣대가 오히려 세대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어느쪽이 참아라’ 식의 복지가 아닌 균형 잡힌 복지정책을 내놓아 국민을 대통합 하는 게 박근혜 정부가 직면한 첫 번째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연금, 국민연금에 묻어가며 월급쟁이 지갑 털 작정인가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2차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기초노령연금을 보편적 기초연금으로 확대해 65살 이상의 모든 어르신한테 내년부터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공약집에 ‘기초연금법’으로 게재된 이 내용은 2030세대와 5060 세대 갈등에 정면으로 부딪히며 박 당선인의 국민대통합 정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초연금’이란 무엇인가? 2007년 국민연금 노후지급률을 50%에서 40%로 줄이되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소득이 하위 70%인 노인에게 9만7000원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했다. 이는 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연금지급률을 10%로 올리고 대상을 모든 노인으로 확대하는 것이 ‘기초연금’이다. 한마디로 국민의 혈세로 노인들을 복지를 책임지는 매우 비싼 제도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후보 TV토론 때 이제 막 걸음마를 땐 국민연금과 통합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수위 구상 역시 기초연금에 필요한 재원의 20∼30%를 국민연금 가입자 보험료에서 가져다 쓰겠다는 것. 기초연금에 필요한 재원은 2014년 기준 13조1970억원으로 대략 2조6000억∼4조원을 국민연금 주머니에서 빌려오는 셈이 된다.
그러나 2012년 말 기준 국민연금 적립금은 384조원으로 2060년 정도에 이르면 고갈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연금 또한 바람 앞의 등불인 처지인데 기초연금을 도와 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연금의 부담자가 대부분 2030세대 직장인인데 그들이 자신의 노후를 대비해 지불하는 돈을 노인들을 위해 환원 한하면 세대간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금융업계 전문가는 “친척 관계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통합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만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인 국민연금이 기초연금을 도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경기도에 사는 회사원 김창현(33)씨는 “무엇을 하든 지금의 2030세대는 더 많이 내고 정작 노인이 되면 더 적게 받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안 그래도 2030의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데 내가 노인이 됐을 때 날 먹여 살릴 세대가 얼마나 있겠냐”고 노인연금에 대한 불합리함을 지적했다. 서울에 사는 이효신(29)씨는 “월급쟁이들 지갑 털 생각은 그만하고 공무원 연금, 국회의원 연금, 정부부처 축소ㆍ폐지, 종교단체 과세, 대기업 법인세율 조정 등을 통해 노인연금을 충당해라”며 “아니면 노인들이 즐기며 일할 수 있는 일자리 나 창출이나 앞장서라”라고 정부의 정책을 대놓고 비난했다.

정부예산 잇따른 ‘적자’ 붐, 이유는 예정된 악재 ‘고령화’
소수의 2030이 다수의 5060 복지예산을 책임져야 하나?
공무원ㆍ의원연금, 정부부처축소, 종교인과세 통해 해결해라

 


새누리당 ‘노인연금’ 자체검열?

2030세대의 여론을 수렴한 탓일까, 재원의 규모가 부족해 자신이 없는 탓일까?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공약인 ‘노인연금법’을 놓고 새누리당이 말을 바꿔 빈축을 사고 있다. 새누리당 안에서 이처럼 박 당선인의 공약 이행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관련 예산이 공약을 만들 당시 예상했던 것에 비해 더 많이 들어가는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도 재정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1999년 폐지했을 만큼 비싼 제도인 기초연금을 2013년도부터 20만원씩 지급 하겠다고 덜컥 공약한 박근혜 당선인이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골머리를 앓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자체검열을 성토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인 나성린 의원은 지난 1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대선 공약에서 ‘기초노령연금을 내년부터 65살 이상 노인 전부에게 20만원씩 지급한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하며 말바꾸기를 시도했다.

이어 나 의원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바뀌면 점진적으로 20만원까지 지급한다는 거지 금액은 20만원으로 한번에 올린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2013년 법 개정’에 대해서도 “2013년부터 법 개정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이는 치밀함도 보였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 이행 방침에 대해 “원칙이 훼손되거나 예산이 없는데도 무조건 공약대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심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약 이행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대형 예산 공약들에 대해서는 출구 전략도 같이 생각하셨으면 한다”며 박근혜 당선인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5060 “나는야 근현대사의 희생양”
2030 “그래도 결혼은 하셨잖아요”

우리 사회는 너무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그 비용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40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40%인 1650만 명이 노인으로 바뀐다. 이는 2013년 노인인구(613명) 보다 2.7배에 달하는 수치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납세자인 생산연령(15~64세)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안 좋은 소식도 들린다. 돈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급증하는 노인들을 부양할 재원을 정부는 과연 마련할 자신이 있는 것일까?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연령의 감소는 결국 부양인구의 증가로 이어져 우리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세대 갈등도 극단적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고, 이는 제 18대 대선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현 5060세대는 한국전쟁 후 우니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로 부모를 부양하고 자식들을 가르치느라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한 세대로 평가 받는다. 그들은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어린 시절  보릿고개를 넘기며 근면 자조 협동이 정신으로 한국 경제 성장의 주역이 됐다. 일각에서는 한국 근현대 역사의 중심에서 성장통을 앓은 5060세대를 국가가 책임지고 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인 복지 세금을 짊어지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은 복지를 늘려달라는 노년층의 요구를 억지라고 표한다. 취업난에 전세난까지 겹쳐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로 내몰린 2030세대의 상실감은 5060세대의 성장통과 견줄 만 하다는 논리다.  다 포기한 ‘삼포시대’들은 연금까지 포기할 바엔 차라리 “직장을 포기하고 사표를 내겠다”고 절규했다.

이번 대선으로 말미암아 뚜렷이 드러난 세대간의 간극을 서둘러 봉합해 달라고 호소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박근혜 정부가 들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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