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먼파워100인>(3) 「통일산부인과 박래옥 의사」편

항암제 개발에 주력중인 박래옥 의사와의 인터뷰는 오랜만에 편안한 친정으로 나들이한 기분이었다. 눈감은 채 미소를 짓고 있는 엄마가 방긋 웃는 아기를 안고 있는 로고가 새겨진 병원에 들어서자 해맑은 아이의 미소를 닮은 박래옥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권위의식에 젖은 다른 의사들과 달리 겸손함을 잊지 않았으며, 긍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를 보면서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졌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남북통일이 빨리 되어 안전한 세상에서 아이들이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병원명도 '하나'에서 '통일'로 바꿨다고 한다. 카톨릭 의대 출신답게 사회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이들까지 생각하는 박래옥 의사, 각박한 세상이지만 이런 이들이 있기에 살맛나는 세상이다. ― 일부 의사들이 돈벌이되는 치과, 성형외과 등을 선호하는데, 산부인과를 선택한 동기가 있다면 ▲ 산부인과만이 엄마와 아기를 다루잖아요. 사실 환자를 고치는 측면도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출산부터 일련의 성장 발달 과정이 담겨 있어서 관심이 가게 됐죠. 보다 더 많이 알고 배우고 싶어서 산부인과를 선택했어요. 그리고 여자가 아기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남자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잖아요. 물론 남자 의사들도 이분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는 있겠지만, 같은 여자의 입장은 아니잖아요. ― 자궁암 등 여성 관련 질환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 대개 모든 암이 그렇듯 초기에는 발견하기 힘들잖아요. 그런데 자궁경부암은 다른 암과 달라서 조기진단이 가능하며, 발견 즉시 100% 완치가 가능해요. 주기적으로 6개월이나 1년에 한번씩 산부인과를 방문해 진단을 받는다면 평생 자궁경부암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여성 질환은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순으로 발병률이 높아요. 이 가운데 자궁경부암과 내막암은 선진국형 암으로 증가 추세에 있어요. 조기진단은 초음파를 통해 검사를 받으며, 보조적으로 피검사를 한답니다. 이들 암의 발병 원인으로는 식습관의 패턴이 서양식으로 바뀌면서, 스트레스나 외부적인 조건에 노출되면서, 육식 섭취가 늘면서 생겨나고 있어요. 그리고 지방 섭취를 많이 하게 되면 유방암이나 내막암에 노출될 위험성이 커지므로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는 게 필요해요. ― 과거와 달리 청소년들이 성에 쉽게 노출되고 있으며, 가볍게 성관계를 하기도 하는데 미래의 부모가 될 이들에게 한마디 ▲ 저희 부모들 세대는 14∼16세에 결혼식을 많이 올렸잖아요. 과거와 달라진 면이 있다면 육체적 조건은 같은 나이에 갖춰진 반면, 정신적인 면에서는 아직 미성숙 돼 있어요. 그리고 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성(性) 하면 억눌러져 있잖아요.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자제력이 필요하고, 이와 더불어 책임감이 뒤따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청소년들이 쉽게 성을 즐기는 데는 사회의 책임도 커요. 즉 어른들의 책임이 큰 셈이죠. 우리 아이들은 하얀 도화지와도 같아서 어른들이 조성해 놓은 환경에 그대로 노출이 되죠. 주위의 풍파가 세면 셀수록 온화하면 할수록 아이들도 따라온답니다. 점차 초산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데,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봐요. 결혼을 통해 임신, 출산을 한 후 성생활을 즐겨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요즘 여성들은 아기를 낳고 키우는 것에 대한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고 있기 때문에 출산을 꺼리기도 해요. 오죽하면 농담으로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여성분들이 출산을 하되, 아기는 나라에서 키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하겠어요. 이런 제도가 현실화된다면 여성들도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 투자할 수 있겠죠. ― 산부인과 의사를 하면서 남다른 에피소드가 있을텐데 임산부보다는 남편의 반응이 더 기억에 남네요. 아이 넷을 낳은 아빠가 있었는데, 첫째가 태어났을 때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아기와 아내 걱정을 많이 하는 반면, 둘째가 낳을 때는 시들해지고, 셋째 때는 아이의 울음소리도 끔찍해 하죠. 넷째는 말 안해도 아시겠죠? 아기를 낳으면 낳을수록 아내와 아기에 대한 애정이 식나봐요. 그리고 결혼 전 유산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커플이 있었는데, 남자는 결혼을 원한 반면 여자는 남자에게서 마음이 떠난 상황이었죠. 여러 번 설득한 결과 유산은 피했고, 두 분은 행복하게 결혼식을 올렸죠. 이 때 가장 기뻤어요. 불임으로 인해 아기를 낳지 못했다가 10년만에 첫 아이를 낳은 부부가 있었어요. 어버이날 아들과 함께 카네이션을 들고 병원을 찾아왔을 때는 너무 큰 감동을 받았어요.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 카톨릭 의대 산부인과 배석년 교수님을 비롯해 김동, 노경희 선생님과 함께 항암제 개발을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가 너무 결론만 알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과정은 배제된 채 말이죠. 이번에 참여하면서 기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구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신약은 한정밖에 없는데, 추후 시판될 항암제가 여러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외받고 있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 갈곳없는 노인분들이 손을 놓지 않고,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만드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네요. * 약력 1981년 가톨릭의과대학교 입학 1992년 산부인과전문의 취득 1997년 이경실의 세상을 만나자 등 출연 1998년 "1318 이야기" 청소년 도서 출간 1995년 의정부신천병원 근무(∼2000년) 2000년 하나산부인과 개원(2003년 통일산부인과로 명칭변경) 2001년 고전무용을 이용한 산후 몸풀이 비디오 출간 2002년 항암제, 피부과 연고 등 특허 출원 9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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