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내려놓기’를 외쳤던 19대 국회가 국회의원 연금법을 통과 시키며 ‘연금 올려놓기’를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1만3913건의 법안 중 6301건을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고 폐기하자 여야는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 듯 “19대 국회 들어서는 경쟁적으로 국회의원 특권을 포기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뚜껑을 열어보니 법안만 발의해 생색만 냈을 뿐 정작 내려놓은 것은 하나도 없다.

금배지, 원가 3만5원 가치는 1억4689만원
99% 순은 금 1%…“뽑아주면 뭐해 금값도 못하는데”

 

골룸도 탐낼 ‘절대배지’

국회의원이 가슴에 착용하는 지름 16.5mm, 높이 12.8mm의 금배지는 순은으로 제작됐다. 겉만 금으로 도금했으며 액면가는 3만5천원이다. 19대 국회의원은 국회 개원일인 5월 30일부터 금배지를 달고 의정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6g의 무게인 이 금배지는 고달픈 민생을 위해 일하고, 섬기라는 막중한 의무가 담겨져 있다. 그 무게감은 민생들이 한해동안 흘릴 눈물과 땀의 양을 총 합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또한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는 만큼  그에 따른 도덕성과 품의를 지키고 공약을 실천하는 참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정작 금배지의 주인이 될 국회의원들은 반복의 역사를 재연하며 ‘동상이몽’을 꿈꾸는 모양새다. 민생처리는 뒷전이고 ‘당리당략’에 휘둘려 다툼을 일삼더니 그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만큼은 신속한 단결력을 자랑했다. 단 하루 만에 국회의원들이 그들의 평생 연금을 책임질 ‘연금법’을 통과시키며 사이좋게 월 120만원씩 나눠 갖자 국민들이 느낀 배신감은 극에 달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2년, 전국의 민생탐방에 나서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악수를 하는 의원들의 손에 절대배지가 주어지고 나자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냐”고 반문할 정도로 사람이 달라진다. 손안에 들어온 금배지 하나를 부여잡고 뺏기지 않기 위해 화를 내며 집착하는 모습이 마치 ‘골룸’같지 아니한가?

 

우리나라만 있는 특권 200가지

‘금배지’의 특권은 대략 200여 가지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도입한 것이다.

먼저 국회의원에게는 금액으로 따질 수도 없는 헌법상 불체포 특권과 면책특권이 존재한다.  그리고 국회법 31조에는 국유 철도와 선박ㆍ항공기를 무료로 탈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철도청이 공기업으로 전환돼 더 이상 무료로 열차를 이용할 수 없게 된 뒤에는 ‘공무 수행 출장비’와 ‘주유비’가 따로 지급 된다.

또 공항에서는 귀빈실과 VIP전용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해외 출장 시 비즈니스석을 배정 받는다. 골프장도 사실상 회원자격에 VIP대우를 받는다.

국회 내에서의 특혜는 더욱 다양하다. 일단 의원 전용 주차장과 이발소, 미장원, 헬스장, 목욕탕 등이 갖춰져 있다. 국회도서관에는 국회의원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열람실도 있다. 의원 전용 승강기도 이용할 수 있고 의원 전용 출입구도 존재한다. 

19대 국회부터는 늘어난 보좌관의 수만큼 넓은 공간의 집무실을 사용한다. 18대 의원은 25평의 사무실을 사용했지만 19대 의원들은 2배가 넘는 45평에 달하는 사무실도 제공 받는다.

국회의원은 비(非)회기 중이더라도 상임위 소관 부처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부처를 상대로 자료를 요구할 수 있고 심사·감사 조사에 지장이 없는 한 각 상임위에 있는 비밀 회의록이나 기타 비밀 참고자료의 열람을 요구할 수 있다.

일반수당과 입법활동비, 상여금 등을 포함한 국회의원 1인당 연봉만 1억4689만원(월 평균 1224만원)이다. 여기에 각종 수당 및 기타 지원금이 연평균 9915만원, 1인당 법적후원회·출판기념회 후원금 연평균 7000만원, 전용보좌관 7명과 인턴 2명(3억9846만원), 차량 기름값 월 110만원, 차량 유지비 월35만원 지급, 헌정회 회원 만 65세 이상 평생 월 120만원 연금, 가족수당(배우자 4만원 등)과 자녀학비보조수당(분기당 44만8000원) 등이 지원된다.

유권자가 “지켜보고 있다”

의원 세비는 월 1224만원 규모로 영국의 월 830만원 보다 40%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유럽 대부분 국가의 국회의원 세비는 월 500만원 안팎에 불과하며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2.5배 가량 되는 스웨덴의 국회의원은 월 940만원 정도로 우리보다 적다. 미국은 경제위기로 2년째 세비를 동결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오히려 세비를 8% 삭감했다.

이를 민생경제에 비쳐본다면 월 100만 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은 2% 올리고, 1억 원대 연봉 받는 국회의원 세비는 20% 인상한 꼴이다. 국민들은 “일꾼을 뽑은 게 아니고 자기 밥그릇만 지키려는 돼지를 뽑았다”고 한탄했다.

이어 연금법 통과로 국회의원의 특권이 추가됐다. 단 하루만 국회의원을 해도 65세부터 매달 120만원의 지급받는 것. 대다수 다른 국가들의 경우 국회의원 스스로 일정 기여금을 내야하며 연금도 기여금·재직기간 등에 따라 차등지급한다.

영국은 급여의 일부를 지속적으로 납부하고 국가에서 납부한 금액의 26.8%만 지원해 준다. 미국은 최소 재직기간이 5년 이상일 경우 영국처럼 일정액 납부 후 재직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스웨덴은 12년 이상 의원직을 재직할 경우 수령 가능하고, 일본은 2006년 의원연금을 아예 폐지한 상태다.

다행히도 국회의원들은 금배지가 주어진 순간부터 이렇게 넘치는 200여 가지 특권과 권한을 누리는 동시에 막중한 의무도 뒤따른다. 공인으로서의 도덕성 같은 기본적인 덕목의 요구와 국익우선, 직권남용 금지, 공약이행 등이다.

국회의원이 이런 의무조항을 망각하지 않는지 감시하는 것이 ‘금배지를 만드는 자’인 유권자의 권리이자 책임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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