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령 선거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받아 경찰에 재소환된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씨가 4일 오후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감싼 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수서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선거 관련 게시글에 100번 가까이 찬반 표시를 한 경위와 윗선 지시 여부 등에 대해 조사했다.

'국정원 조직적 여론조작이냐' 한 가녀린 여인에 대한 '민주통합당 당원들의 파렴치한 추파냐'를 놓고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정원 여직원 여론조작 의혹이 실체를 점점 드러내고 있다.

경찰이 하드에서 복구한 40여개의 아이디 중 16개는 일명 오유라는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오직 찬성과 반대를 누르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국정원은 그것은 “고유업무”며 해당 의혹에 대해 오히려 “경찰이 국정원 일을 잘 몰라서 그렇다”는 듣기 민망한 해명을 들고 나섰다.

어떤 사람이 수십 개의 아이디를 동원해서 찬성을 눌러 베스트 게시글로 보내고 또 어떤 사람이 베스트에 올라간 글을 또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글로 올려 수많은 사람들이 그 글을 읽게 하고, 그렇게 해서 여론을 움직이게 한 것이라면, 또 그것이 하필이면 대선에 관련한 것이었다면, 국정원 입장에서의 ‘통상업무’라는 것은 조직적인 여론조작을 뜻하는 것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국정원 여직원은 ‘심리정보국’ 소속이었다고 한다. 대북관련 심리전을 전담으로 하고, 또 그걸 주목표로 삼아 몇 년 동안 고생 끝에 그것만을 배워온 인재가 국정원도 아닌 오피스텔에 은거하며 대한민국 유머 사이트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쳤다?

오늘의 유머라는 사이트가 사실은 북한사이트이거나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주로 들락거리는 사이트라는 확정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혹시 아는가? 오유가 정말 북한 첩보원들이 소식을 주고받는 소식통일지.

우습지도 않지만,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26)는 국정원이 아닌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근무하며 북한과 관련 되지도 않은데다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주고받는 그런 유머사이트에서, 은밀하게 대선과 관련한 댓글을 달고 찬반 버튼을 클릭했는지에 대해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밝혔다. 이쯤 되면 ‘오늘의 유머, 실은 북한 정치선동 사이트로 밝혀져’ 라는 기사 타이틀을 뽑아야 할 정도다.

만약 지금 대선의 결과가 정 반대로 나와 있는 상태라고 치자. 그동안 국정원 직원이 했던 것처럼 수십 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대놓고 ‘국정원 고유업무’라며 조작을 하는 뻔뻔함은 바라지도 않는다. 교묘히 게다가 은밀히, 지금의 야당에 득이 되는 글을 쓰고 찬성이나 반대를 눌러 여론 조작을 한 정황이 포착되었더라면, 그들은 내 인권을 보호해준다며 조용히 문밖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문득 나꼼수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갖가지 의혹을 거론하면서 “만약 문재인이 그랬다면 죽었어, 나오지도 못했어”라며 웃음을 터트리던 김어준 총수의 말이 생각난다. 김 총수는 “만약 네가 그랬다면 진즉에 문 뜯어내고 끌어냈어.”라고 웃음을 터트리지 않았을까?

그래서 기자수첩 하나 쓰겠다고 야근을 하는 지금 이 순간 고민해본다. 나도 내 방에서 유머사이트에서 유머나 보며 낄낄거리며 찬성이나 반대 버튼 누르는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직원이 되고 싶다고.

조현상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