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비례대표 부정경선 논란으로 악화된 통합진보당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진실여부는 알 수 없지만 비례대표 부정경선 논란의 중심인물로 지목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제연 의원의 제명안건이 최근 의원총회에서 부결처리 되었다. 내부적으로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였는지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내분사태는 악화일로다. 제명안 부결사태이후 집당 탈당사태가 이어지고 있고 일부에서는 분당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스로 당이 존망지추(存亡之秋)의 상태라고 탄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진보정당의 심각한 최대위기가 아닐 수 없다.

사태의 원인과 책임은 통합진보당 자체에 있다. 누굴 탓하거나 원망할 수 없다. 지난해 합당선언 이후 계속해서 삐걱거렸다. 노선과 색깔이 다른 정파들간의 동거는 위험스럽게만 보였다.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한 채 서로가 의심하고 비난해 온 것 같다. 주도권 다툼 끝에 급기야 볼썽사나운 폭력사태까지 보여 주었다. 진보정당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그간의 행태에서 도덕과 정의는 사라진 듯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 사상 최대의 13명의 의석수를 확보했다. ‘대중적 진보정당’의 노선을 강화할 기회를 얻었다고 자평하였다. 정당득표율이 10.3%, 지역구 득표율은 5.9%에 달했다. 지역구 국회의원 득표수에서 총129만여표를 기록했다. 비록 원내교섭단체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당당히 원내 제3당이 되었다.

진보정당의 성장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은 기대했고, 경제적․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기대는 곧바로 실망으로 이어졌다. 통합진보당은 주도권 다툼으로 세월을 보냈다. 지지를 보내준 유권자를 외면하고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노선이 다른 정파간의 무리한 통합이 사태의 원인이 아닌가 싶다.

통합진보당 사태는 진보세력간 오랜 노선다툼의 연장선 같다. 지난 80년대 서슬퍼런 군사독재정권 시절 국내의 민주사회운동 세력은 독재정권의 타도는 물론 사회변혁을 모색하며 논쟁을 해 왔다. 이 과정에서 사회변혁운동 세력은 NL(민족민주)-PD(민중민주)로 나눠져 사회변혁방법에 대해 지금까지도 논쟁을 해 왔는데 이번 사태와도 무관치 않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라는 주장이 있어 왔다. 마치 통합진보당 사태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어렵사리 세 정파가 합당선언을 하고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또다시 분당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합당정신을 잊어버리고, 통합의 취지와 명분을 사라진 듯하다.

국내 진보세력은 일제 강점기에는 민족해방 투쟁을, 군사독재시절에는 민주화를 위해 최일선에서 저항하다가 수많은 희생을 당해 왔다. 온갖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 온 진보세력은 시대적, 역사적 역할을 다해 왔다. 이번 사태로 진보세력 전체를 욕먹게 할 수는 없다.

진보는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인간이 행복을 위해 자유를 확대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주장도 있다. 구시대 유물처럼 취급되는 낡은 이데올로기에만 매몰돼선 안된다. 진보세력마저도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혀 있다면 자유, 정의, 평화, 복지, 상생, 환경 등 추구하는 가치를 이땅에 실현하기 어렵다.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대중노선을 확대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국내 진보정당은 물론 진보세력 전체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미지 실추는 물론 대중들의 질타가 확산되고 있다. 수구 보수정당은 진보정당의 내분사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모습이다. 이대로 국내 진보정당과 진보세력 전체가 외면 받은 채 좌초할 수는 없다. 위기를 자초한 통합진보당 스스로 빠른 해법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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