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 사업 전략 재검토… 구조조정은 안 해

삼성그룹은 미국에 본부를 둔 다국적 경영컨설팅업체인 올리버와이만과 계약을 체결, 삼성생명에 대해 강도 높은 경영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외에도 그룹의 핵심 감사인력과 삼성전자, 삼성화재 등 다른 계열사 인력도 파견해 삼성생명 경영진단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을 받는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10년 만이며 경영진단 인원은 약 100여 명에 이른다.

 

이번 경영컨설팅은 형식적으로는 삼성생명 내부 직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주도하고, 외부 컨설팅업체와 삼성화재 일부 인력, 그룹 미래전략실의 일류화추진단이 보조하는 것이지만 내면적으로는 그룹 주도 하에 경영진단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저금리가 장기화되고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손익과 성장성 등 경영여건이 어려워지고 있어 2020년 비전을 포함한 중장기 경영계획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생겼다”며 “외부전문가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현 위치와 향후 전략을 재정립하기 위해 경영진단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전략 재정비 위해 경영진단 실시

삼성그룹은 그동안 크고 작은 내부감사를 통해 삼성생명의 경영 전반을 살펴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외부 컨설팅 회사를 선정해 경영전략 컨설팅을 하게 된 것”이라며 “내년도 경영계획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 가능하면 올해 안에 컨설팅을 끝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올해 3월 삼성생명이 의욕적으로 제시했던 장기 사업계획인 ‘비전 2020’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최근 몇 년 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글로벌 금융화를 강도 높게 주문해 왔다. 2010년말 인사에서 박근희 중국 삼성 사장을 삼성생명 보험영업부문 사장에, GE 출신의 최치훈 전 삼성SDI 사장을 삼성카드 사장으로 임명한 것도 삼성 금융계열사의 글로벌화를 위한 것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여러 번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데 다른 계열사들은 글로벌 경기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며 “금융계열사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말해왔다

삼성생명이 외부 컨설팅업체를 통해 전사 차원의 대대적인 경영 진단에 나선 것은 시장 포화와 저금리 기조 등 악화되고 있는 대내외 환경 하에서 미래 전략을 재정비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2회계연도 1분기(4~6월) 삼성생명의 수입보험료는 5조6955억원으로, 2011회계연도 1분기의 26.85%와 비교하면 3.63%p 급락했다. 삼성생명은 1990년대 시장 점유율이 40%를 넘을 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러나 최근 보험영업과 자산영업 이익 등이 떨어지면서 후발 주자들에게 많은 영역을 내줬다.

올 6월 영업이익률은 4.5%로 전년 동기(7.5%)에 비해 절반가량 감소했다. 운용자산 수익률도 6.02%에서 4.66%로 떨어졌다.

조직개편은?

따라서 이번 경영 진단의 결과가 조직개편으로 이어져, 내년 초 단행될 정기 인사에 크게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경영 진단을 한 삼성화재는 장기보험은 물론 자산운용, 자동차보험 등 담당 임원 10명과 부서장급 등 30여 명의 인력을 교체했다.

삼성생명 또한 지난 2002년 경영 진단 당시 보험사를 브랜딩화하고, 보험 전문가 집단을 스카우트하는 등 역량 강화에 나섰다. 세부적으로 보험 판매 이상의 종합 재무 설계와 다채널 판매 도입, 조직 의사결정 과정 개편도 이뤄졌다. 이때 10명이 넘는 임원이 교체되는 등 상당한 수준의 인적 쇄신도 단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삼성생명은 3개월간의 경영 진단으로 많은 임원이 교체되고, 경영 전략이 대폭 수정되는 등 10년 성장을 위한 일대 개혁 작업이 이뤄졌다”면서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삼성생명이 경영 진단 이후 후속 조치를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올해 삼성생명은 불황임에도 인력을 줄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올해 연말에는 희망퇴직을 받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밝히며 “청년 일자리를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 일자리를 줄이면 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또 경영 진단을 받는다고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입장표명과 함께 “삼성생명의 1위 자리 수성을 위해 노력하는 데만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0년 삼성그룹이 제시한 '비전2020'은 삼성 계열사 전반의 경영진단으로 이어졌다. 삼성물산은 2010년, 삼성화재는 2011년, 삼성테크윈, 삼성전자,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삼성서울병원 등은 올해 이뤄졌다. 특히 삼성생명은 그동안 크고 작은 컨설팅을 실시해 왔지만 이번처럼 외부 업체와 공동으로 대규모 경영진단을 벌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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