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혹 및 가치관 등 총공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5·16 군사쿠데타 관련 발언에 대해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대선 경선 주자들이 맹공을 퍼부으며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이 지난 1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5·16 군사쿠데타에 대해 "선친으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5·16,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발언”, 들끓는 정치권
야·비박, 역사관 지적하며 “대통령 자격 없다” 포화
朴측, “민생 챙기기 않고, 역사논쟁만 하느냐” 대응
정수장학회, 박지만의 저축은행 의혹 등 ‘朴흠집내기’


특히 야권은 박 전 위원장의 역사관을 문제 삼아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집중포화뿐만 아니라 정수장학회를 수면위로 이끌며 박 전 위원장에 대한 흠집내기와 ‘정두언 파문’이후 동생 박지만과 관련된 저축은행 부분에 대해서도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비박진영, 朴공세 나서

새누리당의 비박주자들은 박 전 위원장의 5·16쿠데타 발언과 정수장학회를 비판하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거기다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파문을 매개로 비박 진영이 본격 박근혜 공세에 공통분모로 움직이며 연대 가능성까지 높아 보인다.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김문수 경기지사는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 "대통령을 뽑는 것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선거"라며 "아무리 불가피해도 탱크를 갖고 한강을 넘어 정부를 접수하는 것을 우리는 쿠데타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5·16으로 등장한 박정희 당시 장군은 나중에 민주적인 여러 절차를 거치려는 노력도 했지만 유신도 했다"면서 "이후 산업혁명의 성공 때문에 5·16 자체를 잘 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선 경선에 나선 김태호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5·16은 누가 봐도 쿠데타”라며 “바로 이런 점이 박 전 위원장의 역사인식 문제이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하며 이것이 중요한 역사 인식이고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수장학회 논란과 관련해서도 “법과 원칙으로만은 설명이 안 되는 것 같다. 실제 많은 국민이 박 전 위원장이 정수장학회의 주인이라고 인식한다”며 “예컨대 내 집에 문패를 달아놓고 내 집이 아니라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와 관련, “문제의 본질은 새누리당이 특권포기 약속을 하고선 잉크도 마르기 전에 저버렸다는 것이다. 당 중심에 서 있는 박근혜 전 위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박 전 위원장은 (표결 당일) 본회의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이것은 대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곤혹스런 박근혜

또 다른 경선 후보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또한 이날 "역사의 어떤 평가가 성과가 좋다고 해서 바뀔 순 없다"며 "쿠데타는 아무리 수식어를 붙여도 쿠데타"라고 지적했다. 반면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유신을 비롯한 인권유린 등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무혈이었고 당시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며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으로서는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런 숙명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오 의원도 트위터에서 "한·일 병합과 6·25 전쟁에 대해 그들 후손이 '그때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라고 비난했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이와관련 “박 전 위원장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심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업화를 통해서 오늘날 국가 번영의 토대를 이룬 공은 크지만, 공이 크다고 5·16 자체가 쿠데타였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며 “내가 5·16과 유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젊은층의 득표와 연관이 됐기 때문이며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50~60대는 청년시절이 유신이었다. 이들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야권, 공세 강화

민주통합당도 박 전 위원장의 발언에 봇물처럼 대응했다. 이해찬 대표는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박 전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아주 잘못된 표현"이라며 "5·16쿠데타는 중립적 표현이고, 이보다는 5·16 군사반란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더러 선택하라고 누가 그랬나. 군인은 국방을 해야지, 군인더러 정치를 선택하라고 누가 요구했나"라며 "수출 지향적 국가로 방향을 잡아 경제를 긍정적으로 이끈 것은 잘한 것, 그렇다고 반란이 혁명이 되지는 않는다"고 못박았다.

당내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문재인 상임고문도 제주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5·16이 구국의 혁명이었다 말하고 유신독재로 나라를 위기에서 구했다하니 얼마나 걱정이 되냐"면서 "우리 정치에서 비중이 너무 큰 분인 만큼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역사인식을 가지라'고 호소하고 싶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특히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을 통해 더욱 더 거세게 박 전 위원장에게 칼날을 겨누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근현대사 교과서를 보면 4ㆍ19를 민주주의 혁명으로, 5ㆍ16을 군사정변으로 기술하고 있다"며 "박 전 비대위원장이 5ㆍ16을 구국의 혁명이고 나라발전의 초석이라고 했는데 쿠데타는 성공했어도 범죄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왕조시대에는 힘있는 사람이 기존 체계를 바꾸는 게 정당화될 수 있지만 민주주의에서는 주권자인 국민이 헌정질서를 바꿀 수 있다"며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고 영구집권을 획책해 박정희 왕조를 만들려고 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 전 비대위원장은 ‘유신체제에 대해서는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는데 유신체제를 옹호하는 사람은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유신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문병호 의원은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고(故) 김지태 삼화고무 사장의 부일장학회를 빼앗은 것"이라며 "박 전 비대위원장이 `정수장학회를 이미 공익법인으로 환원했다'고 말한 건 재산강탈을 정당화하는 후안무치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진표 의원은 "박 전 비대위원장은 총체적 국정 실패에 대해 공동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불통을 소신이라고 강변하는 `독재적 리더십', 일사불란을 강요하는 `리모컨 리더십'으로는 미래를 이끌 수 없다"고 가세했다.

이목희 의원은 "헌법 전문을 보면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과 4ㆍ19의 이념을 계승한다고 했다"며 "5ㆍ16을 찬양하고 미화하는 건 헌법 부정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독재자의 딸이라고 해서 비판을 받아야 된다는 연좌제적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그 딸이 아버지가 국민들에게 저질렀던 범죄적 행위를 갖다가 미화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져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역대 대통령 중에서 5·16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은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밖에 없다. 이 두 사람은 5·16과 마찬가지의 내란, 군사반란죄로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라며 "다시는 5·16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두환, 노태우와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불가피한 문제는 있었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얘기한다면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불가피할 경우에는 법을 어겨도 된다. 최선의 선택이라면 헌법을 유린해도 된다'고 얘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따라서 5·16과 박정희 정권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고, 태어나서는 안 될 정권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박의 반격

반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캠프의 정치발전위원인 서울대 박효종 교수는 이에 대해 "결코 부적절한 표현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신 체제에 대해 "헌정질서에 심각한 훼손을 초래했다"면서 "박전 위원장이 사실 유신이라든지, 그때 고통받았던 사람들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다만 박 전 위원장이 유신 체제와 관련해 '역사적 평가에 맡긴다'고 답한 데 대해 "박 전 위원장이 상당히 정직하게 얘기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역사에 맡기겠다는 발언은 굉장히 역사 앞에 겸손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매 시대 요구되는 시대적인 과제가 있듯 시대적인 상황이 있다고 본다”며 “민주주의가 다소 후퇴한 부분에 대해 불만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제 그러한 역사적인 사건은 국민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비대위원장은 전날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생태평화공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자신의 발언을 비판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에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국민의 삶을 챙길 일도 많은데 계속 그것 갖고 역사논쟁을 하느냐"고 대응했다.

박 전 위원장은 "5ㆍ16은 아버지로선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비판에 대해 "저처럼 생각하는 국민들도 많은데, 그 분들이 아주 잘못된 사람들이냐. 정치인이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정치권에서 현재 해야 할 일과 국민의 삶을 챙길 일도 많은데 계속 이 문제를 갖고 역사 논쟁을 해야 하느냐"며 "저와 같이 생각하는 국민도 많이 계시고 달리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그렇다면 그건 역사 판단에 맡겨야 될 일"이라고 거듭 밝혔다.

김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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