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주택담보 연금상품 부적정 운영” 지적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HF)를 둘러싸고 말이 많다. 최근 감사원은 HF 운영과 관련, 13가지 사항에 대해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완종 선진통일당 의원도 HF의 보금자리론 중도해지 수수료가 높게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보금자리론 중도해지 수수료 높게 책정”주장도
공사측 “중도상환수수료율 관련해 검증작업 중”

감사원은 지난달 31일 HF 기관운영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HF는 고가주택 분양자들에게 일반중도금보증을 공급하는 가하면, 주택담보 노후연금보증 상품을 부적정하게 운용하는 등 13가지 사항을 지적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시정요구

감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HF 직원 A씨는 2009년 공사법에 따른 고가주택 보증제한 사항을 검토하지 않고 중도금보증 집단승인 품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법은 분양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면 고가로 판단해 보증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A씨는 이 사업장 분양주택 2047세대 중 1091세대가 분양가 9억원을 초과함에도 일괄중도금보증을 집단 승인했고, 그 결과 765세대가 1,419억원의 혜택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타 부서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A씨에게 전화로 통지한 뒤 ‘주택위탁보증 온라인시스템’ 전산입력 제한조치도 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감사원에 따르면, A씨를 비롯해 팀장 B씨와 지사장 C씨는 집단승인을 시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C씨는 집단승인 및 취소가 지사장 전결사항이라는 점을 내세워 ‘전산입력 제한조치’를 해제시켰다.

또한 감사원은 HF의 주택담보 노후연금보증 상품이 부적정하게 운용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감사원이 지적한 사항은 △불합리적인 가입요건 △리스크 반영이 미흡한 월지급금 산정 △무분별하게 허용되는 재가입 등 세 가지며, 이 중에서도 ‘월지급금 산정’과 관련해 문제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HF는 주택가격상승률이 연평균 3.3%로 상승한다는 전제 하에 월지급금을 지급해왔다. 월지급금은 예상주택가격상승률과 연금산정이자율 등을 반영해 공사의 수입과 손실의 현재가치가 일치하는 수지균형의 원칙에 따라 산정된다.

그러나 2007년 7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주택가격상승률은 -1.6%를 기록해 HF의 예상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이를 이용해 2011년 기준 가입자 8214명을 대상으로 사업수지를 분석한 결과, 가입자들의 상품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2040년 누적손실액은 4,69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3.3% 기준으로 적용했을 때보다 누적손실액이 3,008억원 더 발생하는 것이다.

더욱이 감사원은 2040년 HF가 손실보전을 위해 보유하는 자본은 611억원에 불과해 정부의 추가재정지원만 4,086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주택가격상승률이 계속 하락할 경우 손실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금자리론
수수료율 ‘지적’

감사원의 발표 전날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완종 선진통일당 의원이 “HF가 보금자리론 중도상환 수수료를 통해 3년간 1000억원 이상을 받았다”며 지적하고 나섰다.

성 의원에 따르면, HF는 보금자리론 중도상환 수수료로 △2009년 214억원 △2010년 321억원 △2011년 366억원을 받아 3년간 1,100억원을 받았다. 올해는 상반기에 받은 중도상환 수수료만 19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 의원은 “중도상환 수수료율이 높게 책정됐다”는 쓴소리를 날리기도 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3년 이내 조기상환할 경우 수수료가 1% 안팎이며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전환할 경우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것이 현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HF는 보금자리론 상환시점이 대출일로부터 1년 이내면 2%, 3년 이내면 1.5%, 5년 이내면 1%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5년이 지나면 수수료를 면제해줘 시중은행에 비해 중도상환 수수료율을 높게 책정했다는 것이 성 의원의 주장이다.

성 의원은 “최근 내 집이 있지만 대출이자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하우스푸어(House Poor)’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HF가 과도한 수수료로 이익을 챙기고 적자를 모면한다면 정책취지와 서민정서에 반한다. 시중은행보다 수수료율을 낮춰 서민부담을 덜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서 사장이 한 인터뷰에서 “주택담보대출 대부분이 단기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대출자들이 하우스푸어(House Poor)로 내몰리고 있다. 보금자리론 등 저리의 고정금리 상품을 늘리고 적격대출을 늘려 서민들의 주택자금 지원에 힘쓸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 볼멘소리를 내기도 한다.

보금자리론이 ‘저리의 고정금리’라는 점을 부각해 주택담보 대출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상품이라고 홍보했지만, 정작 HF에서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중도상환 수수료로 이득을 보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HF 유동화기획부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율과 관련해서 검증작업을 하고 있고, 연구결과는 8월이나 9월에 나올 예정”이라며 “은행과 달리 HF는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하기 때문에 시중은행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아직은 진단단계이기 때문에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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