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들 역시 오바마 재선에 안도

민주당 버락 오바마의 재선이냐, 미트 롬니를 위시로 한 공화당의 탈환이냐를 놓고 치열한 대접전을 벌인 미대선이 버락 오바마의 재선으로 끝을 맺었다. 이로서 오바마 대통령은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기록에, 재선에 성공한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기록까지 갖게 됐다. 오바마 재선에는 여성과 유색인종의 지지가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아시아 주변 국가들은 일단 오바마의 재선에 안도하고 있다. 우리로서 가장 큰 관심사인 한-미 대북관계 역시 당분간은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당선, 첫 재선 성공 흑인 대통령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 과정부터 초박빙 양상으로 치닫던 두 후보 간의 지지율은 그대로 표에까지 이어져 마지막까지 당선 결과를 확정할 수 없는 접전으로 예상되었으나 당초 예상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인단 수와 총 득표수 모두 롬니 후보를 크게 앞서며 당선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연설을 통해 “저는 앞으로 펼쳐질 미래와 제가 할 일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굳은 결심과 영감을 갖고 백악관으로 돌아갑니다”며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새로운 4년, 초당적인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롬니 후보도 “미국은 지금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를 기원합니다”며 지지자들 앞에 나와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 국민들이 향후 4년의 미국의 ‘전진’을 선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고 축하했다.

 

승리의 주역은 여성과 유색인종, 향후 美 대선판도 변화 예상돼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여성과 히스패닉(중남미계 이민자), 아시아계, 젊은층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성 유권자의 55%가 오바마를 뽑아 미트 롬니(43%)와 12%포인트 차이를 보였고 미혼여성의 지지율은 오바마 68%, 롬니 30%로 격차가 보다 심했다. 히스패닉은 4년 전보다 더 오바마를 지지했다. 오바마는 69%, 롬니는 29%를 얻어 격차가 2008년보다 4%포인트 커진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특히 아시아계의 74%가 오바마에게 표를 줘 롬니(25%)를 압도했다. 지난 2008년 대선에 비해 오바마 지지율은 12%포인트 늘어난 반면 롬니 지지율은 지난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공화당)보다 10%포인트 줄었다.

WSJ는 유권자 구성비가 변하면서 백인의 영향력은 줄어드는 반면 히스패닉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절반 이상이 오바마를 선택한 히스패닉의 증가는 향후 선거에서 민주당에 유리한 국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공화당은 히스패닉계 인재 영입, 강경 이민정책 선회 등의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국가들, 오바마 재선에 안도

지난 2008년, 당선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지역으로 눈을 돌려 위험 지역에 외교적 자원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독재를 청산하고 민주화가 진행 중인 미얀마와의 관계개선에 힘써오는 등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관한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 간 분쟁에서 동남아 국가들의 손을 들어주었으며 특히 한국과 관련, 북한의 잠재적 위협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미사일 방어 시스템(MDS) 확대를 공언해온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중시 정책에서 비롯된 이 같은 행보에 따라 한때 미·중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주변 아시아 국가들은 일단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환영하는 눈치이다.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고 군사, 정치,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 되줄 것을 기대하고 있어 지역 안정에 일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7일 WSJ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지역 정세 안정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역 안정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간 관계 개선이 1차적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지만 일단 보수 강경론자인 미트 롬니를 피해 갈등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줄은 데다 애초 미·중 갈등이 대선 기간 중 롬니 후보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이를 의식해 중국 측에 잇달아 강경입장을 보인 것이어서 기본적인 정책 기조가 강경론이 아닌 민주당이나 오바마 대통령은 곧 중국과의 화해 모드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대북관계 일단은 큰 변화 없을 것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현재 우호적인 한·미관계의 미래 역시 긍정적으로 받아드려지고 있다. 차기 정부의 태도에 따라 미묘한 변화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현재 가장 유력한 세 대선 후보 중 어느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故노무현 정부 때처럼 조지 W 부시 행정부와의 불협화음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한반도 관련 정책은 힐러리 클린턴 장관, 윌리엄 번스 부장관, 웬디 셔먼 정무차관, 커트 캠벨 차관보의 라인에서 결정되고 있으며 한반도 외교의 핵심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사퇴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어 사퇴 시 한반도 정책의 실무를 총괄해온 캠벨 차관보도 교체될 가능성이 유력시 되고 있는 상황이다.

번스 부장관과 셔먼 차관은 지난해 임명되었기 때문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관 출신인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클리퍼트 하트 대북특사 라인역시 임명된 지 오래되지 않았으며 정치적 관계로 기용된 인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역시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무부 내에서도 완고한 비확산주의자로 통하는 비확산 및 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인 로버트 아이혼의 경우 클린턴 장관과 함께 국무부로 들어왔다는 점에서 바뀔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 아이혼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협상 대표도 맡고 있어 교체될 경우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현재보다는 다소 탄력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도 일부 있다. 현재로서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거취에 따라 국무부 내의 인사 가능성만 점쳐질 뿐이지 백악관이나 국방부 내 한반도 라인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북관계에 있어서는 일각에서 오바마 취임 초기 가졌던 과감한 대북접근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보고 있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전략적 포용으로 정책을 전환, 그동안 해 조건 없는 대화를 지양해왔고 한국정부 역시 대북정책에 있어서 미국과 동일한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제재 속에서도 기본적으로는 북한에 대해 대화의 문은 열어놓고 있기 때문에 대북관계에 있어 향후 북한 김정은 체제의 태도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 대선과 맞물려 야권 후보가 집권할 경우 포용 기조의 강약에 따라 엇박자를 낼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세 명의 유력 대선 후보 모두 현 정부 이상의 유연한 대북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어 대북정책에 있어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이 한·미·일 3국 간의 안보협력 강화나 방위비 분담 등에 대해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다소간의 마찰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미관계 전문가인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의 전화연결에서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북핵 폐기에 실패한 만큼 대북 문제에 있어서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에 초점을 둘 것”며 “미국의 경제사정이 호전되지 않으면 한국이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미국이 화해협력 기조에 발을 맞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오바마 2기 행정부는 2013년 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 2014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 뜨거운 양자 현안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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