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공방 가열

대선국면을 맞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에 새누리당은 안 원장의 기세를 꺾어 '안철수 효과'를 최소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특히 ‘불출마 종용’논란으로 빚어진 양측 간의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져 향후 이를 선점하기 위한 양측의 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불출마종용 논란과 관련, 양측은 ‘적반하장’이다 ‘구태정치’다 하며 공세 수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불출마 종용’논란으로 양측간 감정의 골 깊어져
‘안철수-민주당 연대’공고히…朴에겐 불리한 국면
“安, 검증공세 칼날 무디게 하고 대선출마 정지작업”
朴측, 제기된 ‘安 의혹 철저 검증’ 벼르며 대비 태세

여기에 이례적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안 원장에 대한 '불출마 종용' 의혹과 관련, "이렇게까지 확대해석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라고 말해 사실상 앞으로 있을 양자간의 공방전에 서막을 알리기도 했다.

진흙탕 싸움 번지나

박 후보는 국회 본회의장 참석에 앞서 정준길 공보단 공보위원과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 사이의 통화에서 일어난 이번 파문과 관련, "뉴스를 보니 서로 오랜 친구라는 것 아닌가, 개인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후보는 사건이 발생한 전날에도 "그런 협박을 하거나 압력을 넣을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니다.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 원장 측은 각종 의혹을 부인하며 새누리당의 불법사찰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어 안철수 검증 공방은 네거티브 폭로전이 오가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끝내 불출마를 선택하면서 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주거나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없이 독자출마의 길을 걸을 가능성 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박 후보 측은 후자의 경우 박근혜-민주당 후보-안철수의 3자구도가 형성되면서 박 후보가 아무래도 유리한 국면을 차지할 것으로 보지만, 안 원장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쪽을 선택할 경우 박빙의 사태로 한치 앞을 볼수 없는 상황 등을 생각하며 해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홍일표 대변인은 안 원장의 입장과 관련해 "국민으로서는 검증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제와서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고 하니, 이런 모호한 태도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또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이후로 발표 시점을 잡은 것이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이는 오로지 대선 승리만을 위한 정치공학적 행태"라며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정당정치를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 나오려면 검증 거쳐야”

박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박 후보의 경우를 한 번 보시라"며 "거의 매일 검증의 과정을 밟고 있지 않느냐"며 "누구는 몇 년 또는 몇 십년에 걸쳐 검증을 받기도 한다. 대권급 정치인이란 그런 것인데 안 원장의 태도는 결과적으로 그런 숙명을 회피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문했다.

안 원장의 행보를 깎아내리는 새누리당이지만 속내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정준길 전 공보위원과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 간의 공방이 쉽사리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12월 대선이 지난 10일로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레이스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치권에서는 무엇보다도 안 원장이 새누리당의 '불출마 종용 의혹'을 제기하는 등 역공을 취하고 나선 것은 향후 자신에게 쏟아질 검증공세의 칼날을 무디게 하고 조만간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보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안 원장의 대선출마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민주당 경선이 결선투표까지 가더라도 추석 전에 행동을 개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정치권의 전망과 일치라도 하듯 안 원장 측에서도 민주당 후보경선이 끝나면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대권선언으로 정치권은 생각하고 있어 향후 안원장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만약 결선투표를 거쳐 후보로 확정될 경우 다른 경쟁후보들의 지지율이 합쳐져 안 원장의 지지율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며 "안 원장이 대권도전을 결심했다면 그 이전에 출마를 선언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출마 선언 이후, 검증공세

박 후보 측은 안 원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하면 후보단일화를 비롯한 야권내 정치지형의 재편과정을 지켜보면서 안 원장에 대한 대대적인 검증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언론을 통해 일부 드러난 안 원장이 안랩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에서 투자를 받은 것과 관련된 부분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새누리당의 불출마 협박 의혹을 제기한 것을 놓고, 안 원장의 대선 행보에 미칠 이해득실이다. 안 원장이 공개적인 정치적 행보를 극도로 자제해온 상황에서, 파격적으로 네거티브 공세에 정면 대응한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안 원장이 불법사찰의 피해자라는 측면을 부각시켜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면서 민주당과의 연대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도 있고, 사생활과 관련해 최근 제기된 의혹과 앞으로도 쏟아질 것으로 보이는 각종 검증공세를 구태정치와 불법 사찰이라는 틈바구니로 몰아넣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스스로 본인에 대한 음해 내용을 낱낱이 이야기한 것이 국민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도 있다"면서 "기존 정치인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안 원장은 전세살이 논란과 포스코 사외이사 시절 `거수기' 의혹 등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지만 불법 사찰 의혹이 설득력을 가질 경우 안 원장의 지지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 경선이 2부리그로 전락하며 여론의 중심이 된 안 원장은 오히려 민주당 경선 중에 새누리당 박 후보와 대결구도가 더욱 부각된 모양새를 만들었다. 거기다 네거티브 공세에 정면으로 맞선 점은 안 원장의 이미지를 강인하게 만들며 더욱 더 양강구도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안 원장이 정치경험이 없고 온건한 이미지로 다기다양한 정치권에서 생존할 수 있겠느냐는 일부의 우려도 일정부분 해소하는 역할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득도 있지만 부정적인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안 원장 측의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행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구태정치를 비난하고 있지만 안 원장 역시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 없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 민심은

이와 관련 민주당 등은 정치공학적 모양새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다소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음해성 검증공세에는 대응해야 하지만, 이번 의혹 제기 과정이 안 원장의 스타일과는 달라 국민에게 기존 정치권의 모습이 오버랩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 원장 측이 새누리당의 대대적인 반격에 대응을 자제하는 이유도 이 같은 점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안 원장 측의 의혹 제기가 정치공방이 되면 장기적으로 안 원장에게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한편 박 후보측은 ‘인혁당 발언' 논란으로 국민대통합 행보의 효과가 빛을 바랜 상황에서 자칫 안 원장이 새정치를 표방하며 출마 선언과 함께 분위기를 탈 경우, 어려운 싸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기에 `총력 검증'을 펼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후보 공보단이 중심이 돼 안 원장이 국정운영을 해보거나 국정운영에 참여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을 들어 나라를 이끌 재목으로 믿을 수 있는지를 집중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원장이 그동안 신비주의라는 베일에 쌓여있었지만 검증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새정치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희석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오는 30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검증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민심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읽는 지름길이며 올해 대선을 80일가량 남긴 시점이기 때문이다.

또 새누리당은 추석 전에 국회 상임위에서 안 원장에 대한 의혹들을 집중적으로 검증할 것으로 전해졌다. 각 상임위별로 다양한 검증 내용들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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